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쓴 플라스틱, 비만의 원인?

생수병·영수증에서 노출된 비스페놀A, 체질량지수(BMI) 늘려 비만 초래할 수 있어
EU 비스페놀 식품용기 퇴출 나섰지만, 국내 대책은 아직 없는 상황

최종수정 2018.11.14 15:25기사입력 2018.11.13 16:31
생수병과 영수증에 들어있는 비스페놀A가 체질량지수(BMI)를 늘려 비만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일러스트 = 오성수 작가


[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일상생활 속 빈번하게 접촉하는 플라스틱 용기와 영수증 속 비스페놀A(BPA)가 비만의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12일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환경과학원 연구진은 제2기 국민환경보건기초조사에서 비스페놀A 노출과 체질량지수(BMI) 증가 간 관련성을 입증한 논문을 지난 8월 한국환경보건학회지에 발표했다.

2012년부터 2014년 사이 19세 이상 성인 6123명의 소변, 혈액 내 비스페놀A의 농도와 BMI를 분석한 결과 환경호르몬(내분비계 교란 물질)으로 불리는 비스페놀A 농도가 증가하자 BMI 또한 증가하는 결과가 나왔다.
대상자 전원의 소변 중 비스페놀A 농도와 BMI 유의확률은 0.0008로 나왔는데 남성은 0.1954, 여성은 0.0001 미만으로 나타났다. 통상 유의확률이 0.05 미만일 때 두 대상 간 상관성이 있는 것으로 봄에 따라 여성의 소변에서 비스페놀A와 BMI 간 연관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확인된 셈. 특히 30대 여성이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비스페놀A와 프탈레이트가 포함된 EDCs에 노출되면 지방세포생성 및 지질대사와 관련이 있는 PPARs(페록시솜증식체활성화수용체)에 결합돼 체중항상성을 교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다양한 핵 수용체와 반응해 지방대사 및 인슐린 농도 등 내분비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계에서는 이미 비스페놀A가 체내 지방과 관련이 있는 대사증후군과의 상관성을 수차례 보고해오고 있다. 즉 다수의 연구 결과에서 비스페놀A가 비만의 원인으로 지목된 것이다.

비스페놀A는 플라스틱 제조 시 사용되는 합성화학물질로 생수통, 밀폐 용기, 캔 음료, 영수증 용지 등 일상생활에서 무수히 접하는 물질, 2008년 미 국립보건연구소가 그 위험성을 처음으로 인정한 이래 꾸준히 위험성이 제기되고 있다.

1891년 합성 분자로 처음 세상에 알려진 비스페놀A는 페놀계열 고리분자 두 개가 프로판 골격 좌우 대칭으로 붙어있는 구조로 이미 1936년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의 구조 유사성을 바탕으로 체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하지만 위험성보다 더 큰 수요로 인해 당시 주장은 묵살 당했고, 이후 반세기가 더 지나고 나서야 본격적인 문제점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관련 논문만 1만 편 이상 발표됐고, 규제 법안 또한 세계 각국에서 제정·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확인된 위험성에 반해 일상생활 속 비스페놀A가 포함된 용기사용에 제재 또는 제한이 없어 무분별하게 노출된 상황이다.

감열지로 만들어진 영수증에도 다량의 비스페놀A가 포함되어 있어 되도록 맨손으로 오래 만지지 말 것을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대체재는 안전? 비스페놀S도 위험

비스페놀A가 들어있는 제품 중 최근 영수증에 대한 위험성 또한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데, 감열지로 만들어진 영수증의 현색제에 다량 함유된 비스페놀A가 영수증을 맨손으로 잡았을 때 용해되어 나오며, 특히 시판되고 있는 핸드크림 다수에 포함된 트라이클로산, 트리클로카반 성분이 용해를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전문가들은 가급적 영수증을 맨손으로 오래 만지지 말 것을 조언한다.

2017년 경희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이혜은 교수 연구팀이 성인 5402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일회용 저장 용기에 든 식품을 자주 섭취할수록 비스페놀A 농도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1.5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정에서 주로 마시는 용기에 담긴 생수의 경우 이를 음용할 시 소변 중 비스페놀의 농도가 높을 위험은 1.45배에 달했고, 플라스틱 용기에 저장된 냉동식품을 자주 먹는 남성의 경우 비스페놀 농도가 상위 25% 이상 높을 위험이 그렇지 않은 남성 대비 1.48배로 확인됐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시중에서 판매 중인 생수병 대부분이 페트(PET)병으로 비스페놀A가 전혀 사용되지 않고 있으며, 정수기용 대형 불통의 경우 비스페놀A를 원료로 하나 상온에선 노출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비스페놀A의 대체재로 쓰이는 비스페놀S와 비스페놀F에 대한 위험성 역시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상황. 지난 9월 ‘최신 생물학’ 저널에 게재된 미 워싱턴주립대와 UC샌프란시스코 연구팀의 논문에 따르면 비스페놀S에 노출된 생쥐들의 난자와 정자에 염색체 이상을 일으켰고, 이 같은 악영향이 최대 3대까지 지속된 것으로 드러나 BPA Free라고 해서 무조건 안심해선 안 된다는 사실을 시사했다.

한편 국립환경과학원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비스페놀A가 지방 세포 생산과 저장용량을 늘려 비만을 일으키는 오비소겐(Obesogen)과 같은 역할을 한다는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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