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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해리포터와 '볼드모트' 검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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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장용진 기자]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에는 볼드모트라는 마법사가 등장한다. 온각 악행을 저지르면서 주인공의 안전을 위협하는 ‘절대 악’이자 ‘악의 축’ 이다.


영화 속에서 그가 얼굴을 내미는 시간은 별로 길지 않다. 맨 마지막 편은 빼고 나면 기껏해야 영화 마지막 쯤에 잠시 그 얼굴을 볼 수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는 짧은 출연시간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인상을 남긴다. 해리포터 시리즈의 줄거리만 해도 사실상 거의 모든 이야기가 그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해리포터가 주인공이라고 하지만 어찌보면 해리포터보다 더 중요한 인물이 볼드모트가 아닐까 싶을 정도다.

영화 속에서 볼드모트는 ‘그분’ 혹은 ‘그’로 불린다. 가끔 눈치없는 캐릭터인 등장인물이 ‘볼드모트’라고 이름을 부르기라도 하는 경우에는 모든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이 집중될 뿐만 아니라 “그 이름을 부르지 말라”라는 엄중한 주의까지 받게 된다. 시리즈 마지막 편쯤에서는 주인공 해리포터가 “볼드모트는 어딨나”라고 말하자 “그 분의 이름을 함부러 부르지 말라”며 흥분하는 인물들까지 나온다.


그러니까 볼드모트는 결코 현실적이지 않아서 영화나 소설 같은 것에서나 등장할 법한 인물인 셈이다.

만약, 볼드모트 같은 인물이 현실에 나타난다면 어떻게 될까? 누구보다 중요한 인물이지만 절대 공개 거론해서는 안되고 혹여 실수라도 이름을 공개 거론하면 불이익을 받게 되지 않을까 걱정해야 하며, 그 이름을 거론하는 것 자체를 불경스럽게 생각해야 하는 인물.


그런 인물이 있는 사회는 어쩜 매우 불행한 사회일지도 모르겠다. 기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그 보다 최악의 사회도 없을 것 같다. 그런 면에서 법조계는 매우 불행한 사회이고 기자의 입장에서는 최악의 사회다. 이 글에서조차 누군지 말할 수 없는 ‘그’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혹여 실수라도 그의 이름을 거론하면 득달같이 걸려오는 전화를 받게 된다.


당장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폭로사건에서도 그는 여러차례 등장할 수 밖에 없었지만 ‘그분’을 언급한 기자들은 하나같이 어디선가 걸려온 전화를 받고 그분의 이름을 삭제했다. 이제는 아예 기자들 스스로 ‘그분’의 이름을 쓰지 않으려할 정도가 됐다.


그럼에도 그의 그림자는 법조계 곳곳에서 발견된다. 전직 법조계 주요인사와 학계인사들을 초청해 무슨 세미나인지 식사자리인지를 연다는 소식도 있고, 정치권에 줄을 대고 있다는 풍문도 들린다. 최근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를 둘러싸고 검찰 내에서 벌어진 ‘제2차 검란’에도 그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어느 정도 힘을 썼는지는 모르지만 이번 사태로 가장 많은 이익을 보는 사람이 누구라는 것쯤은 다 알려진 사실이다.


어디 없을까? 볼드모트에 맞서 어둠을 걷어내고 새 희망을 건져낼 해리포터와 같은 법조인 말이다.




장용진 기자 ohngbear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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