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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하신 몸, 조종사 대란] 기장은 중국행, 부기장은 LCC행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30초

고액연봉 中항공사·빠른 승급 LCC로
대한항공 올 상반기 벌써 31명 짐싸
아시아나 동일 기종 LCC 러브콜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비행경력 7년차로 부기장에서 기장으로 갓 승급한 조종사 김모(37)씨는 최근 중국 대형 항공사로 이직을 준비하고 있다. 지원 요건상 기장으로서 비행시간 500시간 이상을 채워야 하지만, 이직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서 이직 준비와 병행하기로 한 것이다. 중국 항공사로 이직하기 위한 사전 검증 과정부터 중국 면장 취득을 위한 필기ㆍ실기시험과 항공사에서 요구하는 모의비행장치 테스트, 신체검사 등의 과정을 진행하는데 최소 1년의 시간이 소요된다. 김씨는 "비행경력 500시간을 채우기 위해 저비용항공사(LCC)의 경우 빠르면 6개월, 대형 항공사의 경우 1년이 걸리기 때문에 빠른 이직을 위해 기장 승급과 거의 동시에 이직준비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은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비슷한 경력의 부기장 이모(39)씨는 최근 LCC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 기존 연봉과 비교하면 파격적인 제안은 아니다. 비행횟수와 근무시간을 감안해 시급 기준으로 오히려 연봉을 깎아서 가는 셈이다. 현재 대형항공사(FSC)에서 B737 부기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이씨의 연간 비행시간은 500~600시간, LCC로 이직할 경우 이보다 15~20%나 많은 시간을 일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씨는 "대형 항공사들은 인사 적체가 심해 기장 승급이 오래 걸리고, 최근에는 기장 승급도 축소하는 분위기"라면서 "LCC에서 빠른 기장 승급 후 처우가 더 좋은 중국 등 해외 항공사로 나가는 동기들이 상당수"라고 말했다.


[귀하신 몸, 조종사 대란] 기장은 중국행, 부기장은 LCC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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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사들 중국행에 항공사들 속수무책 = 대형항공사들이 조종사 구인난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고액 연봉을 앞세운 중국 항공사와 기장 승급이 빠른 LCC로 인력 유출이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윤관석 의원실이 국토교통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한항공 소속 기장 18명ㆍ부기장 13명 등 총 31명(6월 말 기준)이 올 상반기 짐을 쌌다. 대한항공 조종사의 이직률은 부기장 보다 기장이 더 높게 나타났다. 최근 2년 사이 회사를 떠난 기장 수는 61명(4.10%), 부기장 수는 8명(0.64%)이다. 아시아나항공이나 타 LCC들과 비교해도 이직률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올 들어 나간 기장 수만 9명으로, 전체 기장 수가 712명으로 줄었다. 부기장 18명이 새로 들어와 전체 조종사 숫자는 9명이 늘었지만, 대형기 추가 도입 계획에 따른 소요 인력을 감안하면 인력 부족이 심각하다고 회사측은 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대형항공기 A350 4대를 신규로 들여온다. 승객 수 311명을 수용하는 대형기의 운용을 위해 필요한 기장 인력만 총 12명, 올해 전체로 총 48명의 신규 기장 수요가 발생했지만, 수급 상황은 여의치가 않다.


게다가 아시아나항공과 동일한 기종을 운용하는 LCC가 새로 생기면서 인력 빼가기에 대한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최근 사업면허를 신청한 예비 LCC인 에어로K는 A320기 8대를 도입해 출범을 준비 중이다. 에어로K는 운용 기종이 겹치는 아시아나항공 소속 기장과 부기장을 적극적으로 스카우트하고 있다. 비행경력 1000시간 이상의 숙련된 교관 기장부터 부기장까지 2억원 이상의 고액 연봉을 제시하며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 조종사 돌려막기 심화...정부 대책 마련 주문도 = 중국 항공사들도 국내 항공사들의 숙련된 기장 모시기에 주력하고 있다. 연봉 1억5000만~1억7000만원을 받는 3~4년차 기장들에게 중국 항공사들이 제시하는 연봉은 3억원 이상이다. 3년 계약직이지만 1억원대의 몸값이 최소 2배 이상 뛴다. 게다가 입사 첫해 100% 보너스와 주거비 지원 등 복리혜택 등을 고려하면 국내에서 받는 대우와 격차가 크다. 대형항공사 한 관계자는 "숙련된 기장급 조종사의 해외 이탈이 심각하기 때문에 항공사 차원의 유인책 보다는 정부 차원에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해보인다"고 지적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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