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고위급 회담 새벽 무기한 연기 통보(종합)

개최 제안 15시간 만에 "한미훈련은 판문점 선언에 대한 도전"

최종수정 2018.05.16 12:15기사입력 2018.05.16 11:43
[아시아경제 황진영 기자, 이설 기자] 북한이 16일 한국과 미국 공군의 대규모 연합공중훈련인 '맥스선더' 훈련을 빌미로 이날 열릴 예정이었던 남북 고위급회담을 중지하겠다고 밝혔다.

표면적으로는 한미 훈련을 문제 삼았지만 북한 비핵화 방법론과 관련해 압박의 수위를 높이는 미국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현하면서 북·미 정상회담의 협상력을 높이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정부는 남북관계에 근본적인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닌 것으로 판단하면서도 다음 주로 예정된 풍계리 핵 실험장 폐기, 북·미 정상회담 등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느라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오전 3시경 송고한 '조선중앙통신사 보도'에서 "우리는 남조선에서 무분별한 북침전쟁 소동과 대결 난동이 벌어지는 험악한 정세 하에서 16일로 예견된 북남고위급회담을 중지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고 밝혔다. 북한이 전날 오전 9시를 넘긴 시각에 판문점 연락관 채널을 통해 고위급회담을 개최하자고 제한한 지 15시간여 만에 일방적으로 '무기 연기'를 통보한 것이다.

중앙통신은 "11일부터 남조선 당국은 미국과 함께 남조선 전역에서 우리에 대한 공중 선제타격과 제공권 장악을 목적으로 대규모의 '2018 맥스 선더' 연합공중전투훈련을 벌려놓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남조선 전역에서 우리를 겨낭하여 벌어지고 있는 이번 훈련은 판문점 선언에 대한 노골적인 도전이며 좋게 발전하는 조선반도(한반도) 정세 흐름에 역행하는 고의적인 군사적 도발"이라고 비난했다.
맥스선더 훈련은 이달 11∼25일 진행되는 한미 공군의 연례적 연합훈련으로 F-22 스텔스 전투기 8대, B-52 장거리폭격기를 비롯한 F-15K 전투기 등 100여 대의 양국 공군 전력이 참가한다. F-22 8대가 한미 연합훈련에 참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통신은 "특히 남조선 당국은 우리와 함께 조선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해 노력하자고 약속하고서도 그에 배치되는 온당치 못한 행위에 매달리고 있으며 천하의 인간쓰레기들까지 국회 마당에 내세워 우리의 최고 존엄과 체제를 헐뜯고 판문점 선언을 비방 중상하는 놀음도 버젓이 감행하게 방치해놓고 있다"고 거론했다.

'인간쓰레기들까지 국회 마당에 내세워…'라고 언급한 것은 최근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가 국회에서 강연과 저서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를 한 것 등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통신은 "미국도 남조선 당국과 함께 벌리고 있는 도발적인 군사적 소동 국면을 놓고 일정에 오른 조미(북미) 수뇌상봉의 운명에 대해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라며 "우리는 미국과 남조선 당국의 차후 태도를 예리하게 지켜볼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이날 오전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남북관계에 근본적인 문제가 생긴 건 아닌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보는 건 아니다”며 “중요한 건 이런 상황에서도 저희가 멈추거나 굽히지 않고 일관되게 계속해서 나가는 것이라 생각하고 그런 입장에는 우리나 북이나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통일부는 이날 오전 대변인 성명을 통해 "북측이 남북고위급 회담 일자를 우리 측에 알려온 직후 연례적인 한미연합공중훈련을 이유로 남북고위급회담을 일방적으로 연기한 것은 4월 27일 양 정상이 합의한 판문점선언의 근본정신과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유감"이라고 밝혔다. 또 "북측이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해 조속히 회담에 호응해 나올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오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보내온 전통문의 정확한 뜻이 무엇인지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황진영 기자 young@asiae.co.kr
이설 기자 sseo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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