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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도 사찰도 ‘테이블에 의자’…‘좌식문화’ 종말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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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도 사찰도 ‘테이블에 의자’…‘좌식문화’ 종말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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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윤신원 기자] 앉아 생활하는 ‘좌식(坐式)문화’가 사라지고 있다. 온돌문화의 발달로 300년 넘게 우리나라 고유문화로 자리 잡았던 좌식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입식(立式)문화가 생활 속에 자리매김하고 있다.

식당에는 좌식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좌식 식당이라고 해도 입식 테이블이 주를 이루고 좌식 테이블이 일부 남아있는 정도다. 손님들이 신발을 신고 벗는 수고도 수고지만, 허리와 척추, 고관절에 부담을 주는 자세란 점이 부각되면서 좌식을 꺼리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종시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최모 씨는 “좌식 식당을 인수해 그대로 운영 중이었는데 좌식이 불편하다는 손님들도 많았고, 좌식이라 그냥 나가는 손님도 있었다”며 “특히 한 군인 손님이 군화를 힘들게 신고 벗는 모습을 보고 입식으로 리모델링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런 입식 바람은 좌식이 당연시 여겨졌던 장례식장, 경로당, 심지어 불교 사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사찰은 마루바닥에서 절을 하는 것이 전통인데다 108배, 3000배 등 수행도 모두 바닥에서 행해야 하는 터라 입식이 금기시 됐지만, 젊은 신도들의 편의와 고령 신도들의 건강을 위해 성당, 교회에서나 볼 수 있었던 예배의자를 비치하기 시작했다.


좌식문화가 생겨난 지 300여 년 만의 변화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좌식이 주 생활양식이었다. 16세기 전후에는 입식이 많았지만, 한겨울 추위에 제격이었던 온돌이 보급되면서 17세기부터 좌식을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현대에 들어서 난방 수단이 다양해지면서 온돌에 집착할 필요가 없어져 건강을 해치는 좌식 생활을 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실제로 좌식생활은 관절 건강에 큰 영향을 준다. 방바닥에 앉은 자세는 요추에 무리를 줘 디스크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또 다리를 벌리고 앉는 일명 양반다리는 ‘오다리’로 불리는 내반슬 각변형의 원인이 된다. 실제로 대한슬관절학회에 따르면 서구권보다 좌식문화가 있는 아시아국가에서 무릎 반월연골판 손상이 더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앉아있거나 바닥에 무릎을 대고 활동하는 자세가 무릎에 부담을 주는 것이다.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나고 있는 점도 입식문화를 보편화시키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은 한 해 1300만 명에 달한다. 좌식문화를 공유하는 중국인·일본인 관광객을 제외해도 300만 명이 넘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의 좌식문화를 낯설어 하는 셈이다.


때문에 일부 지역에서는 시·군·구 차원에서 입식을 독려하기도 한다. 강원도 양구군은 외국인 관광객 증가와 스포츠 대회 참가 혹은 전지훈련을 위해 지역을 방문한 선수들이 음식점들의 좌식에 불편함을 느끼자 해당 지역 음식점들이 입식으로 테이블을 교체할 수 있도록 사업비 50%를 지원했다.






윤신원 기자 i_dentit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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