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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숨기고 싶었던 '그곳'…舊서울지검 11층 '특별조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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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과거사위 '유서대필 사건' 조사로 재조명…강기훈씨 "특별조사실서 고문 당해"
피의자 폭행치사 사건 등 '고문실' 악명... 사건 잇따르자 2004년 결국 철거

[아시아경제 장용진 기자] 지금은 사라진 서울지검(현 서울중앙지검) 11층 특별조사실이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1991년 당시 이곳에서 검찰이 구타와 가혹행위 등 고문을 가했다는 사실이 검찰 과거사위원회 조사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당초 이곳은 정관계 고위인사들의 조사를 위해 마련된 곳이었지만 외부와의 접촉이 차단된 시설의 특징으로 인해 폭행과 가혹행위 등 은밀한 고문이 심심찮게 자행됐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 강남의 한복판에서 자행된 국가폭력

“뽕쟁이 같은 XX”
1991년 6월 다시 서울지검(현 서울중앙지검)에 붙잡혀온 강기훈씨를 맞이한 것은 검사의 욕설이었다. 당시 수사팀은 포승줄과 수갑, 쇠사슬이 걸린 벽을 보여주며 “4시간만 매달면 자백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조사가 본격화되면서 폭행도 이어졌다. 함께 붙잡혀 온 임모씨는 무릎을 꿇린 채 허벅지를 짓밟혔고 뺨을 맞는 것은 부지기수였다. 나중에는 가족과 여자친구를 구속시키겠다는 협박도 자행됐다. 변호사를 만날 수 없었던 것은 물론이고 잠도 자지 못한 상태에서 조사를 받아야 했다.

검찰이 숨기고 싶었던 '그곳'…舊서울지검 11층 '특별조사실' 현 서울중앙지검 전경, 1989년 완공된 이 건물은 2004년까지 서울지검으로 불리다 그 이후에 서울중앙지검이 됐다. 서울지검 시절 이 건물 11층에는 외부와 차단된 조사시설인 '특별조사실'이 있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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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주대낮에 검찰청사에서 이 같은 일이 가능했던 것은 당시 서울지검(현 서울중앙지검) 11층에 ‘특별조사실’이라는 비밀장소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5~6평 정도의 크기에 책상 등 조사를 위한 시설 외 세면대와 변기, 간이침대가 설치돼 있었다. 밤샘조사는 물론 장기간 조사가 가능하도록 만들어진 시설이었다.


▲2002년엔 조사받던 피의자 숨져


원래 특별조사실은 정관계 고위인사들을 조사하기 위해 만들어진 곳으로 알려져 있다. 정문을 통하지 않고도 곧바로 들어올 수 있을 뿐 아니라, 구치감과도 연결돼 있어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언론에 노출되지 않고도 ‘특별한 손님’들을 곧바로 수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투신을 예방하기 위한 시설도 설치돼 있었고 당시에는 드물게 CCTV가 설치된 공간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밀실구조로 만들어진 ‘특별조사실’은 정관계 고위인사들에 대한 수사보다 다른 용도로 더 자주 애용됐다. 이곳에서 폭행과 협박, 고문이 자행됐다는 주장이 적지 않은 이유다.


실제로 이곳에서 피의자가 사망한 사례도 있다. 2002년 10월 26일 서울지검 11층 특별조사실에서 조사를 받던 조 모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폭력조직의 두목급 인물었던 조씨는 수사검사와 수사관들로부터 고문과 폭행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테이프로 눈을 가린 채 폭행을 가하는가 하면 수갑을 채운 채 바닥에 눕힌 뒤 허벅지에 올라타 성기를 때렸다는 주장도 있다.


이 사건으로 당시 서울지검 강력부 홍경령 검사는 징역 1년6월형을 선고받았고, 폭행에 가담한 혐의를 받은 다른 수사관 2명도 유죄가 확정됐다.

검찰이 숨기고 싶었던 '그곳'…舊서울지검 11층 '특별조사실' '유서대필 사건' 피해자 강기훈씨가 2014년 2월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재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소감을 밝히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 팬티바람으로 ‘원산폭격’ 시키기도


2005년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당시 부장검사 석동현)은 검찰수사관 전모씨와 홍모씨를 독직폭행혐의로 기소했다. 두 사람은 개그맨 서세원씨의 당시 매니저인 하모씨를 조사과정에서 폭행한 혐의를 받았다.


피해자 하씨는 “팬티바람으로 ‘원산폭격’을 시키는가 하면 무릎을 꿇인 뒤 발로 허벅지를 밟았다”라며 사실상 고문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수사관 두 명만 기소하면서 주임검사에 대해서는 면죄부를 줬다.


이처럼 1989년 서울지검(현 서울중앙지검) 개청 이후 10년 넘게 ‘검찰청 고문실’로 악명을 떨치던 특별조사실은 2004년 7월 결국 철거된다. 현재 이곳에는 여성피해자 전용조사실, 거짓말 탐지기가 설치된 심리분석실, 진술녹화실 등이 설치돼 있다.






장용진 기자 ohngbear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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