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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Eye] 대지진 뒤 일본 고층아파트 ‘쓰나미’…공포 변수, 한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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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3·11 대지진 직후 고층 아파트 외면 현상…도쿄 20층 이상 아파트 가격 83% 폭락 경험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부동산 Eye’는 부동산 시장의 흐름을 분석하고 주목할 만한 사건이나 장면을 조명하는 연재 기획물입니다.

“엘리베이터가 멈추면 사고가 발생할까 걱정돼 계단으로 뛰어 내려갔다.” 포항의 시민 A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지난 15일 오후 규모 5.4 지진이 발생한 뒤 급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A씨가 그나마 지진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엘리베이터가 아닌 계단을 이용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경주 지진이 발생했을 때는 엘리베이터에 갇히는 사고가 이어졌다. 하지만 포항 지진이 발생했을 때는 119에 접수된 엘리베이터 구조 신고가 24건으로 나타났다. 소방당국은 계단을 이용하는 게 안전하다는 인식이 확산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아파트 입주민들이 계단을 이용해 탈출을 고려할 때는 고민이 뒤따른다. 층수가 올라갈수록 계단을 이용한 탈출이 말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아파트 층수는 점점 높아져 최근 지은 것은 30~40층은 기본이고 50층을 훌쩍 뛰어넘는 고층도 적지 않다.


[부동산 Eye] 대지진 뒤 일본 고층아파트 ‘쓰나미’…공포 변수, 한국은? 지진의 여파로 경북 포항의 한 다세대 주택 담벼락이 무너져 내려 있다. (사진=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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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럽게 지진이 발생했을 때 30~40층에 사는 입주민이 계단을 이용해 1층으로 내려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실제로 포항 지역 주민 중에서 고층 아파트에 살던 이들은 이번 지진 사고로 아찔한 상황을 경험했다. 저층에 사는 지인이나 친척 집에 임시 거처를 마련한 이들도 있다. 고층에서 지진을 맞이할 경우 탈출이 어렵다는 점을 직접 느꼈기 때문이다.


아파트는 층수에 대한 선호도는 시대에 따라 달라졌다. 과거에는 적당히 높은 층이 이른바 로열층이었다. 예를 들어 10층 아파트의 경우 중간층에서 조금 더 높은 층을 선호했다. 하지만 최근의 흐름은 최고층 쪽으로 선호가 옮겨가고 있다. 더 높은 층에 사는 것을 선호한다는 얘기다. 고급 아파트 단지를 조성할 때 최상층에 ‘펜트하우스’를 마련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고층 아파트의 장점은 하나둘이 아니다. 조망의 중요성이 부각된 이후에는 고층에 대한 선호도가 더욱 커졌다. 일조권에 대한 고민도 없고 사생활 침해 문제도 걱정할 게 없다. 게다가 저층 주민이 경험하는 각종 소음 걱정도 덜 수 있다.


아파트 단지는 층수에 따라 분양가격이 다르다. 최근 분양을 진행한 서울 고덕 아르테온 84㎡ 형의 경우 7억3700만원 수준이었지만 20~29층은 8억150만에 달했다. 층수가 다르다는 이유로 6000만원 넘게 차이가 나는 셈이다.


[부동산 Eye] 대지진 뒤 일본 고층아파트 ‘쓰나미’…공포 변수, 한국은? [그래픽=아시아경제DB]


비용 부담을 느끼면서도 고층을 선호하는 것은 나중에 팔 때 충분한 이득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저층보다는 고층 아파트가 더 비싸게 팔린다. 분양 당시 비용 부담 이상의 이익을 기대할 수도 있다.


고층 아파트 선호현상은 앞으로도 계속될까. 부동산 시장의 변화 흐름을 고려할 때 단언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과거에는 주상복합 아파트가 더 인기 있었지만 관리비 부담과 재건축의 어려움 등 불리한 요소가 부각되면서 인기가 시들해졌다.


고층 아파트 선호현상도 마찬가지다. 현재도 장년층의 경우 고층보다는 저층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풍수지리학적으로 높은 곳보다는 낮은 곳에서 사는 게 좋다는 판단도 영향을 미쳤다. 계단을 이용해 오르내릴 때도 저층이 훨씬 유리하다. 상대적으로 몸이 불편한 장년층이 저층을 선호하는 이유다.


하지만 젊은층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저층보다는 고층을 선호하는 게 일반적이다. 한국이 더는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게 확인됐다는 점이 변수다. 고층에서 지진의 공포를 경험한 사람일수록 저층에 대한 선호로 이어질 수 있다.


[부동산 Eye] 대지진 뒤 일본 고층아파트 ‘쓰나미’…공포 변수, 한국은? 포항 지진 사진=아시아경제 DB


이와 관련해 수많은 지진을 경험한 일본의 사례는 의미심장하다. 일본은 2011년 3월11일 도호쿠 지방 태평양 해역의 대지진으로 큰 피해를 경험했다. 규모 7의 대지진은 많은 것을 파괴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도 당시 지진으로 일어났다.


3·11 대진 이후 도쿄의 고층 아파트는 가격 폭락을 경험했다. 도쿄 부동산경제연구소에 따르면 대지진 직후인 4월에는 전년 대비 82.8%나 급락했다. 5월을 기준으로 해도 도쿄의 20층 이상 고층 아파트 가격은 전년 대비 39.5% 떨어졌다.


일본의 지진공포는 고층 아파트 외면으로 이어졌고 자연스럽게 가격 폭락으로 이어졌다.


일본의 고층아파트 폭락이 한국에서도 이어질 것인지는 단언하기 어렵다. 부동산 시장의 특성이 다르고 지진에 대한 심리적인 부담도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경주에 이어 이번에 포항까지 대규모 지진이 이어지면서 과거와는 다른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굳건했던 고층 선호 현상에도 조금씩 균열이 일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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