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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평창 참가는 남측에 주는 선물"… 북한의 프레임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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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평창 참가는 남측에 주는 선물"… 북한의 프레임 전략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을 비롯한 북한 예술단 사전점검단이 서울역으로 이동하기 위해 22일 오전 강원 강릉역에서 KTX 열차로 향하고 있다. 북측 사전점검단은 이날 서울 공연장 후보지에 대한 점검을 마치고 북으로 돌아갈 예정이다./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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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완주 정치사회 담당 선임기자] 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 대표단 파견을 '우리 정부에 주는 선물'이라는 프레임으로 국면을 주도하고 있다. 이는 계속 강화되는 경제제재의 압박과 미국의 대북 군사옵션 카드로 궁지에 몰린 북한이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국제적 여론을 호도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특히 북한은 비핵화와 평창올림픽 문제를 분리해서 대응하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했지만 지난 주말을 거치면서 눈여겨 볼만한 기조 변화가 나타나 귀추가 주목된다. 평창올림픽 참가의 명분을 남측을 돕기 위한 선물이라고 주장하는 프레임을 내걸은 것이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21일 평창올림픽에 대한 북한의 시각을 처음으로 드러냈다.

노동신문은 이날 '역사의 오물통에 처넣어야 할 쓰레기 언론'이란 제목의 논평에서 "남조선 각계도 정세 악화로 역대 최악의 인기 없는 경기대회로 기록될 수 있는 이번 겨울철 올림픽경기대회에 우리가 구원의 손길을 보내주고 있는데 대해 고마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남측 보수언론들이 선의를 무시하고 민족 내부의 불신과 대결을 고취하는 악선전에 몰두한다고 비난하는 과정에서 나온 입장이다.


평창올림픽 참가에 대한 북한의 이 같은 입장은 앞으로 남북관계에서도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평창올림픽의 흥행을 위해 북한이 남측의 선물을 준 것'이라는 프레임을 걸어두고 남북회담에 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평창올림픽 참가가 남북대화를 통해 궁극적으로 북미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한 북한의 전략적 선택이었다는 기존의 해석을 뒤집기 위한 '명분찾기'로 풀이된다. 협상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전략적 포석일 가능성이 크다.


현송월 삼지연 관현악단 단장의 일거수일투족이 화제가 되는 상황도 북측은 손해를 볼 일이 아닐 것이다. 현송월과 예술단에 대한 관심이 쏟아질수록 남측에 성의를 다해 지원해준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평창올림픽 행사보다 북한 예술단의 공연에 관심을 집중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취소 파동을 자초했을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북한은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내용을 놓고 연일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비핵화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남북관계가 개선되기 힘들다는 문 대통령의 발언에 공세를 집중했다.


그런 상황에서도 북한은 남북 실무접촉이 시작된 이후 철저히 정치색을 배제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북한 매체들은 남북 접촉에 대해 전체적으로 '진지하게' 협의하고 '원만히' 풀어나가기로 했다는 점에 방점을 두고 담담하게 보도하는 기조를 유지했다.


화기애애하게 남북 고위급회담이 열린 지난 9일 북한 수석대표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이 한나절 만에 얼굴색을 바꾸고 돌변한 이후 그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 정부의 비핵화 발언에 대해 강하게 반발한 것이다. 그 이후 북측이 우리 정부의 태도에 대해 트집을 잡거나 정치적 비난을 덧씌우는 발언은 전혀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지난 19일 북한은 예술단의 사전점검단 일정을 우리 정부에게 통보한 뒤 11시간 만에 취소했다가 이튿날 오후 다시 보내겠다고 통보하는 등 혼선을 자초했다.


정확인 이유가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협상을 주도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들이 나온다. 스위스 로잔에서 진행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선수단 구성 논의에서 북측의 주장을 관철시키려는 일종의 무력시위라는 해석도 낳았다.


결과적으로 IOC가 주장한 5명의 경기당 북한 선수의 출전수는 우리 정부의 요구대로 3명으로 결정났다. 북한이 사전점검단을 다시 보낸다고 통보한 지 2시간이 넘은 시점이었다. 로잔에서의 협상력을 위해 사전점검단 취소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추측이 가능한 부분이기도 하다.


남남갈등을 부추기기 위한 포석일 수도 있다. 남측의 언론보도 내용에 불만을 가진 북한은 매체를 동원해 맹비난을 하고 있다. 실제로 사전점검단 취소 파동을 겪은 우리 정부는 기자들에게 과도한 추측성 보도나 비판적 보도를 자제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북측이 의도했다면 어느 정도 먹히는 상황으로 보일 수 있는 장면이다.




정완주 정치사회 담당 선임기자 wjch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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