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드루킹’ 김동원(49·구속)씨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던 노회찬 정의당 의원(61)이 서울 한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23일 경찰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9시38분께 서울 중구의 한 아파트 현관에 노 의원이 쓰러져 있는 것을 아파트 경비원이 발견해 신고했다. 노 의원은 발견 당시 이미 숨져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노 의원이 이 아파트 17층과 18층 사이에서 투신해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노 의원의 외투에서 발견된 유서에는 “가족에게 미안하다. 드루킹 관련 금전을 받은 사실을 있으나, 청탁과는 관련이 없다”며 의혹을 부정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노 의원이 신변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망 경위를 확인하고 있다.
노 의원은 그간 드루킹의 최측근 도모(61) 변호사로부터 불법 정치후원금 5000만원을 건네받았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허익범 특별검사팀은 도 변호사에 대해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도 했다.
특검은 도 변호사가 2016년 3월 경기고 동창인 노 의원에게 두 차례에 걸쳐 정치자금을 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2000만원은 드루킹 일당의 거점이자 일명 ‘산채’로 불린 경기도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에서, 3000만원은 서울에서 쇼핑백에 담아 노 의원의 지역구인 경남 창원에 가서 노 의원 부인의 운전기사를 통해 전달했다는 게 특검 측의 설명이다. 특검은 드루킹이 이끈 인터넷카페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관련자 2명으로부터 이 같은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 변호사는 2016년 당시 경찰이 불법 후원금 수사에 나서자 드루킹의 변호인으로 나서 5000만원 전달에 실패한 것처럼 증거를 위조해 무혐의를 받아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특검은 도 변호사가 경공모 관련자들에게 “돈을 모두 돌려받았고, 이 가운데 일부는 경비 등으로 지출했다”고 허위 진술을 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노 의원 측은 일관되게 부인해 왔다. 노 의원은 여야 5당 원내대표 방미 일정으로 출국하면서도 “어떠한 정치자금을 받은 적이 없다”며 “특검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특히 도 변호사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졸업한 지 30년 동안 교류가 없다가 연락이 와서 지난 10년간 4~5번 정도 만난 사이”라며 “총선이 있던 2016년에는 전혀 교류가 없었는데 돈을 줬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노 의원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특검 수사에도 일정 부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허익범 특검팀은 이날 오전 11시30분 긴급 브리핑을 열고 입장을 표명하기로 했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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