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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 문제설' 신격호, 법정서 "내가 만든 롯데…왜 기소했나"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34초

신체 멀쩡해 보였지만 상황 파악 못해
재판정서 횡설수설하다 반강제적으로 나와


'정신건강 문제설' 신격호, 법정서 "내가 만든 롯데…왜 기소했나"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20일 서울 서초동 법원종합청사에 들어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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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족벌 경영 비리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신격호(96)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두 아들 등과 함께 20일 법정에 출석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4부(김상동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2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롯데 총수 일가의 첫 정식 재판을 열었다.

세 번째 부인 서미경(59)씨, 차남 신동빈(63) 롯데 회장, 장남 신동주(64)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에 이어 마지막으로 서울중앙지법 청사에 들어선 신 총괄회장의 혈색은 건강이상설이 무색하게 좋았다.


수행원이 끄는 휠체어에 탄 신 총괄회장은 가슴부터 발목까지 회색 담요를 덮었다. 손에는 붉은색 지팡이가 들려 있었다. 그는 주위에 늘어선 취재진과 카메라들을 멀뚱멀뚱 쳐다보며 재판정으로 들어갔다.

신 총괄회장의 혐의는 '공짜 급여'에 따른 횡령과 함께 858억원의 조세포탈,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과 배임 등이다. 또 롯데시네마 매점에 778억원의 수익을 몰아주도록 하고, 비상장 주식을 계열사에 고가로 넘겨 94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 등도 포함됐다.


신체 건강이 멀쩡해 보였지만 재판정에서 신 총괄회장은 상황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김 부장판사가 "이 쪽을 보라"고 하자 신 총괄회장은 앞이 잘 보이지 않는 듯 두리번거렸다. 이어 "생년월일이 어떻게 되느냐"고 물으니 신 총괄회장은 얼버무릴 뿐이었다. 그는 "회삿돈을 횡령했다는 혐의를 받았다"는 귀띔을 받고도 기본 신상 정보를 말하지 못했다. 김 부장판사는 "검찰과 변호인 측에서 (이 분이) 신 총괄회장이라는 데 대해 이의가 없으니 인증 신문을 마치겠다"고 밝혔다.


검찰이 신 총괄회장 공소 사실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신 총괄회장은 낮은 목소리로 뭔가를 계속 읊조렸다. 지켜보던 김 부장판사는 "여기까지만 하자. 신 총괄회장에 대한 변론을 분리하겠다"며 "모두진술까지 들은 뒤 증거 조사를 진행하고 절차 진행 관련해선 추후 의견을 달라"고 밝혔다. 이어 "신 총괄회장이 어떤 상태인가에 따라 공판 중지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할 수 있는데, 내가 보기엔 (신 총괄회장이) 재판의 의미를 전혀 모르는 것 같다"며 "일단 의견서까지 듣고 다음에 절차 중지 등 의견을 받겠다"고 말했다.


'정신건강 문제설' 신격호, 법정서 "내가 만든 롯데…왜 기소했나" 1988년 롯데백화점 본점 확장 개관식에 참석한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왼쪽에서 두 번째)


변호사의 진술이 이어진 뒤 김 부장판사가 "퇴정해도 된다"고 전했다. 신 총괄회장은 수행원 손에 이끌려 이동했다. 그 때 갑자기 신 총괄회장은 "나는 할 말이 있다. 어디 가느냐"고 소리쳤다. 주변인들이 "변호사들이 나중에 서면으로 하겠다고 한다" "여기는 법원이다"라며 상황을 설명해도 신 총괄회장은 막무가내였다.


결국 다시 자리로 돌아간 신 총괄회장은 차분히 변호사 설명을 들었다. 신 총괄회장은 변호사로부터 검찰이 횡령과 배임죄로 본인을 기소했다는 사실을 설명받았다. 신 총괄회장은 "이 회사는 자기(내)가 만든 회사고 주식은 100%를 가지고 있다"면서 "어떻게 자기를 기소할 수 있느냐. 누가 기소했느냐"고 일갈했다.


변호사는 쩔쩔 매며 "검찰에서 (기소를) 했다"고 답했다. 신 총괄회장은 곧바로 "(검찰의) 책임자가 누구냐"며 "이렇게 법정에 세운 이유가 뭐냐"고 소리쳤다. 이에 김 부장판사는 "나중에 설명해 줘라"며 "그 정도 말이면 퇴정해도 된다"고 상황을 정리했다.


신 총괄회장은 할 말이 더 남은 듯 계속해서 입을 열었고 김 부장판사는 재차 "됐다. 퇴정하라"고 명령했다. 신 총괄회장은 계속해서 말을 잇다 반강제적으로 재판정에서 나왔다.

'정신건강 문제설' 신격호, 법정서 "내가 만든 롯데…왜 기소했나" 신격호 총괄회장이 20일 재판정에서 나오고 있다.


이번 법정 장면은 신 총괄회장의 정신건강 문제설을 더욱 공고히 할 것으로 보인다. 신 총괄회장은 들어올 때와 똑같은 모습으로 법정을 나왔다. 표정은 처음보다 더욱 무겁고 침울했다.


한편 신 총괄회장은 이달 중 롯데쇼핑 등기이사를 38년 만에 그만둔 뒤 150억원 넘는 퇴직금을 수령하게 된다. 안으로 경영권 분쟁, 밖으론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이슈에 그룹 전체가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신 총괄회장은 대표 계열사인 롯데쇼핑에 이어 롯데건설, 롯데자이언츠, 롯데알미늄 등기이사직도 줄줄이 내놓으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예정이다.




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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