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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초가 유통街④]외국계 공습에 안방 뺏긴다…역차별에 우는 韓 기업

시계아이콘읽는 시간2분 10초

다양한 맛과 저렴한 가격으로 국내 시장 장악한 수입맥주
선전하는 전자담배 없는 한국 겨냥 아이코스·글로 잇달아 출시
'한국'만을 위한 제품 출시하는 식품 브랜드


[사면초가 유통街④]외국계 공습에 안방 뺏긴다…역차별에 우는 韓 기업 아이코스와 히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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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미국 대표 담배 제조사인 필립모리스가 지난 6월 국내에 출시한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가 한국 시장에 빠르게 침투하고 있다. 아이코스 외에도 세계 1위 담배사인 BAT(브리티시아메리칸타바코)도 전자담배 '글로'를 선보이고 국내 시장 장악에 나섰다. 여유만만이던 국내 1위 담배 제조업체 K&T가 이들의 거침없는 성장세에 전자담배 출시에 나섰다. KT&G가 11월 전자담배 출시를 결정한 것은 아이코스의 가파른 시장 점유율 확장과 후발주자 글로의 선전을 지켜볼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란 해석이 나온다.


#매년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수입 맥주 규모가 올해 3억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산 맥주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파격적인 할인과 다양한 맛으로 중무중한 수입 맥주 공세에 국산 맥주들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것. 오비맥주는 국내 생산하던 버드와이저와 호가든을 올해부터 외국산으로 들여오기 시작했고, 하이트진로는 결국 맥주 공장 1곳을 매각하기로 했다.

국내 식품, 주류, 패션 브랜드들이 수입 브랜드들의 거침없는 공세에 안방 시장을 빼앗기고 있다. 가장 타격이 심한 분야는 단연 맥주다. 값싼 수입 맥주가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 국산 맥주 판매량을 앞지르면서 맹위를 떨치고 있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수입 맥주 불모지였던 국내 맥주 시장에서 다양한 맛과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수입맥주가 거센 열풍을 이어가고 있는 것.


23일 관세청에 따르면 2013년 8965만달러, 2014년 1억1169만달러, 2015년 1억4186만달러, 2016년 1억8156만달러를 기록했던 맥주 수입액은 올해 7월까지 총 1억4392만달러를 달성해 전년 동기 대비 51% 성장했다. 이는 2001년 이후 16년래 최고 성장률이다. 맥주 성수기가 시작된 지난 7월에만 2354만달러가 수입돼 전년 동월 대비 63%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남은 기간 수입액이 더욱 늘어 연간 총 3억달러에 육박할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사면초가 유통街④]외국계 공습에 안방 뺏긴다…역차별에 우는 韓 기업


수입맥주의 이 같은 성장이 가능한 이유에 대해 업계는 국산 맥주 대비 유리한 세율과 다양한 할인행사를 꼽았다.


현행 주세법에 따르면 국산 맥주나 수입 맥주 모두 주세율은 72%로 같지만, 세금을 붙이는 기준인 과세표준이 다르다. 수입 맥주는 수입원가에 과세만 더한 가격에 세금을 매긴다. 반면 국산 맥주는 판매관리비, 영업비, 마케팅 비용 등을 모두 포함한 출고 가격에 맞춰 세금을 매긴다.


업계 관계자는 "국산 맥주에 더 많은 세금이 부과되기 때문에 맥주업계는 이를 두고 국산 맥주에 대한 역차별이라고 꼬집는다"면서 "수입 맥주는 유통마진을 조절해 소비자가격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어 마트에서 할인행사가 가능하고, 수입 원가를 아예 낮춰 신고하는 방식으로 세금을 적게 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산 맥주가 '규제'에 꽁꽁 묶이다보니 업체들도 위기를 타개할 전략을 추진중이다.


국산 맥주는 신제품으로 맞섰다. 하이트진로는 급증하는 가정용 수요를 잡기 위해 가성비를 앞세운 필라이트를 내놨다. 최근 식품가격이 줄줄이 인상되면서 장바구니 물가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의 가성비 소비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주세법상 맥주는 출고가의 72%로 세율이 매겨지지만, 기타주류는 절반도 되지 않는 30%의 세율이 적용된다. 때문에 필라이트는 기존 동일 용량의 맥주보다 40% 이상 저렴한 가격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롯데주류 역시 3년 만에 야심작 '피츠 슈퍼클리어(피츠)'를 내놨다. 피츠는 롯데주류가 2014년 내놓은 클라우드와 같이 섭씨 10도 저온에서 발효하는 라거 계열 맥주다. 하지만 클라우드보다 맥아 함량이 20%, 알코올 도수는 0.5% 낮아 깔끔하고 시원한 맛이 특징이다. 클라우드로 프리미엄 맥주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롯데주류는 한국인 입맛에 가장 익숙한 ‘라이트 라거’ 맥주시장에 본격 진입함으로써 새로운 성공신화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담배 시장도 수입 브랜드의 공세가 만만치 않다. 국내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은 지난 5월에 출시된 '아이코스'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아이코스 누적 판매량은 25만대, 지난 8월 출시된 글로는 약 1만대로 추산된다.


송치호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KT&G는 양호한 실적을 지속하고, 수출 담배 시장 성장성이 빠르나 한국에서의 전자담배 침투가 예상보다 빠르다"며 "내수에서 일반 담배 수요 하락 우려가 존재한다는 점은 부담이 되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KT&G는 11월 전자담배 릴을 선보이고 시장의 우려를 잠재운다는 계획이다.


국내 식품 시장을 노리는 글로벌 브랜드의 거침없는 공격도 계속되고 있다.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관련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 시장에 잇달아 진출하고 한국인 맞춤형 제품을 선보이는 등 공세에 나섰다.


이에 글로벌 기업들은 한국에서만 판매하는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뉴스킨코리아의 건강식품 브랜드 파마넥스는 지난해 뉴스킨 한국 진출 20주년을 맞아 한국 소비자를 위해 비타민과 미네랄을 추가한 건강기능식품 '에이지락 유스스팬3'를 내놨다. 비타민 섭취가 부족한 한국인의 영양 상태를 고려, 비타민과 미네랄을 추가해 선보인 것.


GNC는 한국 소비자만을 위한 제품인 '메가큐텐디'를 출시했다. 한국과 미국 GNC 연구진들의 연구를 바탕으로 한국인들에게서 섭취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난 코엔자임 Q10, 비타민 D, 오메가-3를 캡슐 하나에 담은 제품이다.


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성능과 가격 경쟁력을 내세워 국내 시장을 장악해나가는 수입 브랜드의 공세에 안방을 지키기 위해서는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수출에도 눈을 돌려 글로벌 시장에 빠르게 나가는 것 역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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