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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임약 여자나 먹는 거지”…콘돔 광고 어디 갔나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4초

“피임약 여자나 먹는 거지”…콘돔 광고 어디 갔나 걸스데이 유라는 동아제약에서 나오는 피임약 '마이보라'의 광고에 출연했다는 이유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관계 없음.사진=동아제약 광고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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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위진솔 기자] 최근 한 제약사는 아이돌 그룹 걸스데이의 유라를 여성 피임약의 모델로 내세웠다. 해당 광고 속 유라는 “난 내가 선택해”라는 문구와 함께 능동적인 모습을 보인다. 지금까지 ‘숨겨야 하는 것’이라는 편견에 시달렸던 여성 피임약의 이미지를 바꾸려는 시도다. 유라 뿐만 아니라 유명 가수와 코미디언이 또 다른 여성 피임약의 모델로 나섰다.

반면 2018년 현재 남성 피임 도구인 콘돔의 TV 광고는 찾아볼 수 없다. 콘돔 TV 광고는 5년 전인 2013년 마지막으로 방송되었다.


콘돔 업계는 콘돔 광고를 볼 수 없는 것이 콘돔 광고에 대한 지나친 심의 기준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현재 여성 피임약은 의약품인 반면에 콘돔은 의료기기로 분류돼 있다. 따라서 콘돔 광고를 방송에 내보내기 위해서는 의료기기광고사전심의위원회, 간행물윤리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심의 절차가 복잡하기 때문에 콘돔 광고를 제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콘돔 사용률 최하위에 위치했다. 박주현 서울대보라매병원 비뇨기과 교수팀이 발표한 ‘한국여성의 성생활과 태도에 관한 10년간의 간격연구: 한국 인터넷 성별 설문조사 2014’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콘돔 사용률은 11%에 불과하다.


두통, 멀미, 체중 증가, 성욕 감퇴의 부작용뿐만 아니라, 심근경색이나 혈관 질환 등을 앓고 있는 환자의 경우 심장마비, 혈전증, 뇌졸중 등의 위험이 높아지는 위험이 있는 여성 피임약과 달리 부작용이 알려진 바 없는 콘돔의 사용률이 11%에 그치는 것은 한국 사회의 인식에 따른 문제라는 지적이다. 박주현 서울대보라매병원 비뇨기과 교수팀은 “유교에 기반한 가부장제 가족 문화가 깊은 뿌리를 형성해 임신과 출산, 피임은 여성의 책임으로 전가하는 듯한 사회적 분위기가 반영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피임약 여자나 먹는 거지”…콘돔 광고 어디 갔나 사진=EBS 시사교양프로그램 ‘까칠남녀’ 화면 캡처



EBS 시사교양프로그램 ‘까칠남녀’에서는 실제 한국 남성들의 남성 피임에 대한 인식을 방송한 바 있다. 이날 출연한 봉만대 감독은 “콘돔을 쓰면 분위기를 깬다”면서도 “남성용 경구 피임약이 출시되면 먹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MC 박미선이 “(남성용 피임약이) 이미 있다”고 밝히자 봉 감독은 “없는 줄 알고 이야기한 건데. 안 먹어야겠다”고 남성 피임에 대해 거부 반응을 보였다. 길거리의 남성 시민들 역시 남성용 피임약에 대해 “아무리 생각해도 아니야”, “남자가 무슨 피임약을 먹어. 여자나 먹는 거지”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편 남성 피임약을 연구하고 있는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의 존 길보 생식의학 교수는 “여성이 전조성 편두통 또는 혈전 위험 증가 등의 부작용 때문에 경구피임약을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 남성 피임약이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남성 피임약은 2021년 초에 출시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위진솔 인턴 기자 honestyw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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