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 읽다]물에서 수소분해…네 박자 갖춘 '촉매'

①수소변환효율 높다 ②내구성 우수하다 ③낮은 전압에서 작동한다 ④가격 경쟁력 갖췄다

▲국내 연구팀이 물에서 수소를 분해하는 새로운 촉매 'Ru@C2N'를 개발했다.[사진제공=UNIST]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수소가 청정에너지라는 것은 상식입니다. 석유와 석탄과 달리 유해물질이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물은 수소 2개와 산소 1개로 이뤄져 있습니다. 여기서 수소만 분리하면 무한한 에너지가 나오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지구의 70%가 물인데 에너지 걱정은 '이제 끝!'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자연스럽습니다.

문제는 물에서 수소를 분해해 내는 과정에 있습니다. 지금의 에너지(석유, LPG 등)보다 수소를 분해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훨씬 비싸다면 경제적 효율성이 떨어집니다. 만들 수는 있어도 사용하는 사람은 없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물에서 수소를 분해해 낼 때 첫째 조건은 값싸야 한다는 데 있습니다. 또 안정적으로 분해해야 합니다.

이를 충족하기 쉽지 않습니다. 수소에너지의 깨끗함과 무한한 가능성은 알고 있는데 쉽게 상용화되지 않는 데는 이런 이유가 있습니다. 물을 분해할 때는 촉매가 사용됩니다. 촉매는 자신은 변화지 않으면서 다른 물질의 화학 반응을 일으키는 것을 말합니다. 매우 아름다운 개념입니다. 물에서 수로를 분해하는데 지금은 백금이 주로 사용되는데 가격이 매우 비쌉니다.

국내 연구팀이 최근 새로운 촉매를 개발해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루테늄(Ru)에 연구팀이 만든 2차원 구조체(C2N)를 합성해 'Ru@C2N' 촉매를 만들었습니다. C2N은 연구팀이 개발한 탄소와 질소가 2대1 비율로 일정하게 배열돼 있고 균일하게 구멍이 뚫려있는 신물질입니다.

연구팀은 'Ru@C2N'이 경제적 촉매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지금까지 최고의 촉매로 알려진 백금과 비슷한 성능을 내면서 가격은 4% 수준으로 낮아졌습니다. 물의 산도(pH)에도 영향을 받지 않아 촉매로 쓰기에 적당합니다.

물을 원료로 수소를 얻는 기술이 상업적 경쟁력을 가지려면 좋은 촉매는 기본입니다. 물 분해 촉매는 수소변환효율이 높고, 내구성이 우수하며, 낮은 전압에서 작동하고, 가격 면에서 경쟁력을 갖춰야하는 네 박자가 맞아 떨어져야 합니다.

전기화학적으로 구동되는 물 분해 촉매는 산도(pH)에 영향 받지 않고 낮은 전압에서 수소를 발생시키는 게 필수입니다. 현재 수소발생반응에 사용되는 백금 촉매는 고가의 귀금속이라 가격 대비 수소 양산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염기성에서는 안정성이 낮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Ru@C2N 합성 공정은 단순합니다. 연구팀은 다공성 2차원 유기구조체인 C2N을 구성하는 단량체와 루테늄 염(RuCl3)을 휘저어 섞었습니다. 이어 환원과 열처리를 하면 Ru@C2N 촉매가 만들어집니다.

이번 연구는 UNIST(총장 정무영) 에너지및화학공학부의 백종범 교수가 이끌었습니다. 나노과학 분야 국제학술지인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Nature Nanotechnology) 13일자(논문명: An Efficient and pH-universal ruthenium-based catalyst for hydrogen evolution reaction)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