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특 논란 上] 와일드카드, 손흥민은 되고 황의조는 안되고?
최종수정 2018.07.19 08:36기사입력 2018.07.18 10:45
손흥민이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관중들에게 인사하고 있다.[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손흥민 선수 병역 면제 부탁드립니다." "황의조(선수)의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퇴출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이름이 거론된 두 선수는 오는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나갈 남자 축구 대표선수들이다. 같은 엔트리(20명)에 포함됐으나 둘을 향한 팬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두 선수는 아직 병역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 이 공통분모 안에서 손흥민은 팬들이 자발적으로 "병역의무를 면제해 달라"거나 "유예기간을 인정해 달라"고 주장하는 반면, 황의조를 향해서는 "그를 선발한 대표팀 지도자가 특혜를 준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하거나 "뿌리 깊은 학연·지연에 의한 발탁"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 아시안게임 와일드카드에 극명하게 갈린 여론= 아시안게임 축구는 각국의 만 23세 이하 선수들이 출전한다. 2002년 부산 대회부터 연령 제한을 뒀다. 대신 포지션에 관계없이 23세 이상 선수들도 '와일드카드'라는 이름으로 3명까지 선발할 수 있다. 손흥민과 황의조를 비롯해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우리 대표팀의 골문을 지킨 수문장 조현우까지 3명이 와일드카드로 이번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뽑혔다. 손흥민과 조현우의 발탁에 대해서는 논란이 거의 없지만 황의조에 대한 평가는 부정적이다. 세계 최고의 리그인 잉글랜드(손흥민)에서 뛰고 월드컵에서 보여준 실력이 뛰어났다(조현우)는 이유에서 두 선수에 대한 지지도가 높은 반면, 황의조는 상대적으로 이름값이나 성과가 두드러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논란이 불거졌다.

이 역시 병역 문제와 얽혀 있다. 현행 병역법에 따르면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거나 올림픽에서 3위 안에 입상하면 병역특례 대상자로 분류된다. 1973년 도입된 '체육요원 병역특례제도'에 따른 것이다. 조건을 충족한 선수들은 4주간 기초군사훈련을 이수한 뒤 해당종목에서 34개월간 선수로 활동하고, 이 기간 사회적 취약계층이나 청소년 등을 대상으로 544시간 사회봉사를 병행하며 병역의무를 대체할 수 있다. 공백 없이 특기를 살려 선수생활을 지속한다는 점에서 남자 선수들에게는 엄청난 혜택이다. 아시안게임 우승후보로 꼽히는 종목에서 뛰는 '군 미필' 선수들이 대표팀 발탁을 염원하는 이유다. 그래서 엔트리를 정할 때마다 잡음이 발생한다. 압도적인 실력이 아니라면 "A선수보다 뛰어난 후보가 여럿인데, 이들을 배제하고 A선수를 발탁한 배경이 의심스럽다"는 팬들의 비판이 거세다.
황의조[사진=김현민 기자]

◆ 실력 때문 vs 병특 꼼수…엇갈린 시선= 45년을 이어온 병역특례제도는 체육뿐 아니라 예술분야에도 있다. '국위선양과 문화창달에 기여한 예술·체육 특기자에 대하여 군복무 대신 예술·체육요원으로 복무하게 한다'는 취지로 예술·체육요원제도가 만들어졌다. 예술분야는 성악과 악기연주, 발레, 현대무용, 국악 등을 기준으로 병무청이 인정하는 국제예술경연대회 2위 이내 입상자나 국내예술경연대회 1위 입상자, 중요무형문화제 전수교육 이수자에 한해 혜택을 준다. 그러나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시청자 수가 많고 국민적 관심을 받는 체육분야의 병역특례제도가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높다. 더구나 정치인, 연예인, 스포츠 스타 등 공인의 병역문제는 우리나라에서 민감한 사안이다. 축구뿐 아니라 주요 구기종목에서 아시안게임, 올림픽에 나갈 선수를 선발할 때마다 병역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선수들의 발탁을 두고 논란이 반복되는 이유다. 김학범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 감독은 지난 16일 엔트리를 발표하면서 "(황의조 선발이)많은 논란이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나는 학연, 지연, 의리로 선수를 뽑는 지도자가 아니다. 성적을 반드시 내야 하는 상황에서 사적 감정으로 선수를 뽑는 건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이 프로팀 사령탑으로 일할 때 황의조가 소속 선수였던 점을 들어 팬들이 '특혜' 의혹을 제기하자 이를 적극적으로 해명한 것이다. 김 감독은 "황의조는 현재 컨디션이 매우 좋다. '왜 다른 선수를 뽑지 않고 황의조를 선발했느냐'는 목소리도 있는데, 현재 컨디션을 가장 큰 기준으로 선발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시안게임 종목의 지도자로 일했던 한 코치는 "대표 선수들을 선발할 때 병역의무를 이행했는지 여부도 중요한 검토 대상에 포함된다"면서도 "전력에 보탬이 될 지를 우선적으로 고려하지 않고 친분이나 인연 때문에 무조건 선발한다는 건 지도자나 선수 모두 위험 부담이 크고, 대표팀 안에서도 엄청난 반발을 일으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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