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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바 인수] SK하이닉스 '낭보' 삼성전자 표정관리 왜

시계아이콘읽는 시간2분 12초

막강한 자금력 중국의 도시바 인수 결과 피해…SK하이닉스와 기술력 '선의의 경쟁' 효과도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중국 업체가 도시바 반도체 사업부문을 인수하는 것만은 피했으면…."


일본 도시바 반도체 사업부문 매각이 쟁점으로 떠오를 무렵 국내 업계에서는 '중국 경계령'이 이어졌다. 도시바 인수전에 뛰어든 SK하이닉스는 물론 글로벌 업계 1위 삼성전자도 이런 인식은 마찬가지였다.

지난 21일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연합'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최악의 상황은 일단 피한 셈이다. 도시바 매각 협상이 끝난 것은 아니다. 최종 마무리 협상이 남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결과는 SK하이닉스 입장에서 '낭보'임에 틀림없다.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에 이어 국내 시가총액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은 반도체 '슈퍼호황' 효과와 관련이 있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시장에서 도약의 기회를 잡았다. SK하이닉스 이미 SK그룹의 실적을 떠받치는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은 SK그룹 입장에서도 의미 있는 결과다.


[도시바 인수] SK하이닉스 '낭보' 삼성전자 표정관리 왜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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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는 최종 마무리 단계까지 신중하게 접근한다는 입장이다. 돌다리도 두드리는 심정으로 도시바 인수를 마무리하겠다는 의미다. SK하이닉스의 표정관리는 전략적인 측면에서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흥미로운 점은 SK하이닉스의 낭보를 바라보는 삼성전자의 입장이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의 사업 탄력성 강화라는 측면에서 삼성전자는 경계의 시선을 보낼 수도 있다. 글로벌 시장의 변화와 맞물려 중장기 발전전략을 준비하는 기업 입장에서 당연한 대응이다.


삼성전자 역시 신중하게 이번 도시바 매각 협상을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표정관리에 나선 모습도 엿보인다. 삼성전자 입장에서 이번 결과가 꼭 나쁜 방향으로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메모리 반도체의 양대 축인 D램과 낸드플래시 부문에서 삼성전자는 모두 1위를 질주하고 있다. 특히 D램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3강 체제가 굳어졌다. 다른 기업들은 D램 시장에 진입하고 싶어도 3강 체제의 강고한 벽을 넘어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낸드플래시는 얘기가 다르다. 삼성전자가 강자인 것은 분명하지만 도시바를 비롯해 웨스턴디지털, SK하이닉스, 마이크론, 인텔 등이 선두 자리를 노리며 각축을 벌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IHS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낸드플래시 시장점유율은 삼성전자 36.7%, 도시바 17.2%, 웨스턴 디지털 15.5%, SK하이닉스 11.4%, 마이크론 11.1%, 인텔 7.4% 등의 순이었다.


SK하이닉스가 도시바 인수에 성공하면 낸드플래시 시장점유율 순위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도시바를 인수해도 양사의 시장점유율을 단순 합계해서 삼성전자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식의 해석은 적절하지 않다"면서 "기술력 측면에서는 SK하이닉스에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미·일 연합 형태의 인수라는 점에서 SK하이닉스의 단독 인수와는 차이가 있다. SK하이닉스가 시장점유율 측면에서 힘을 받겠지만, 당장 삼성전자를 위협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삼성전자가 자신감을 숨기지 않는 이유는 시장점유율 측면에서 아직은 여유가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시장점유율은 업계의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조정될 수 있다. 주목할 부분은 시장점유율이라는 수치보다는 기술력이다.


삼성전자는 3D낸드플래시 기술력에서 자타공인 최고의 자리에 올라 있다. SK하이닉스는 세계 최초로 72단 3D낸드플래시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64단 3D낸드플래시를 양산하고 있다. 숫자만 보면 SK하이닉스가 한 발 앞선 것처럼 보이지만, 아직 양산단계에 들어선 것은 아니라는 점이 주목할 부분이다.


[도시바 인수] SK하이닉스 '낭보' 삼성전자 표정관리 왜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


삼성전자는 올해까지 64단 3D낸드플래시 생산 비중을 50% 이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안정적인 양산은 물론이고, 비중을 더욱 확대해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의미다. 삼성전자는 96단 3D낸드플래시 원천기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4세대 V낸드를 계기로 90단 이상의 수직 적층 한계를 극복해 반도체 칩 하나에 1조개 이상의 정보를 저장하는 '1테라(Tera) 비트 V낸드' 시대를 여는 원천 기술도 확보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앞선 기술력을 토대로 낸드플래시 시장 변화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도시바가 낸드플래시를 상용화한 원조 기업이라는 점에서 기술력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3D낸드플래시 기술력이 한 단계 더 발전한다면 시장 판도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다.


SK하이닉스의 선전은 삼성전자와 기술력에 대한 '선의의 경쟁'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만만찮은 경쟁자의 등장이라는 변수에 주목하며 기술력 개발에 더욱 힘을 쏟을 수밖에 없다. SK하이닉스도 상대적으로 열세로 여겨지던 낸드플래시 부문에서 선두권에 올라설 기회를 잡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연합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표정관리를 하고 있는 이유는 중국 변수가 사라지는 효과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중국이 도시바를 인수하는 시나리오를 가장 경계했다.


중국은 막강한 자금력을 토대로 반도체 사업 투자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숨기지 않고 있다. 문제는 기술력이다. 기술력의 벽만 넘는다면 반도체 시장의 판도를 바꿔놓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도시바는 매력적인 존재다.


지금은 기술력에서 삼성전자에 뒤져있지만, 도시바는 낸드플래시 원조 기업이다. 도시바의 기술력과 중국의 자금력이 맞물릴 경우 삼성전자도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도시바 인수전이 완전히 마무리된 게 아니라는 점에서 경계를 늦출 수 없지만, 중국이나 대만 업체가 아닌 한국의 SK하이닉스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은 의미가 있다"면서 "SK하이닉스는 물론이고 삼성전자 입장에서도 긍정적인 결과"라고 말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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