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 발견 장소, CCTV 없어
경찰, 특정 렌터카 수사 중…용의자 특정은 아직 일러
국과수 “사인 불명…정밀 감정 해봐야”
사건 미스터리…용의자는 왜 노출된 장소에 시신을 유기했나
범죄전문가 “용의자, 시신 발견 상황까지 예상했을 수 있어”
20일 오전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기 과천경찰서 관계자는 “시신 발견 장소에는 CCTV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용의자 특정 상황에 대해서는 “시신 발견 장소를 다녀간 렌터카 중 특정 렌터카를 중심으로 수사를 하고 있다”면서도 “수사를 더 해봐야 알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관계자는 또 시신이 발견된 위치가 서울대공원 인근의 청계산 등산로 입구 근처인 점에서는 “실제 시신이 발견된 장소는 그렇게 외부로 노출된 장소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시신의 사인은 아직 확인할 수 없다는 부검결과가 나왔다. 경찰은 시신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으로부터 “시신 부패로 인해 사인을 단정하기 어렵다”라는 구두 소견을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또 시신의 절단 부분에 대해서는 “시신의 목 부위와 다리 부위 절단 도구도 아직 명확하지 않고, 얼굴과 어깨에 있는 훼손 흔적은 사후 손상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정확한 사인에 대해 국과수는 “정확한 사인은 목 졸림 흔적이나 약독물 중독 여부 등을 정밀 감정해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 과천 토막시신 사건 미스터리, 용의자는 왜 노출된 장소에 시신을 유기했나
현재까지 경찰 수사 상황을 종합하면 시신 발견 장소에는 CCTV가 없어 이 장소를 중심으로 누가 다녀갔는지 특정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또 수많은 인파가 오가는 서울대공원의 특성을 고려하면 누군가 사건 당일 렌터카를 이용해 현장 인근을 다녀갔어도 용의자 입장에서는 알리바이를 쉽게 증명할 수 있다.
따라서 현재 경찰 입장에서는 시신이 유기되던 시점을 목격했거나 사건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누군가의 제보·진술이 절실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사인을 알 수 없는 점, 시신 훼손 부분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상황도 이 사건이 장기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 가운데 일각에서는 시신의 발견된 장소에 대해 의문점을 나타내고 있다. 시신은 청계산 등산로 입구 근처에서 발견됐다. 이 장소는 장미의공원 주차장으로 진입하는 도로와 인접해, 용의자가 시신을 숨기려는 의도가 있다면 굳이 이 장소를 선택할 이유가 없다.
◆ 범죄전문가 “용의자, 범행에 자신있다고 생각할 수 있어”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범죄전문가는 용의자가 경찰의 시신 발견 후 수사 상황을 어느 정도 예상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용의자가 사람이 많이 오가는 장소에 시신 유기를 했다는 것은 시신이 금방 발견되고 경찰의 수사가 곧 시작될 것이라는 것을 예상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시 말해 용의자 입장에서 자신의 범행에 대해 어느 정도 자신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용의자가 시신을 훼손한 이유에 대해서는 “계획적으로 이같은 범행을 저지를 수 있지만, 범행 은폐 목적으로도 우발적으로 시신을 훼손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시신 토막 후 용의자의 행동 분석에 대해서는 “범죄자가 보통 시신을 훼손한 경우 이 과정에서 자신의 에너지를 모두 소비할 수 있다”며 “하루 또는 이틀 정도 자신의 집에서 은폐 후 외부로 시신을 유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최근 폭염이 이어지면서 만일 자택에 시신을 유기했다면, 시신 부패 과정에서 발생하는 악취로 훼손 후 다음날 정도 유기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시신이 발견된 장소에 대해서는 “용의자가 경찰의 시신 발견 후 상황까지 계산하고 있을 수 있다”면서 “자신의 자동차나 자전거 그리고 렌터카로 이용해 시신을 운반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건의 장기화 우려에 대해서는 “주변 CCTV가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장소를 선택했을 수 있다”면서 “만일 이 경우에 해당 된다면 계획 범죄로 사건이 장기화 될 수 있겠지만,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통한 주변인 특정 △렌터카로 시신을 이동했다면 렌터카를 집중 수사해 사건을 마무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경찰에 따르면 앞서 19일 오전 9시40분께 과천동 서울대공원 장미의언덕 주차장 인근 도로 주변 수풀 사이에 놓여 있던 남성 A(51)씨의 몸통 시신을 서울대공원 경비원이 순찰 중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이날 몸통이 발견된 곳에서 4~5m 거리에 떨어져 있는 머리 부분을 추가로 발견해 시신을 수습했다.
이날 시신으로 발견된 A씨는 20여년 전 집을 떠나 가족과 거의 연락을 하지 않은 채 지내온 것으로 전해졌으며, 주소지로 등록된 곳은 경기도에 있는 한 식당으로 A 씨가 수년 전 일하던 곳으로 알려졌다.
한편 경찰은 피해자 신원이 50대 남성으로 확인됨에 따라 피해자가 살아있을 때 그와 통화한 사람들과 시신 발견 장소를 다녀간 차량 등에 대해서 수사를 하고 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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