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 읽다]조울증 원인 밝혀졌다

뇌 신호전달 단백질 '피엘씨감마원(PLCγ1)' 기능 이상이 핵심 원인

▲조울증은 피엘씨감마원(PLCγ1) 이상이 핵심원인으로 밝혀졌다.[사진제공=미래부]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기분이 좋아졌다가 급격히 가라앉는 조울증의 원인이 밝혀졌습니다. 조울증은 뇌의 신호전달 단백질인 '피엘씨감마원(PLCγ1)'의 기능 이상이 핵심 원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조울증 치료의 새로운 가능성이 제시됐습니다. 국내 연구팀이 PLCγ1 단백질이 조울증 발병에 관여한다는 사실과 그 메커니즘이 규명했습니다.

조울증(Bipolar disorder)은 외적 자극이나 상황과 관계없이 자신의 내적 요인으로 우울하거나 들뜨는 기분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기분장애를 말합니다.

PLCγ1은 신경세포에서 다양한 신호전달 경로를 매개하는 단백질로 알려져 있습니다. 뇌에서 많이 발현됩니다. 여러 뇌질환에서 비정상적 PLCγ1의 발현이나 활성이 확인되고 있고 특히 조울증 유발과 관련성이 있는 유전자로 보고된 바 있습니다.

연구팀은 전뇌의 흥분성 신경세포에서 PLCγ1이 결핍된 실험쥐의 행동분석에 나섰습니다. 이 실험쥐가 조증과 유사한 이상행동을 보인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 실험쥐는 활동성, 식욕, 쾌락적 활동이 과도하게 높아져 있고 기억과 학습능력도 떨어져 있었습니다.

PLCγ1이 결핍된 흥분성 신경세포는 뇌유래신경영양인자(BDNF)의 신호를 제대로 전달을 하지 못했습니다. 이런 결함은 하위 신호전달 체계인 세포내 칼슘조절 이상을 불러 일으켜 억제성 시냅스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결국 PLCγ1의 결핍은 흥분·억제성 시냅스의 신경전달 불균형과 시냅스 가소성 조절 이상을 유발했습니다.

PLCγ1 결핍 쥐에 조울증 치료약물을 투여하면 조증 관련 이상행동이 사라졌습니다. 이는 PLCγ1 결핍 쥐의 이상행동이 조울증의 증상이라는 것을 말해줍니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조울증 질환 쥐 모델을 구축했습니다.

기존 PLCγ1 기능 연구는 대부분 세포수준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개체수준의 연구는 부족한 실정이었습니다. 연구팀은 PLCγ1의 조건부 결핍 마우스를 제작했고 뇌 특이적 PLCγ1의 역할을 규명했습니다. 이번 성과는 PLCγ1의 기능 이상이 조울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확인한 결과입니다. PLCγ1이 매개하는 신호전달 경로가 조울증 치료의 새로운 표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제시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이번 연구는 김정훈 포항공대 교수와 서판길 울산과학기술원 교수 연구팀이 공동수행했습니다. 서판길 교수는 "이번 연구 성과는 유전자 조작 쥐의 제작부터 표현형 분석까지 약 10년 동안 이뤄진 것"이라며 "그 동안 밝혀지지 않았던 조울증 병인 메커니즘에서 PLCγ1의 역할을 개체수준에서 검증하고 그 메커니즘을 밝힌 것으로 앞으로 조울증 연구와 치료법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조울증 환자는 매년 증가하고 있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자료를 보면 조울증 환자는 2010년 5만4493명에서 2011년 5만8397명, 2012년 6만8519명, 2013년 7만3492명, 2014년 7만7411명에 이르렀고 2015년에는 8만387명으로 집계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