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投機 걷어내겠다는 정부, 대책으로 가능할까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47초

새 정부 구성 후 한달 갓 넘어 부동산대책 발표
일부 지역 과열에 "부동산투기 엄벌" 방향 제시
서울 강남권·부산 등 청약시장 수천만~수억원 시세차익
'투자냐 투기냐' 일괄잣대 어려워 정책당국 고심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문재인 정부 들어 첫 부동산 대책이 임박했다. 취임 후 한달이 조금 넘은 시점이니 앞서 박근혜정부(2013년 4월1일) 때와 시기상으론 엇비슷하나 인수위가 없이 국정운영을 시작한 점을 감안하면 예상보다 이른 시점이다.

대통령 취임 후 일부 지역에서 집값이 급등하는 등 국지적 과열양상이 뚜렷해지면서 적극적인 태도를 취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 스스로 일자리를 정책의 최우선순위로 하고 있으나 부동산 문제를 비롯한 주거난 역시 국민생활과 밀접한 만큼 쉬이 넘겨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投機 걷어내겠다는 정부, 대책으로 가능할까 문 닫은 서울 개포동의 한 중개업소. 정부와 지자체 합동점검반이 최근 현장단속을 실시하자 아예 영업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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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부동산시장이나 주거문제와 관련한 현안을 정부가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나아가 향후 어떤 식으로 접근할 것인지를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첫번째 대책은 중요하다. 지난 박근혜정부 당시 첫 대책으로 내놓은 4ㆍ1 주택시장 정상화 종합대책 후 쏟아진 10여차례 정책은 시장활성화 기조를 분명히 했다.


박 전 대통령은 후보시절 공약에서나 이후 몇 차례 대책에서 서민주거안정을 강조하기도 했으나 실상은 시장을 어떻게 띄울지를 고민했다. 그에 앞서 이명박정부가 2008년 6월 발표한 미분양대책 이후 이어진 대다수 부동산 관련 정책 역시 각종 규제나 세제를 완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국정 전반의 기조였기도 했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시장 전반이 가라앉아있던 탓도 크다.


현 정부 당국자의 발언을 보면 이번에 내놓을 대책의 중점은 투기수요를 걷어내는 데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취임 후 경제부처를 모아놓고 처음 연 회의에서 "부동산투기를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현미 국토부장관 후보자 역시 최근 청문회에서 "투기수요는 차단하고 실수요자는 보호하겠다"고 강조했다.


새 아파트를 사는 청약시장에서 투기 논란이 인 건 어제 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경제성장이 가파른데다 아파트 선호도가 높아진 1970년대 이후 꾸준히 불거졌다. 아파트 청약을 위한 위장전입이나 통장을 사고파는 일, 계약액을 낮춰 신고하는 불법적인 일이 이미 수십년 전부터 횡행했다는 얘기다. 선분양제를 중심으로 통장가입기간이나 거주지 등을 따져 순위를 매기고 재당첨 제한기간을 정해놓는 등 우리나라 청약제도의 구조는 상당히 복잡하다. 아파트 청약이 국민 실생활에 끼치는 파급효과가 컸기에 정부에서도 세밀한 분야까지 제도를 만들고 간섭했다.


최근 일부 지역의 청약시장에서 단기 시세차익을 노린 가수요(假需要)가 상당하다는 점은 정부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과열양상을 띠는 곳을 중심으로 지자체와 함께 현장 단속에 나선 것도 같은 배경이다. 단속이 노리는 게 불법에 국한된 만큼 효과는 크지 않은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합동점검반은 다운계약이나 위장전입, 분양권 불법거래, 떴다방처럼 기존 규정을 지키지 않는 부분을 주로 살펴본다.


投機 걷어내겠다는 정부, 대책으로 가능할까 최근 문을 연 수도권의 한 견본주택에서 방문객이 내부를 둘러보고 상담을 받고 있다.


문제는 어느 정도 선까지를 투기로 볼 것 인지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에 돈을 묻는 일이나 새 아파트를 분양받아 웃돈을 받고 팔기 위해 청약신청하는 일을 두고 누군가는 성공적인 투자행위로, 어떤 이는 몰염치한 투기로 보기도 한다. 투자와 투기의 경계가 분명치 않은 만큼 당국 역시 곧 내놓을 대책을 가다듬으면서 어느 선까지 개입해야하는지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투기를 막는 장치도 중요하지만 설령 투기를 100% 차단할 제도가 마련된다고 해도 갈등은 끊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미 합법적인 투기 혹은 투자로 적지 않은 돈을 번 이들이 상당한데, 다 같이 하지 말자는 건 또 다른 누군가의 불만을 부를 수밖에 없어서다. 이는 단순히 주택ㆍ부동산정책을 정교하게 가다듬는다고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닐 테다.


지난해 11ㆍ3 부동산대책을 충분히 검증하지 못한 상태에서 시장개입에 나서는 점도 정부로선 부담이다. 지난해 대책 발표 직전에 분양한 아파트의 경우 지난달 들어 전매제한이 풀리면서 거래가 늘었다. 대책 후 서울이나 부산 등 분양시장이 과열됐던 곳은 전매제한이 대폭 늘어났는데 이에 이달 이후부터는 분양권 거래 자체가 다소 가라앉지 않겠냐는 전망도 있다.


현 정부의 주택ㆍ부동산정책을 가다듬는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이 과거 쓴 책이나 발언을 보면 현재와 같은 불로소득(不勞所得) 구조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생각은 분명해 보인다. 지주만 득을 보는 재건축ㆍ재개발이 아니라 도시재생을 강조하는 정책구상이나 중장기로 검토하는 부동산 보유세 과세강화 역시 토지를 특정 개개인의 소유물로만 여겨선 안 된다는 생각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최근 정부 부처 내에서 논의중인대로 대출한도를 일부 죄고 지역이나 대상을 선별해 규제를 가하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답은 쉽지 않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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