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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인권 침해 논란, 군기잡기 태움에 성상품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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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인권 침해 논란, 군기잡기 태움에 성상품화까지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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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설 연휴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근무 중인 간호사 박모(27·여)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박 씨의 남자친구라고 주장하는 A 씨가 이른바 ‘간호가 군기 잡기’로 불리는 ‘태움’을 견디다 못해 극단적인 결정을 한 것이라고 주장함에 따라 사실 여부를 조사할 방침이다. 그런가 하면 앞서 한 병원에서는 여성 간호사를 상대로 선정적인 춤을 강요해 논란이 불거진 바 있어 간호사 인권 사각지대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지난 15일 오전 10시40분 송파구의 한 아파트 화단에서 간호사 박 모 씨가 사망한 채 발견됐다고 18일 밝혔다. 경찰은 박 씨의 남자친구라고 밝힌 A 씨가 한 온라인 익명 게시판에 “‘태움’이라는 것이 여자친구를 벼랑 끝으로 몰아간 요소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 ‘태움’이 뭐길래…과거부터 끊이지 않았던 ‘태움’ 논란

간호사 인권 침해 논란, 군기잡기 태움에 성상품화까지 사진=SBS 스페셜 ‘간호사의 고백-나는 어떻게 나쁜 간호사가 되었나’ 방송화면 캡처



‘태움’이란 ‘재가 될 때까지 괴롭힌다’는 뜻으로 선배 간호사들이 후배를 괴롭히며 가르치는 방식을 지칭하는 일종의 은어로, 과거부터 이어진 의료계의 악질적인 관행이다.


지난 2016년 방송된 SBS 스페셜 ‘간호사의 고백-나는 어떻게 나쁜 간호사가 되었나’ 편에서 그 이면을 알 수 있다. 당시 한 간호사는 병원 내 태움에 대해 “신규간호사는 잘 모르고 미숙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일단 그동안 우리도 당해왔기에 습관적으로 문화적으로 하는 것도 있다”고 밝혔다.


‘태움’을 당해 간호사가 된 지 3개월 만에 퇴사한 간호사 박지우(가명) 씨는 당시 “꿈이었던 간호사를 그만두고 본인이 세상에 짐이 된 것 같아 그냥 죽고 싶다. 자고 일어나면 그냥 내가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심정을 털어놨다.


실제 2013년 ‘정신간호학회지’에 발표된 ‘병원간호사의 직장 내 괴롭힘과 직무 스트레스가 이직 의도에 미치는 영향’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간호사가 근무 기간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경우는 60.9%였다. 이 중 괴롭힘을 경험한 시기는 근무 경력 1년 이내가 58.1%를 차지했다. 입사 시점부터 지속해서 괴롭힘을 경험하는 경우도 14.0%에 달했다.


◆ “연습생인지 간호사인지 헷갈리는 수준”‥간호사 울리는 ‘성 상품화’


간호사 인권 침해 논란, 군기잡기 태움에 성상품화까지 성심병원 간호사들이 노출 의상을 입고 춤을 추고 있는 모습/사진=‘간호학과, 간호사 대나무숲’ 페이스북 캡처



지난해 11월에는 간호사들에게 선정적인 의상과 춤을 강요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간호사 성 상품화 문제가 대두됐다. 당시 논란이 일었던 성심병원은 재단 행사 때 소속 간호사들에게 짧은 옷을 입고 선정적인 춤을 추라고 요구했다. 이에 당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성심병원에 재직한다고 주장한 익명의 글쓴이는 “행사 이주 전부터는 출근을 아예 하지 않고 연습만 시킨다”며 “이쯤 되면 내가 연습생인지 간호사인지 헷갈리는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당시 ‘직장갑질 119’에는 성심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들의 고발이 이어졌다. 이들은 “어떤 간호사들의 경우 극도의 수치심을 호소하며 울기도 했지만, 윗선에선 ‘남들 다 하는 건데 유난을 떤다’는 반응뿐이라더라”면서 “당연히 없어졌어야 할 병원의 어두운 그림자가 이제서야 기사로 보도됐는데 병원 측에서는 모르고 있었다고 하니 너무 억울하고 화가 난다”고 밝혔다.


간호사 인권 침해 논란, 군기잡기 태움에 성상품화까지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 간호사, 5명 중 1명꼴로 ‘임신순번제’ 겪어


‘임신 순번제’는 여러 명이 같은 시기에 임신하면 일손이 부족해진다는 이유로 병동 내에서 순서를 정해 임신과 출산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지난 2014년 전국보건의료노동조합이 조합원 1만826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임신 경험이 있는 간호사 1902명 중 365명(17.4%)이 임신순번제를 겪었다고 응답했다. 이는 5명 중 1명꼴로 ‘임신순번제’를 겪은 것이다.


대한간호협회가 2007년부터 2016년까지의 간호사들 실태조사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국내 병원에서 간호사 1인당 담당 환자 수는 25명~40명에 달하며, 최근 양승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보건의료인력 수급체계 연구결과’에 따르면 올해 보건복지인력 중 간호사 12만 2164명 부족할 것으로 추산됐기에 간호사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른 나라의 경우 간호사 인권 보호 취지의 법률로 이 같은 피해 사례를 방지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간호사 부족 문제 해결 등을 위해 지난 2002년 ‘간호사 재투자법’을 제정해 간호 인력 개발 프로그램 사업을 국가 예산으로 실시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에도 1992년 ‘간호사 등의 인재 확보의 촉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간호사 자질향상, 이직 방지 및 복직 지원, 병원보육시설 운영, 간호사양성기관 지원 등을 진행하고 있다.


한편 전국보건의료노조는 19일 성명을 내고 “자살사고의 정확한 원인은 수사를 통해 밝혀지겠지만 지금까지 확인된 정황으로 보면 신규간호사 적응교육기간 받은 직무스트레스, 과도한 업무량과 긴 노동시간, 실수에 의한 사고 책임 부담이 신규간호사를 극단적인 선택으로 내몬 원인으로 판단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이어 “이런 악습은 환자를 돌보는 간호사들의 자존감을 훼손하고 병원에 필요한 공동체문화를 파괴하는 적폐”라며 “반드시 근절되어야 하며, 간호사들이 존중받으며 일할 수 있는 조직문화 개선작업이 더 이상 지체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허미담 기자 pmdh03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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