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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현장르포④]"중국인도, 내국인도 안 보여" 공터 같은 면세점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14초

화장품 매장 앞 장사진 실종된지 오래
매출 기여 보따리상이 대부분…수익성은 악화
설 연휴 짧아 내수도 기대하기 어려워

[설 현장르포④]"중국인도, 내국인도 안 보여" 공터 같은 면세점  11일 롯데면세점 본점의 한 화장품 매장 앞에 중국인 보따리상 전달용 상품이 쇼핑백에 담겨 쌓여 있다. 일반 고객들이 커다란 쇼핑백을 양손 가득 든 모습은 사라졌다.(사진=오종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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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네, 물건은 그 때 인도받으시면 됩니다."
11일 오후 롯데면세점 명동 본점 12층 화장품 코너. 프리미엄 브랜드 '후' 매장 앞에서 한 중국인 보따리상이 쉴 새 없이 전화 통화를 하고 있었다. 언어는 한국말과 중국말을 넘나들었다. 매장 앞엔 보따리상들이 가져갈 쇼핑백이 그득했다.

보따리상 외 손님들에게선 활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중국인 단체관광객은 지난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사태 이후 실종됐다. 양손 가득 쇼핑백에 커다란 캐리어까지 끌고 쇼핑을 즐기던 중국인 개별관광객도 없었다. 2~3명 단위 중국·일본인 관광객이 대부분 작은 배낭만 매고 소소하게 면세품을 샀다. 손님 수 자체가 확 줄었다. 과거 장사가 잘 될 때 롯데면세점 내부에선 '본점은 (인산인해로 인해) 바닥이 보이면 안 된다'고까지 했었다. 한때의 영광이다.

[설 현장르포④]"중국인도, 내국인도 안 보여" 공터 같은 면세점  롯데면세점 본점 12층 화장품 코너 전경(사진=오종탁 기자)


매출은 겉보기에 타격 없어 보이지만 빛 좋은 개살구라는 지적이 많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국내 면세점 외국인 매출액은 9억3907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8.0% 늘었다. 외국인 이용객 수는 141만5621명으로 11.3% 줄었다. 고객 감소에도 매출이 증가한 것은 중국인 보따리상 효과다. 이들로 인해 송객수수료, 할인율 등이 올라가면서 면세점들의 수익성은 좋아지지 않고 오히려 중장기적으론 악화하는 모습이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중국인 매출의 경우 단체관광객이 사라진 뒤 줄어든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화장품 외 잡화·명품 매장 등은 더욱 한산했다. 지난해 추석을 낀 황금 연휴 내국인 고객들로나마 북적였던 신발, 여행용 캐리어 매장에선 손님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다. 이번 설 연휴 가족여행을 앞두고 아내, 중학생 딸과 함께 찾은 손인수(51·남)씨는 "면세점 쇼핑이 익숙지 않은 데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서 할인가에 사는 것과 큰 차이가 있겠나 싶어 구경만 하고 돌아간다"고 말했다.

[설 현장르포④]"중국인도, 내국인도 안 보여" 공터 같은 면세점  주말임에도 한산한 롯데면세점 본점(사진=오종탁 기자)


루이비통, 디올 등 명품 매장은 개점휴업 상태였다. 차려 입은 점원들은 멀뚱멀뚱 서 있기만 할 뿐이었다. 시계 전문 매장 앞에선 한 중국인 고객이 제품을 들고 친구와 한참 동안 영상통화하며 디자인·가격 등을 따졌다. 통역과 안내를 전담하는 직원들은 서로 담소를 나눴다.


인근 신세계면세점도 비슷한 분위기였다. 10층 화장품 매장들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썰렁했다. 역시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한 탓이다. 손님들로 장사진을 이뤘던 주요 브랜드 매장 앞은 공터를 방불케 했다. 랑콤 매장 앞에만 유일하게 손님이 몰렸다. 가봤더니 브랜드에서 초청한 왕훙(網紅·중국의 인터넷 스타)이 고객들에게 제품을 소개하고 있었다.

[설 현장르포④]"중국인도, 내국인도 안 보여" 공터 같은 면세점  11일 신세계면세점 명동점 화장품 코너. 과거 중국인 관광객들로 장사진을 이뤘던 '설화수', '후' 매장 앞이 썰렁하다.(사진=오종탁 기자)


한 화장품 점원은 "중국인 고객이 점점 더 줄어드는 것 같다"며 "이번 설 연휴가 짧아 내국인 고객도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롯데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은 설맞이 해외여행에 나설 내국인 고객 대상으로 프로모션을 제공하고 있으나 큰 매출 기대는 하지 않는다. 최근 인터파크투어가 972명을 대상으로 '설 연휴 활용 여행 계획'을 설문한 결과 65%가 해외여행보다는 국내여행을 하겠다고 답했다.




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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