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 잡는다더니 '강남 특별구' 만드나"…LTV 0%에 뿔난 非강남
최종수정 2018.09.14 18:27기사입력 2018.09.14 13:59
정부의 '주택시장 안정방안' 발표 이튿날인 14일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 중개사무소에 인근 아파트 시세표가 붙어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1주택 이상 세대는 신규 주담대 불가
무주택자도 당장 실거주 아니면 안돼

강남은 '관망세'…"이미 팔 사람 다 팔아"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최동현 기자] "이번 정책은 한마디로 '현금 없으면 강남 올 생각 하지 말아라' 아닌가요?" "‘투기세력과의 전쟁’이라고 쓰고, ‘강남 특별구 만들기’라고 읽습니다."
보유세 강화와 주택담보대출 규제로 요약되는 정부의 ‘9·13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서울 강남을 비롯한 인기지역의 진입장벽만 높아지게 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시장에서는 유주택자가 신규 대출이나 청약을 통해 더 나은 주거환경으로 이동하려는 실거주 수요마저 ‘투기’로 몰았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9·13 주택시장 안정 대책’에 따라 14일부터 1주택 이상 세대는 담보인정비율(LTV) 0%가 적용돼 서울 전역과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에서 신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됐다. 무주택자도 이날부터 공시가격 9억원 초과 주택의 경우 실거주가 아니라면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없다.

아울러 유주택자는 청약시장에서 모든 무주택자들이 신청한 뒤 잔여물량만을 가지고 청약에 도전할 수 있다. 그간 50% 물량은 추첨제로 기회가 돌아왔던 전용 85㎡ 초과도 전량 무주택자 우선이다.

최근 소득을 기반으로 주택 매매를 하기에는 집 값이 가파르게 상승했고, 서울 및 수도권 인기지역은 높은 청약경쟁률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유주택자는 당분간 더 나은 조건의 지역으로 집을 옮기기 어려워진다는 얘기다.

특히 이번 대책은 강남에 거주하고 있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최근 "모든 사람이 강남에 살 이유는 없다"고 발언한 이후 나온 것이어서 더욱 시장의 반발을 사고 있다. 장 실장은 지난 5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저도 거기에 살고 있기 때문에 말씀을 드리는 것"이라며 농담조로 이 같은 얘기를 했지만, 비(非)강남 거주자들에게 박탈감을 느끼게 했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대책 발표 당일 가입자 수 50만명 이상의 한 인터넷 부동산 카페에는 "이번 대책을 보고, 서민들은 강남에 오지 말라는 메시지를 읽었다", "예전에는 열심히 집 옮기며 전략을 짜면 원하는 곳에 거주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는데, 이제는 매물이 나오면 현금을 쥐고 있는 사람들만 ‘쇼핑’할 수 있는 환경이 됐다", "새로운 신분사회가 도래했다"는 자조가 쏟아졌다.

‘부동산 특별구’로 지목된 강남3구(서초·강남·송파구) 현장은 의외로 차분하다. 일단 지켜보겠다는 관망세 위에 정부의 ‘후행적·땜질식’ 정책을 냉소하는 비판적 분위기다. 강남구 대치동 A공인중개소 대표는 "이미 팔 사람은 다 팔고 가격도 오를대로 오른 상황이라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면서 "여기(강남3구) 사람들은 다음 정권까지 기다리자는 심리가 강하게 굳었다"고 말했다. 서초구 반포동 B공인중개소 관계자도 "일년에 돈 몇백만원 더 내는 것에 개의치 않는 분위기"라며 "호가는 조금 내려갈 수 있겠지만 매물이 단기간 쉽게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제껏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의 핵심 타깃이 돼 왔던 만큼 내성이 생긴 듯한 반응도 있었다. 송파구 C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지난 8·27대책도 그렇고 정부 정책으로 강남 부동산시장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는 타이밍은 이미 지났다고 본다"며 "이미 거래는 많이 뜸해졌음에도 가격은 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남 지역 내에서도 이번 정책으로 인해 ‘신규 진입’은 어려워졌다고 진단했다. 대치동 A공인중개소 대표는 "앞으로 자녀 취학 등의 목적으로 새롭게 강남에 진입하려는 사람들에겐 부담이 클 것"이라며 "벌써 매수를 포기하고 월세가 얼마인지 물어오는 학부모들이 있다"고 말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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