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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미스 아메리카, 그리고 수영복 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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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미스 아메리카, 그리고 수영복 심사 김은별 뉴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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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뉴욕 김은별 특파원] 이달 초, 미국의 미인 선발대회인 '미스 아메리카' 이사회의 절반 정도가 사임했다. 미국 각 주의 미인선발대회를 담당하는 곳에서는 미스 아메리카 선발대회 조직위원장을 물러나게 해야 한다는 운동도 벌어졌다.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미스 아메리카 조직위원회에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바로 지난달 그레천 칼슨 미스 아메리카 선발대회 조직위원장이 발표한 '수영복 심사 폐지' 때문이다. 미스 아메리카의 수영복 심사가 시작된 것은 1921년. 거의 100년 만에 수영복 심사가 폐지됐다. 오는 9월 열리는 전국 대회에서부터는 수영복 심사를 볼 수 없게 됐다. 이를 아쉬워하고 반대하는 세력도 만만치 않은 모양이다.


수영복 심사 폐지를 비꼬는 농담을 했다 공개 사과를 하는 일도 생겼다. 미스 메사추세츠주 측이 마지막 쇼 직전에 집어넣은 짧은 코미디 단막극이 문제가 됐다. 사회자가 "우리는 방금 마지막 수영복 심사를 봤다. 신이시여,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겁니까. 저는 이해하려고 최대한 노력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하자, 신이 등장해 "나도 그렇다(Me too)"라고 말한 것. 이 코미디는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켜 결국 주최측이 사과했다.

또다른 반대론자들은 '경제 논리'를 들고 나왔다. 2016년 기준에 따르면 미스아메리카 조직위는 98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58만달러 수준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수영복 심사가 제거되고 TV방송이 금지된다면 손실은 더 커질 것이라는 논리다.


이런저런 논란이 있긴 하지만 결국 미스 아메리카에서 수영복 심사는 사라질 것이다. 미스 아메리카 조직위 측은 결정을 번복하는 일은 없다고 단호하게 말한 데다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이 제각각인 시대에 규격화된 잣대로 미인을 뽑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 수영복 심사가 시작됐을 때에만 해도 여성이 수영복을 입고 자유로운 포즈를 취하는 것이 '현대적이고 혁명적인' 것으로 치부됐지만,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다는 논리에 많은 사람들이 납득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가 형성되는 데에는 자유로운 토론이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 ABC방송의 토크쇼 '더 뷰'에서는 최근 '미인대회인데 누가 몸을 다 가리는 옷을 입은 것을 보고 싶느냐'라는 내용에 대해 다뤘다. 미스 아메리카가 각 주의 대표가 모이는 행사인 만큼 각 주를 알리는 옷을 입어야 한다, 왜 남성들의 미는 이렇게 상품화되지 않았을까, 수영복은 입되 어떤 몸이든 인정해주는 행사가 돼야 한다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NBC방송은 뉴욕 길거리를 다니며 남성들에게 '미인대회가 사라지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라고 즉흥적으로 질문했다. 찬반 논란이지만 유머가 곁들여져 있어 유쾌하다.


여성 문제에 민감한 미국에서도 이 논란이 한 달 넘게 진행되는 것을 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한국에서도 이런 선진화된 토론을 보고 싶다. 유독 미인대회에서만큼은 한국이 세계적 흐름에서 역행하는 것처럼 보인다. 미스아메리카 이사회에서 어떤 것이 옳은지 담론이 오가고 있을 때, 한국에서는 미스코리아 대회가 열렸다. 오히려 보란 듯 올해부터는 '화끈하게' 원피스 수영복 대신 비키니 수영복을 입고 심사를 했다. 미스코리아는 포털 검색어 순위에 올랐고, 참가자들의 사진기사 제목에는 '파란수영복은 잊어주세요', '아찔몸매 공개' 등의 제목이 달렸다. 댓글창에서는 소위 '예민한 여자들'에 대한 욕설이 달렸다. 내년에는 한국에서도 벗은 몸을 평가하는 것이 곧 미를 평가하는 것인지, 더 나아가 미의 기준을 평가하는 대회가 필요한 것인지에 대해 건설적인 토론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뉴욕 김은별 특파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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