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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의 ‘공든 탑’ 무너뜨린 드루킹의 한 마디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3초

당초 “여러 명 있는데서 킹크랩 시연”→ 대질에선 “독대해서 시연” 말 바꿔

시연장에 함께 있었다고 진술한 다른 경공모 회원들의 진술까지 신빙성 훼손

특검의 ‘공든 탑’ 무너뜨린 드루킹의 한 마디 '드루킹' 김동원(49)씨가 4일 8번째 조사를 마치고 서울구치소로 돌아가고 있다./ 이기민 기자 victor.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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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장용진 기자] 김경수 경남지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기 위해 허익범 특검팀이 쌓아 올린 ‘공든탑’이 드루킹의 말 한마디에 무너지고 말았다. 1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김 지사에 대한 영장실질심사에서 허익범 특검은 그간 공개하지 않았던 증거자료까지 제시하며 반전을 노렸지만 기울어진 전세를 뒤집지 못했다.

얼마 전까지도 킹크랩 시연 과정을 여러사람이 함께 보았고 그 자리에 김경수 지사가 있었다고 진술했던 드루킹이 막판에 바뀐 것이 치명적이었다.


당초 드루킹 김모씨(48)는 지난 2016년 11월 9일 경기도 파주의 느릅나무 출판사에서 김경수 지사가 참석한 가운데 댓글조작 프로그램인 킹크랩의 프로토 버전을 시연했고 그 자리에는 김 지사 외에도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회원들이 함께 있었다고 주장했다.

특검팀에 연이어 소환된 경공모 회원들 역시 김씨와 같은 진술을 하면서 김 지사의 ‘댓글조작’ 개입의혹은 사실로 확정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지난 8월 9일 진행된 김 지사와 드루킹과의 대질신문 과정에서 드루킹의 진술이 바뀌면서 수사는 이외의 복병을 만나게 된다. 경공모 회원 여러명이 함께 킹크랩 시연을 했다던 드루킹은 이날 갑자기 “김 지사를 독대한 자리에서 시연했다”고 말을 바꿨기 때문이다.


1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김 지사는 측은 바로 이 점을 집중적으로 파고 들었다. 바뀐 진술에 따르면 드루킹은 물론 경공모 회원들의 진술까지 모두 신뢰할 수 없다는 취지다.


특검측은 2016년 11월 9일 김 지사가 일명 ‘산채’로 불리는 경기도 파주의 느룹나무 출판사를 방문했던 시점에 포털사이트 접속기록과 킹크랩 사용기록이 남아 있다는 점을 제시하며 반전을 노렸지만 뜻대로 되지는 않았다. 특검팀은 이 접속기록과 로그파일을 '스모킹건'이라고 생각했지만 드루킹의 진술이 갑자기 바뀌면서 허점을 노출하고 말았다.


‘김 지사와 독대했다’고 드루킹이 진술을 바꾸면서 김 지사와 상관없이 산채 내 다른 곳에서 시연이 이뤄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졌기 때문이다. 김 지사 측 변호인들도 이점을 놓치지 않고 파고든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 관계자는 이날 영장기각 직후 “김지사와 드루킹이 만났던 시간에 킹크랩을 시험작동했던 증거를 포착해서 넣었는데도 영장이 기각됐다”며 아쉬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드루킹이나 경공모 회원들의 진술 외에는 김 지사가 킹크랩 시연을 직접 봤을 것이라는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진술의 신빙성에 의문이 제기된 만큼 추가적인 증거가 없었다면 기각을 피할 수 없었다는 것이 법조계의 대체적 시각이다.


이날 김 지사에 대한 영장이 기각되면서 활동기간을 일주일 밖에 남기지 않은 특검팀의 수사동력도 크게 떨어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장용진 기자 ohngbear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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