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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성범죄 '딥페이크'…더 정교해진 합성 사진ㆍ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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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성범죄 '딥페이크'…더 정교해진 합성 사진ㆍ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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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송승윤 기자] 직장인 이모 씨는 최근 스마트폰을 통해 전송받은 한편의 동영상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누군가 음란물에 자신의 얼굴을 합성한 동영상을 보내온 것. 정체 모를 동영상 전송자는 이씨에게 500만 원을 입금하라고 요구했다. 이씨는 동영상이 합성된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당장 돈을 보내지 않으면 동영상을 지인들에게 전송하겠다는 협박에 못 이겨 결국 500만 원을 송금한 후 경찰에 신고했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편집기술이 디지털 성범죄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포르노 영상이나 사진을 유명인의 얼굴과 합성해 만든 일명 '딥페이크'(Deep fake)라는 편집물이 유행하면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합성 사진과 동영상을 제작해주고 돈을 받는 형태의 '암거래'까지 생겨났다. 이 같은 사진과 동영상은 합성 당사자를 협박하거나 괴롭히는 등의 용도로 사용되면서 심적 고통을 겪는 피해자도 늘고 있다.


딥페이크는 지난해 말 'deepfakes'라는 ID를 가진 한 네티즌이 미국 소셜 뉴스 웹사이트인 레딧(Reddit)에 할리우드 유명 여배우의 얼굴과 포르노를 합성한 영상을 올린 것을 시초로 빠르게 확산됐다. 이후 이런 형태의 편집물에는 딥페이크라는 이름이 붙었고 다른 할리우드 여배우들의 합성 영상도 차례로 등장하면서 여배우들은 사이에서는 '딥페이크 주의보'가 내려졌다.

한국에서도 여성 아이돌 그룹 멤버인 설현을 비롯해 여성 연예인 등의 딥페이크 동영상이 등장한 바 있다. 여성 아이돌 그룹 ‘AOA’의 멤버인 설현은 나체 합성 사진 때문에 한바탕 고초를 겪었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음란물과 설현의 얼굴을 교묘하게 합성한 이 사진은 메신저와 SNS 등을 타고 급속도로 퍼졌다. ‘합성 사진’이라는 제목 대신 ‘유출’이라는 제목이 붙은 이 사진에는 ‘전 남자친구였던 지코의 휴대전화에서 나온 것’이라는 등의 악성 루머도 추가됐다. 결국 사진은 합성으로 판명 났지만 이미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은 뒤였다.


이 영상들은 과거 한눈에 합성임을 알아볼 수 있었던 조악한 수준의 편집물과는 달리 얼핏 보면 실제 촬영한 영상 같은 착각마저 들 정도로 정교하다.


문제는 이 같은 딥페이크 편집물이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다룰 수 있는 기술이라는 점이다. 합성 대상의 다양한 사진 데이터를 입력하고 사진을 적용할 영상을 선택하면 이를 학습한 컴퓨터가 스스로 영상을 재구성하며 편집하는 식이다. 온라인에 무료 공개된 소스 코드만 있으면 누구나 제작할 수 있다. 연예인뿐만 아니라 일반인의 사진도 합성 가능하기 때문에 최근 논란이 된 '지인 능욕(지인의 얼굴을 악의적으로 합성해 개인 정보와 함께 유포하는 행위)' 등 디지털 성범죄에도 활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18일 텀블러와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딥페이크와 관련된 키워드를 입력하자 수십여 개의 계정이 검색됐다. 이 가운데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정교한 합성 사진과 동영상을 만들어주는 대가로 돈을 받는 계정도 쉽게 눈에 띄었다. 심지어 합성 형태별로 장당 1000~3000원 정도의 가격을 매겨 '패키지 상품'처럼 판매하는 이들도 있었다.


딥페이크 등을 활용한 이 같은 합성 사진ㆍ동영상 유포는 명백한 범죄행위지만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이다. 합성 사진이나 영상을 상업적 목적으로 제작해 유포하는 행위는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70조(사이버 명예훼손)나 형법 제244조(음화 제조 등) 위반 등으로 처벌받는다. 그러나 당사자의 피해 정도보다 공익 훼손에 초점이 맞춰진 탓에 유포자는 대부분 벌금형에 그치거나 가벼운 징역형을 받는 경우가 많다. 더욱이 당사자가 직접 명예훼손 등의 신고 접수를 해야 하는 탓에 본인이 영상의 존재 여부를 모를 경우 지속적으로 피해에 노출될 가능성도 크다.


전문가들은 정보기술(IT) 발전에 발맞춰 관련 법령 개정도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현행법은 사이버 성범죄에 대해 사회적 법익을 훼손했다는 데 중점을 두고 처벌하는 탓에 실제 피해자들이 좌절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며 "법 개정이 현실에 맞게 이뤄져야 하는 것은 물론 사이버 성범죄 근절을 위해 인식개선이나 교육 같은 문화적 차원의 접근도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승윤 기자 kaav@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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