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과 화합의 문재인…'광화문 대통령'의 탄생

[문재인시대]해를 품은 '달'…불통의 권력을 교체한 촛불의 최종승리, 광화문으로 집무실을

최종수정 2017.05.11 04:07 기사입력 2017.05.10 10:42 이상국 디지털뉴스본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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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를 품은 '달'


'달(Moon)'이 해를 품었다.

어제의 대선 결과로 보자면 해는 청와대일 수 있겠지만, 그보다 더 크고 장려(壯麗)한 무엇이다. 이 나라를 이루는 민심이, 역사와 희망의 본질이며 흐름이 아닌가. 그것이 해다.

'품는다'는 말은 쟁취하거나 승리한다는 말과는 조금 다르다. 거기엔 비판자와 경쟁자까지도 모두 한 국가의 리더십 아래로 끌어안는 것을 뜻할 것이다. 41.1% 득표율의 대통령이 반드시 해내야할 미션이기도 하다. 2017년 5월 10일. 해를 품은 달이 여정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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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자정 임박한 시각에, 당선이 확정된 뒤 문재인 당선인이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광화문 광장이었다. 문 당선인은 이 자리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나라다운 나라로 만들겠다"면서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다짐한다.

'나라다운 나라'나 '정의로움'이란 표현이 나온 것은, 지난 정권의 국정농단과 국가적으로 만연되어 있는 다양한 형태의 부정의(不正義)를 의식한 말일 것이다. 실추한 국격을 살리고, 가치가 뒤틀린 사회를 바로잡아 나가겠다는 '당선 일성(一聲)'을 광화문에서 내놓은 까닭은 뭘까. 그가 대통령에 오를 수 있었던 데에는, 촛불민심이 기반이 되었음을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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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빛이 나와할 할 곳에서 어둠이 나왔을 때

경복궁의 정문이었던 문이 광화문으로 바뀐 것은 1425년(세종7년)이다. 광화(光化)는 빛이 사방을 덮고 교화(敎化)가 만방에 미친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빛은 국가지도자의 리더십(옛 표현으로는 '왕도(王道)')을 상징하며, 교화는 국민들이 그 리더십의 혜택을 입는 것을 의미한다. 세종 대에 지어진 이름은, 이 문을 통해 '빛'이 나오고, 그 빛으로 인해 온 나라가 건강해지는 아름다운 상징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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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2만개의 촛불이 하나의 촛불로

591년 뒤(2016년) 이곳에선 232만개의 촛불이 밤을 밝혔다. 광화문 저 안쪽에서 나와야할 리더십이 사라진 나라에서 국민들이 대신 몰려나와 나라의 살아있는 '빛'을 표출한 것이다. 대통령 탄핵과 파면, 그리고 구속까지 이어진 일련의 '정언명령'들은 그 민심의 구현이었다.

세계를 놀라게 했던 건, 촛불의 숫자만이 아니라, 그 수많은 촛불이 지켜준 질서와 절제의 위력이었다. 분노를 저토록 차분하게 드러낼 수 있다니, 그것이 이 나라의 국격이라고 외국언론들도 찬사를 보냈다. 그 역동적인 자리에, 대통령이 된 문재인 당선인도 촛불을 들고 있었다. 그 또한 하나의 촛불이었고 많은 촛불의 뜻을 품어 대통령이 되었으니, 이곳이 정권을 창출한 요람이라 할 수 있다.

▶ 나는 광화문대통령이 되겠습니다

문 당선인은 스스로 '광화문 대통령'을 선언했다. 촛불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광화문 대통령 공약기획위원회와 서울역사문화벨트 조성 공약기획위원회를 꾸렸다. 당선인은 청와대 집무실을 광화문으로 옮기겠다는 공언도 여러번 했다. 전직 대통령의 '실패'는 소통의 무능과 불통에서 빚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TV토론회에서 "국민들과 함께 출근하고 퇴근하고 퇴근 후에는 시장을 들르기도 하고 시민들과 소주도 한 잔 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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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광화문 집무실에 대해서는 기존의 관행들에 비춰 경호나 보안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도 있다. 또 이 일대의 교통 도한 더욱 혼잡해져 시민들이 불편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문 당선인은 4월 27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유럽의 내각책임제 국가들은 정부 총리의 업무 공간이나 사저가 전부 시내에 그냥 있다"면서 "미국도 적어도 시민들이 대통령 집무실까지 가볼 수 있는 개방된 구조"라며 일부의 우려를 일축한 바 있다.

▶ 광장과 화합의 문재인 시대

광화문 집무실의 상징성은 상당히 크다. 우선 네티즌들이 지은 3행시처럼, '광장'과 '화합'의 '문재인'이 지닌 함의와 일치한다.

광장은 불통을 깨고 모든 시민을 편안하게 만날 수 있는 소통공간으로, 이 정부가 해야할 가장 중요한 과제다.

거기에 화합은, 여소야대의 상황 속에서 국정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 반드시 일궈내야할 협치의 숙제를 담고 있다. 그리고 대북문제와 관련한 화해 또한 여기에 포함될 수 있다. 남북이 강경일변도로 치달아 한반도 위기를 키워온 현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그의 역량이 절실하다.

대통령이 탄핵되는 '불상사'를 겪은 대한민국이, 새로운 나라를 열 '문치(文治)'를 기대하는 첫날이다.


아시아경제 티잼 이상국 기자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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