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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왔어요 문 좀 열어주세요”…‘혼자 사는 여성’ 두려움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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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왔어요 문 좀 열어주세요”…‘혼자 사는 여성’ 두려움 아시나요 혼자 사는 여성이 많이 살고 있는 서울의 한 대학가. 사진=이지은 인턴 기자 kurohitomi04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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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혼자 사는 여성인 20대 직장인 A 씨는 평소 생활용품은 물론 각종 물품을 포함해 일주일에 서너 개의 택배를 받는다.

퇴근 후 집에 있던 A 씨는 택배가 왔다는 소리에 문을 열어주려다, 혼자 사는 여성이 범죄 표적이 된다는 기사가 떠올라 “택배는 문 앞에 두고 가 달라”고 했지만 “택배 수신자 사인이 꼭 필요하다”는 택배원 말에 ‘문 걸이’를 걸고 슬며시 문을 열어줬다.


그러자 택배원은 문을 확 잡아당기더니 “이런 씨X”하고 달아나버렸다. 바닥을 보니 덩그러니 흉기가 떨어져 있었다. 며칠 후 경찰에 체포된 택배원의 신원을 확인해보니 같은 건물 1층 남자였다.

위 내용은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글을 본 네티즌들은 “다들 조심하세요. 진짜 세상 무서움”,“언니랑 둘이서 사는데 무조건 택배 오면 집에 아무도 없는 척하거나 경비실에 맡겨놓으라고 합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택배 왔어요 문 좀 열어주세요”…‘혼자 사는 여성’ 두려움 아시나요 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관계 없음.사진=연합뉴스



◆ 혼자 사는 여성 늘어나지만, 심리적 두려움 계속 커지고 있어


혼자 사는 여성들이 가장 안전하고 편안함을 느껴야 하는 집에서 강도나 성폭행 범죄는 당하지 않을까 두려움에 떨고 있다. 매년 증가하고 있는 혼자 사는 여성들에 대한 범죄 예방 정책도 시행 중이나, 집 안에게서까지의 공포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혼자 사는 여성의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여성 1인 가구 수는 전체 1인 가구 수의 절반 수준인 284만3000가구(49.5%)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2005년 175만3000명에 불과하던 혼자 사는 여성의 숫자는 2010년 221만8000명까지 늘어 2015년 261만 명, 2016년 276만6000명까지 치솟았다.


통계청은 혼자 사는 여성의 숫자는 매년 증가해 오는 2025년에는 혼자 사는 여성이 323만4000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이렇게 혼자 사는 여성들을 상대로 한 범죄다. 통계청이 2년 단위로 발표하는 ‘사회조사’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여성의 50.9%는 사회 안전에 대해 불안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이별로는 20대와 30대가 각각 62.8%, 59.7%로 가장 많은 불안함을 느끼고 있었다. 이 가운데 2인 이상 가족 구성원과 함께 거주할 확률이 높은 13~19세 여성은 43.2%로 상대적으로 불안함 덜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들의 주된 불안 요인으로는 범죄 발생이 37.3%로 가장 높았다.


혼자 사는 여성이 막연한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대목이다. 실제로 강지현 울산대 경찰행정학과 교수가 2017년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 발표한 ‘1인 가구의 범죄피해에 관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33세 이하 1인 가구의 주거침입 피해 가능성을 성별로 비교한 결과 여성이 남성과 비교하면 11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민달팽이 유니온’이 2016년 20~30대 청년 24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청년 주거안전 실태조사’에 따르면 “귀갓길에서 물리적인 위협을 당할까 봐 위험하게 느껴진다”라는 문항에 여성 응답자의 67%가 “그렇다”고 답했지만, 남성 응답자의 비율은 25%에 머물렀다.


◆ 혼자 사는 여성, 남성들 속옷·구두… 방 안 곳곳에 놔둬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혼자 사는 여성들은 성폭행 등 각종 범죄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자구책을 마련해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예컨대 남성의 속옷을 창문 쪽에 잘 보이게 놔두거나 남성용 운동화, 구두를 신발장에 두는 것이다. 이 집에는 남자도 살고 있으니 범행하기에 적절하지 않다는 최소한의 외침인 셈이다.


여성들은 또 택배를 받을 때 본인의 이름이 아닌 ‘남성’의 이름으로 물건을 받는다. 범죄 피해자가 되는 것이 두려워 사실상 숨어 살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최근 한 지역에서는 중국집 사장이라는 남성이 택배 휴대전화를 이용해, 카카오톡으로 여성들에게 “마음에 든다”며 고백하는 일도 있었다.


이 남성은 무려 70여 명의 여성에게 이런 짓을 벌였고, “이때까지 피해 본 여성이 없다. 여자들이 연락하지 말아야 한다. 계속 연락해서 스토커처럼 한 적 있나? 여성이 답장하지 않았으면 된다”라며 적반하장의 모습을 보였다.


그런가 하면 배달 음식의 경우 아예 2인분을 주문하기도 한다. 집 안에 누군가 있다는 신호를 주기 위한 것이다.


“택배 왔어요 문 좀 열어주세요”…‘혼자 사는 여성’ 두려움 아시나요 경찰이 ‘여성 안심 귀갓길’을 순찰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각종 범죄 예방 정책 있지만, 집 안으로 스며들지는 못해


서울시는 지난 2014년부터 여성 대상 범죄 취약지에 있는 편의점 1,000여 개소를 여성 안심 지킴이 집으로 지정, 이를 통해 위협을 느낀 여성이 대피해왔을 때 매장 직원이 핫라인으로 연결된 경찰에 출동을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여성을 버스정류장이나 지하철역에서 집 앞까지 동행하는 여성 안심 귀가스카우트도 시행 중이다. 경찰은 특정 지역을 ‘여성 안심 귀갓길’로 지정해 폐쇄회로(CC)TV, 비상벨을 설치하거나 순찰을 강화하는 대책을 시행 중이다.


하지만 집 안에서의 느껴지는 막연한 공포나 두려움은 관련 정책이 스며들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는 ‘혼자 사는 여성 범죄’에 대해 충분히 인식하고 맞춤형 범죄 예방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 교수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1인 가구 여성은 범죄의 표적이 되기 쉽다”며 “대부분 여성은 남성보다 물리적 완력이 약하고 혼자 산다는 점은 도움을 요청할 방법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빅데이터를 활용해 여성 1인 가구 밀집 지역에서 발생하는 범죄의 취약 시간과 취약 지역 등을 파악해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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