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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달픈 황혼③]황혼이혼에 쪼개진 자산…쪼그라드는 노후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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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재산분할 비율 늘어
미래에 받을 연금도 분할
"남은 삶 자유롭고 싶어"
30년차 부부 이혼 10년전보다 90%↑

[고달픈 황혼③]황혼이혼에 쪼개진 자산…쪼그라드는 노후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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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동훈 기자] 환갑을 훌쩍 넘긴 A씨(65)는 지난해 10월 남편 B(68)씨에 이혼을 요구했다. 중견기업 임원을 지낸 남편과 나란히 유명 사립대를 졸업하고 대기업에 취직해 결혼까지 한 아들ㆍ딸을 둔 A씨. 주변엔 번듯한 남편, 속 안썩인 자녀를 둔 '부러운 황혼'이지만 A씨는 그렇지 않았다.


그는 "까탈스러웠던 시댁 생활과 둔한 남편 탓에 40여년간의 결혼생활이 녹록치 않았다"고 말했다. 맏며느리로서 각종 제사와 명절 음식 준비를 도맡아 했고 시어머니와 손아래 시누이의 등쌀에 눈치를 봐야했다. 남편에게 여러 차례 어려움을 토로했지만 남편은 애써 무시하거나 인내만 강요했다. A씨는 아흔을 바라보는 시부모를 모시며 여생을 보내고 싶진 않았다. 그는 "결혼 생활 동안 단 한 번도 내 의지대로 살아본 적이 없다"며 "남은 삶만큼은 자유롭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각종 모임과 여행, 등산 등을 즐기고 싶다고 했다.


황혼의 부부들이 갈라서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의 은퇴가 가속화되고 고령화 시대에 진입하면서 결혼생활 20년 이상, 60대 이상의 '황혼 이혼'이 꾸준히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이혼 건수는 10만6000건으로 전년보다 1.2% 줄었다.


인구 1000명당 이혼 건수를 보여주는 '조이혼율'은 2.1건으로 1997년 2.0건 이후 가장 낮았지만 황혼이혼은 외려 늘었다. 20년 이상 된 부부의 이혼은 3만3100건으로 2007년(2만5000건)보다 30% 이상 늘었고 30년차 이상 부부의 이혼은 1만1600건으로 10년 전(6100건)보다 90% 증가했다. 다만 황혼이혼이 늘면서 전체 이혼 부부의 평균 혼인 지속기간은 15.0년으로 10년 전보다 2.7년 증가했다.


이 같은 추세는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는 의식이 사회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수명이 늘어나 은퇴 후 삶이 길어지면서 '노후라도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것이 황혼이혼의 이유였다. 베이비붐 세대는 1980~90년대 경제성장기에 20~30대를 보내고 '국제통화기금(IMF) 위기'와 함께 40대를 맞았다. 대부분 자녀들을 대학에 보냈고 '내 집 마련'이 평생 꿈이었다.


자신보단 직장이나 가족이 삶의 중심에 들어와 있던 이들은 은퇴 후 다른 삶을 꿈꾸고 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 관계자는 "과거에는 가정불화가 있어도 '참고 살자'는 생각이 강했다면 이제는 자신의 행복을 중시하는 가치관이 퍼져 황혼이 되어서도 이혼을 결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업주부들이 이혼 시 재산에 대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된 것도 황혼 이혼 증가의 원인이다. 1991년 재산분할 청구권이 도입되기 전까지 전업주부들은 이혼할 때 위자료만 받을 수 있었는데, 그 금액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여성에게 인정되는 재산분할 비율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미래에 받을 연금도 분할할 수 있다.



국민연금의 분할연금 수급자도 해마다 늘고 있다. 지난해 6월 기준 분할연금 수급자는 2만7440명에 달했다. 4632명에 불과했던 2010년과 견줘서 8년 새 6배 가까이 늘었다. 분할 연금은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못한 이혼 배우자가 노후소득 보장을 확보할 수 있게 하려는 취지로 1999년 도입된 제도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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