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 살인' 김성수의 첫마디 "동생은 공범 아냐"(종합)

강서구PC방에서 아르바이트생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성수(29)씨가 정신감정을 받기 위해 22일 서울 양천경찰서를 나서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서울 강서구 PC방 살인범 김성수(29)의 첫마디는 “동생은 공범이 아니다” 였다.

김성수는 22일 오전 11시께 충남 공주시의 국립법무병원 치료감호소로 가기 위해 서울 양천경찰서 유치장을 나서며 취재진 앞에 섰다. 시종일관 초점 없는 눈빛과 굳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왜 범행을 저질렀는지” “왜 잔혹하게 범행했는지” 처음 2가지 취재진의 질문에는 입을 열지 않았다.

그러다 취재진이 동생의 공범 의혹에 대한 얘기를 꺼내자 김성수는 “동생은 공범이 아니다”라고 처음으로 말문을 열었다.

이날 김성수는 동생에 관한 질문 외엔 사실상 답을 회피했다.

취재진이 “피해자 가족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묻자 김성수는 “제가 잘못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제가 죗값을 치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만 했다.

“우울증 진단서를 제출한 이유가 뭔지”에 대한 질문에도 “진단서는 내가 안 냈고 가족이 냈다”고 답했다.

이날 김성수는 검은색 뿔테 안경에 파란색 후드, 검은색 바지, 운동화를 신었다. 목덜미에는 굵은 문신 자국이 선명했다. 80여명이 넘는 취재진 앞에서도 당황한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김성수는 치료감호소에서 최장 한 달 간 정신감정을 받는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강서경찰서는 현재 건물 신축으로 인해 임시 건물을 사용 중이다. 임시 건물엔 유치장이 없어 피의자가 발생하면 가까운 양천서 유치장으로 보낸다.

앞서 이날 서울지방경찰청은 신상공개심의위원회를 열어 김성수의 실명과 얼굴, 나이를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현행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은 ‘범행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 강력범죄의 피의자가 그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때 얼굴을 공개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2009년 경기 서남부 부녀자 7명을 납치 살인한 ‘강호순 사건’을 계기로 법이 개정됐다.

강서구PC방에서 아르바이트생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성수(29)씨가 정신감정을 받기 위해 22일 서울 양천경찰서를 나서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김성수는 지난 14일 강서구 한 PC방에서 불친절하다는 이유로 아르바이트생 신모(21)씨를 흉기로 수십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손님으로 PC방을 찾은 김성수는 다른 손님이 남긴 음식물을 자리에서 정리해달라는 요구를 하다 신씨와 말다툼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성수는 말다툼 뒤 PC방을 나갔다가 흉기를 갖고 돌아와 PC방 입구에서 신씨를 수십차례 찔렀다. 신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사망했다.

동생이 피해자의 두 팔을 붙잡고 있는 듯한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이 공개되면서 공범 여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경찰은 전체 CCTV 화면과 목격자 진술 등을 고려했을 때 동생이 범행을 공모했거나 방조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런 경찰의 해명에도 여론이 가라앉지 않자 경찰은 동생의 범행 가담 여부를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아울러 김성수가 경찰에 우울증 진단서를 제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심신미약 감경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지난 1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김성수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는 청원글이 올라왔다. 이 청원엔 이날 오전 11시 현재 86만6000여명이 동의했다. 이 추세면 최초의 ‘100만 청원글’이 탄생할 전망이다. 청와대는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은 청원은 반드시 답변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