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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사람]긍정의 공간으로 바뀐다 '카멜레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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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사람]긍정의 공간으로 바뀐다 '카멜레존' 은행 속으로 들어온 카페.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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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어, 여기 은행 아니야? 이런 곳이 있었어?"


은행 안에 들어선 카페, 책을 읽으면서 맥주를 마실 수 있는 공간, 기계가 멈춘 공장이 카페로 변신하더니 밤에는 술집으로 바뀝니다. 이 정도는 이제 별다른 감흥이 없으시죠?


도심 곳곳에 생긴 창의적 복합공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공간의 변신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서울 시내 유명한 한 카페는 원래 신발공장이었고, 유럽의 인기있는 호텔은 원래 감옥이었습니다.


이처럼 기존 용도에서 벗어나 상황에 맞춰 새로운 곳으로 변신하는 공간을 '카멜레존(Chamelezone)'이라고 합니다. 카멜레존은 '카멜레온(chameleon)’과 공간을 의미하는 ‘존(zone)’을 합성한 신조어입니다. 카멜레온이 주변 상황에 따라 색깔을 바꾸는 것처럼 공간이 기존 용도에서 벗어나 상황에 맞춰 새롭게 변신하는 것을 일컫습니다.


카멜레존은 다른 업종과의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체험이 가능한 공간으로 변신하기도 하며, 버려졌던 공간을 다른 용도로 멋스럽게 재생시키기도 합니다. 더 나아가 온라인과 결합된 공간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오프라인 매장보다는 온라인을 통한 소비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을 겨냥해 온라인에서 누릴 수 없는 체험을 제공할 수 있게 한 것이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단순한 상품판매에서 벗어나 다양한 체험과 이를 통해 감성을 함께 느낄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 소비자들의 발길을 잡아 놓겠다는 의도인 것이지요.

[요즘사람]긍정의 공간으로 바뀐다 '카멜레존' 자전거도 고치고 커피도 마시는 자전거 카페.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카멜레존 등장의 가장 큰 원인은 오프라인 공간의 위기감 때문입니다. 디지털의 발전으로 기존 소비 공간들이 가지고 있던 고유의 기능을 온라인에서 대체하거나 훨씬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면서 사람들은 굳이 오프라인 공간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됐습니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대형 백화점 체인인 시어스의 도산, 국내 대형 유통업체들의 폐점과 구조조정 등 '소매의 종말'로 불리는 오프라인 공간의 위기는 생존을 위해 변신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 것입니다.


카멜레존이 생긴 다른 이유 중 하나는 사람들이 시간을 보내는 방법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최근 교육의 트랜드가 학생들의 체험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바뀌면서 초등생 자녀를 둔 부모들은 주말이면 어디를 가야 할지 고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집 근처에서 여가와 쇼핑을 해결하거나, 색다른 체험이나 새로운 먹거리, 참신한 즐길거리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이들을 위한 공간들도 만들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카멜레존이 주목하는 또 다른 타깃은 소비의 주도층이라고 할 수 있는 밀레니얼 세대입니다. 활발한 SNS 활동을 벌이는 젊은 밀레니얼 세대를 사로잡기 위해서는 기존의 정형화된 공간으로서는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입니다. 미술관에서 데이트하는 젊은이들은 인터렉티브 아트를 즐기고,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습니다. 보고 즐기는 공연도 더 입체적이고, 관객의 오감을 만족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지요.


콜라보레이션 공간의 경우 키즈카페, 북카페 등 카페의 무한 변신이 대표적입니다. 체험공간은 온라인에서 경험할 수 없는 체험형 컨셉트스토어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공존하는 온라인으로 주문하기 전에 먼저 옷을 입어볼 수 있는 공간, 전시회나 공연도 좀 더 입체적이고 오감을 만족시키는 방향으로 바뀌는 것도 생존을 위한 변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 눈에 띄는 것은 오프라인의 대표적인 공간이라고 할 수 있는 호텔들의 변신입니다. 업계에서는 호텔이나 레지던스를 벗어난 '공간 플랫폼'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유명 호텔브랜드와 레지던스, 오피스와 식음료(F&B)를 결합시킨 복합공간인 '사운즈 한남'이 대표적인 곳입니다. 이 건물은 내부에 마치 '작은 마을'이 들어선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호텔에 워터하우스와 야외공연장, 해변 산책로, 서점이 함께 갖춰져 있고, 호텔 내부를 세트장처럼 구성해 나중에 다른 공간으로 바꿀 수 있는 시설로 만들기도 합니다. 기존 일류호텔들에서 볼 수 없던 파격적인 시도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지요.

[요즘사람]긍정의 공간으로 바뀐다 '카멜레존' 편의점과 주유소를 결합한 주유하는 편의점에 나붙은 주문표. 주유하는 동안 편의점 물품을 주문할 수 있습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편의점 업계의 변신이 가장 눈부십니다. 주요 고객층에 특화된 이색매장으로 카멜레존의 장점을 가장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카페형 편의점이나 매장 내에 파우더룸이 있고, 노래방 안에 편의점이 있는 것도 낯설지않습니다.


특급호텔 로비에 프리미엄급 편의점이 자리잡았고, 드라이브 스루 편의점의 매출은 점점 향상되고 있습니다. 차량유도선을 따라 전용 카운터 앞으로 이동해서 벨을 누르고 상품을 요청하면 근무자가 전달하고 계산해주는 시스템이지요.



오프라인이 자기 실현의 공간으로 재탄생하고 있습니다. 공간이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있는 것이지요. 카멜레존은 소비의 공간이기도 하지만 감성과 공유의 공간이기도 합니다. 국회를 카멜레존으로 변화시킬 방법은 없을까요? 긍정의 공간으로 변신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구성원들이라면 좋겠습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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