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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제약에 무너진 '비뇨기 강자'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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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하 회장의 체질개선 처방…발기부전약 '제피드' 생산 중단

[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 이경하 JW중외제약 회장의 '체질개선' 승부수가 물거품이 됐다. 회사를 비뇨기과 강자로 키우겠다며 진행한 10년 프로젝트의 마침표인 발기부전 신약이 경쟁에서 밀려 생산을 중단했다.


21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JW중외제약은 지난해 7월 말부로 '제피드'의 생산을 중단했다. 2011년 10월 출시한 지 6년 만에 시장에서 자진 철수했다.

제피드는 JW중외제약의 두 번째 신약이자 국산 17호 신약이었다. 이 회장에겐 회사의 체질 개선을 위한 승부수였다. 2001년 사장 취임 이후 공을 들여온 조직의 체질개선이라는 도전의 마침표 의미도 컸다.


이 회장은 '링거'라 불리는 수액 전문회사인 JW중외제약을 비뇨기과 강자로 키워냈다. 1993년 요로감염증 신약 '큐록신', 2009년 전립선 비대증 치료 신약 '트루패스'에 이어 제피드로 비뇨기과 육성 10년 프로젝트를 완성했다. 이 회장은 "제피드는 빠른 효과와 적은 부작용으로 환자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진정한 의미의 '해피드럭 1호(happy drugㆍ삶의 질 개선 의약품)'"라고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런 자신감은 고가정책으로 이어져 당시 시장 1위인 비아그라와 맞대결을 펼쳤다.

하지만 화이자가 보유한 오리지널약인 '비아그라' 특허가 풀리면서 수십개의 복제약이 쏟아지자 설 자리를 잃었다. JW중외제약 관계자는 "제피드 출시 다음 해 비아그라의 특허가 풀리면서 수십개의 복제약이 난립했다"며 "가격 측면에서 경쟁이 안 되다보니 생산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발기부전약 시장에서 국산 신약이 힘을 못 쓰고 있다. '착한 가격'을 내세운 복제약과 '게임'을 하기 힘들다. 2012년 5월비아그라 특허가 만료되면서 당장 70여개의 복제약이 봇물 터지듯 등장했다. 이어 2015년에는 일라이릴리의 '시알리스' 특허가 풀렸다. 당시 비아그라-시알리스-자이데나 3파전에 연 1000억원 규모로 굳어진 시장은 치열한 경쟁을 거치며 순위가 뒤바뀌었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발기부전약시장 1위는 한미약품의 '팔팔'(비아그라 복제약)로 292억원어치(21.5%) 처방됐다. 2위 역시 한미약품의 '구구'(시알리스 복제약)로 원외처방액 174억원(9.8%)을 기록했다. 이어 종근당의 '센돔'(시알리스 복제약) 110억원(8.1%), 시알리스 98억원(7.8%), 비아그라 91억원(5.8%) 순이다. 발기부전약 원외 처방액 기준 상위 1~3위가 모두 국산 복제약이다. 강한 영업력과 가격 경쟁력, 인지도를 갖춘 국내 상위 제약사들이 시장에 안착한 결과다. 가격도 오리지널약 대비 80% 정도 저렴하다.


이어 동아에스티 '자이데나(국산 신약 10호)'(76억원)와 SK케미칼 '엠빅스(국산 신약 13호)'(66억원), 한국콜마 '카마라필'(42억원), 대웅제약 '타오르'(37억원), 대웅제약 '누리그라'(32억원) 등이 뒤따랐다. 제피드는 4억여원어치 처방됐다. 나머지 80여개의 제품의 매출은 점유율 2% 미만으로 의미가 없다. 그나마 국산 신약 가운데 자이데나와 엠빅스가 명백을 잇고 있다.


복제약이 쏟아지면서 시장은 여전히 1000억원 초반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발기부전약 원외 처방액 전체 규모는 1387억원이다.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자 동아에스티는 2016년 자이데나의 가격을 최대 67%, 복제약 수준으로 내렸다. 지난달엔 동화약품이 복제약 '헤카테'의 허가를 자진 취하하기도 했다.






박혜정 기자 park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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