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군사회담 챙겼지만 이산가족 상봉·비핵화 놓쳐
최종수정 2018.01.10 11:21기사입력 2018.01.10 11:21
北 역대 최대규모 대표단 파견…분야별 회담 개최 합의도 성과
리선권, 비핵화에 민감한 반응…'핵보유국' 기존입장 변함 없어
9일 남북 고위급회담이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렸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양측 대표단이 종료회의를 마친뒤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아시아경제 이설 기자] 남북은 9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열린 고위급회담에서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와 군사당국회담 개최, 남북선언 존중 등에 합의하며 무려 759일만에 속전속결로 관계 개선의 기틀을 마련했다. 정치권에선 이번 회담을 두고 북측의 올림픽 참가와 군사회담 개최, 회담 정례화라는 3가지 선물을 챙긴 반면 이상가족 상봉과 비핵화 문제 해결, 군사적 긴장 완화의 3가지 보따리는 제대로 풀지 못했다는 상반된 평가가 나온다.

남북은 이날 공동보도문에서 평창올림픽에 북한의 고위급대표단뿐 아니라 민족올림픽위원회대표단, 선수단, 응원단, 예술단, 참관단, 태권도시범단, 기자단을 평창에 파견하기로 합의했다. 북한 대표단 규모, 방남 경로, 절차, 숙박 문제 등은 앞으로 논의될 사안이지만 역대 최대 규모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은 인천 아시안게임, 부산 아시안게임,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에도 선수단과 응원단 등을 파견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번처럼 예술단과 참관단, 태권도 시범단까지 대규모 사절단을 파견하는 건 전례가 없는 일이다. 북측은 대북제재 위반 소지가 있는 크루즈나 항공편이 아니라 육로를 이용해 올림픽에 참가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당초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우선적으로 논의하겠다고 밝힌 만큼 협상은 초반부터 순조롭게 풀렸다. 북측의 입장은 모두 반영됐고 공동입장, 대표단 파견 등 양측 의견이 일치를 보였다고 통일부는 전했다. 남북은 추후 일정은 문서를 교환해 정하기로 하고 올림픽 참가와 관련된 실무 회담을 개최하기로 했다.

양측은 긴장상태 해소를 위한 군사당국회담 개최에도 합의했다. 이는 지난해 7월 우리측이 '배를린 구상'을 통해 제안했지만 북측의 무응답으로 무산됐던 바 있다. 이번 회담에서 양측은 한반도의 평화적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고 이는 당사자인 남북이 주도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이뤘다.
이와 관련, 북한은 이날 서해지구 군 통신선의 복원 사실을 알렸고 남측은 이날 오후 2시 연결 상태를 확인해 10일 오전 8시부터 정상 운영하고 있다. 이는 2016년 2월 우리 정부가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을 발표하자 북측이 차단한 바 있다. 지난해 7월 군 당국이 남북 군사회담에 대한 북측 입장을 서해지구 군 통신선을 통해 회신해 줄 것을 요청한 지 6개월여 만에 북한이 화답한 것이다.

아울러 공동보도문 말미에 "쌍방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남북고위급회담과 함께 각 분야의 회담들도 개최하기로 했다"고 명시하면서 향후 남북이 다양한 분야에서 회담을 이어갈 것이라는 기대감을 모았다.

반면 비핵화 갈등 해소를 비롯한 군사적 긴장 완화, 이산가족 상봉 문제 등은 풀지 못한 과제로 남았다.

북측 수석대표인 리선권 조선평화통일위원장은 이날 종결회담을 앞두고 남측 언론에 비핵화 회담이 진행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자칭 '핵보유국'으로서 비핵화 협상에는 응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과 변함 없는 자세를 내비친 것이다.

이는 향후 군사회담에서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의 중단이나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순환 배치 최소화를 요구하고 나설 가능성을 시사한다. 북한이 이번 회담에서 '우리민족끼리'를 강조한 만큼 한미동맹의 균열을 노리면서 한반도 긴장을 다시 끌어올릴 여지도 남아 있다.

이산가족 상봉 문제 역시 우리측이 1차 전체회의에서 먼저 제시했지만 실제 합의문에는 명시되지 않았다. 정부는 이산가족 상봉 문제가 진전될 수 있도록 북측과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우리측 수석대표를 맡았던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회담이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이상가족 상봉 문구를 넣지 못한 게 가장 아쉽다"고 토로했다.

한편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 조건으로 지난해 6월 중국의 북한 식당에서 집단 탈북한 여성 종업원들의 송환을 내건 상태다.


이설 기자 sseo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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