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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준의 육도삼략]사업가 트럼프 '후려치기'에 엎드린 美 방산업계

시계아이콘읽는 시간2분 49초

록히드마틴 F-35 단가 1억달러 미만 제시

사업가 트럼프 앞에 미국 방산업계가 무릎을 꿇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물론 세계 최대 방산업체인 록히드마틴(이하 LM)이 5세대 스텔스 전투기 F-35 스텔스기 값을 1억달러 아래로 내리겠다며 사실상 항복했고 경쟁사인 보잉은 자사의 수퍼호넷이 F-35의 호적수가 될 것이라며 트럼프의 주장을 거들고 있다.


미국 정부가 책정한 F-35 전투기의 대당 가격은 F-35A가 1억200만달러, 해병대용 F-35B와 해군용 F-35C는 각각 1억3200만달러로 결코 적지 않은 액수다. 트럼프의 한 마디에 방산업체 수장이 수천만 달러를 깎겠다는 뜻을 밝히며 바싹 엎드린 형국이다. 여기에 보잉이 수퍼호넷이 저가 시장에서 경쟁상대가 될 수 있다는 말로 트럼프에게 힘을 보태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한국도 F-35를 40대 도입할 계획이어서 트럼프의 압박에 F-35 값이 낮아진다면 이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F-35 가격인하 카드 꺼내며 바싹 엎드린 록히드마틴=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시기인 지난해 10월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F-35가 비싼 가격에 비해 성능 편없다"며 집권 시 가격 인하 협상을 강력하게 추진할 뜻을 밝혔다. F-35 생산업체인 LM은 그의 취임에 맞춰 '알아서 긴' 것처럼 값을 깎을 뜻을 밝힌 것이다.


27일 군사 전문 매체 '디펜스뉴스' 보도에 따르면, F-35A 등 합동 타격기(JSF) 제작사인 LM의 메릴린 휴슨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4일 미 공군에 납품되는 F-35A기의 대당 가격이 처음으로 1억달러(1167억 원) 아래에서 결정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휴슨은 수익결산 보고회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미 국방부와 LM이 10번째 저율 생산(LRIP) 물량 90대 계약을 곧 체결할 것이라면서, "이것은 첫 번째 계약 때보다는 가격 면에서 60%나 인하된 셈"이라고 강조했다.


휴슨은 2019년에는 대당 가격을 8500만달러(991억원) 수준으로 떨어뜨리기 위해 작업을 진행 중이라면서, 이를 위해 회사 차원에서 경비절감 노력 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가 "우호적"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주 관심사는 어떻게 하면 가격 인하를 공격적으로 추진할 것인가에 있으며, 이와 관련해 우리는 협력업체들과 함께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디펜스뉴스는 휴슨의 이런 발언이 최근 상원 인준 청문회를 통과해 취임한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F-35기 사업에 대한 지지 의사를 강력하게 피력한 것에 고무된 것이라고 풀이했다.


또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휴슨은 13일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트럼프 당선인과 회동한 후 "F-35 생산 비용을 낮출 방안 몇 가지를 제시했다"면서 "국방부와 계약 체결에 근접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지난해 10월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F-35가 비싼 가격에 비해 성능은 형편없다"며 집권 시 가격 인하 협상을 강력하게 추진할 뜻을 밝혔고 이후 휴슨 CEO와 두 차례나 회동, 가격 인하를 강력하게 촉구했다. 그는 특히 지난 12일 기자회견에서 F-35 프로그램을 비판하면서 경쟁 방산업체인 보잉의 F-18 수퍼호넷이 F-35를 대체할 수도 있음을 시사하면서 견적서를 요청했다.


트럼프라고 스텔스 전투기의 제작이 얼마나 어려운지 모를 리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트럼프가 생산단가를 줄이기 위해 후려치기 작전을 폈고 세계 최대 방산업체가 항복하게 만들었다는 게 중론이다.


LM은 모두 2443대를 미군에 공급할 예정인데 공군용인 F-35A 기가 1763대로 가장 많고 나머지는 해병대(F-35B)와 해군(F-35C)용이다. 미국방부는 향후 15년 에 걸친 F-35기 도입을 위해 총 3910억 달러(456조2600 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박희준의 육도삼략]사업가 트럼프  '후려치기'에 엎드린 美 방산업계 F-35의 강력한 대안으로 떠오른 F-18 호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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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호넷 경쟁력 강조하며 트럼프 거드는 보잉=미국 군인들은 발끈하고 있다. F-35를 대체할 공군기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방산 전문 매체 '브레이킹 디펜스'와 '파퓰러사이언스'는 미군 고위 관계자들의 "F-35를 F-18로 대체할 수 없다"는 주장을 전했다. 이들은 항공모함을 순양함으로 대체할 수 없는 것과 마찬 가지로 F-35의 고유 장점인 '스텔스' 성능을 절대로 대체할 없다는 반론을 펴고 있다.


그러나 경쟁 방산업체인 보잉과 군의 다른 관계자들은 수퍼호넷의 쓰임새를 강조한다. 스퍼호넷은 스텔스 성능은 없지만 적기 인도와 비용, 성능 개량 측면에서 상당한 이점이 있다는 것이다. 보잉 측은 스텔스 성능이 필요 없는 국가, 스텔스기가 있어야만 할 정도의 고도의 위협을 받지 않는 국가에 수퍼호넷은 매력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보잉의 F/A-18E/F 슈퍼호넷은 4.5세대 미국의 함재기이자 다목적 전투·공격 항공기이다. 기체 크기는 길이 18.31m, 너비 13.62m, 높이 4.88m로 순 기체 중량은 13.8t, 무기와 연료를 가득 채운 최대이륙중량은 29t이다. 최고 속도는 고고도에서 마하 1.8이상이다. 무기 탑재량은 11개 무기 장착대에 각종 미사일과 폭탄 등 8t에 이른다.


가격은 2003년 기준 5700만달러(F/A-18E)~6600만달러(EA-18G)다. 보잉은 2010년 미국에 대당 4990만달러에 F-18 수퍼호넷을 판매할 수 있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와튼 스쿨을 나온 트럼프가 과연 이 같은 사정을 몰랐을까. 비용 대 효과를 추구하는 사업가 트럼프는 최신 무기 조달에도 이를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니 적용해 벌써부터 비용은 줄이면서도 효과는 거두는 실익을 챙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보잉이 내세우는 수퍼호넷은 호넷 중 최신형이다. 이른바 어드밴스트 수퍼호넷이다. 정확한 스펙에 대해서 알려진 것은 없지만 경제 전문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 보도로 추정해볼 수는 있다. 어드밴스트 수퍼호넷은 기체에 3500갤런짜리 컨포멀 탱크가 추가된다. 이렇게 되면 125노티컬 마일을 더 날 수 있는 반면, 전투기 비행속도를 더디게 하는 '항력(drag)'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적외선 탐색추적 레이더도 탑재돼 스텔스 능력을 가진 적 전투기를 엔진 배기열로 추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최신 항공전자 장비는 전자전 능력도 향상시킬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일각에서는 어드밴스트 수퍼호넷은 자체 전자전 방어능력은 물론 현재 전자전기인 그라울러의 장비 일체를 보유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밖에 개량된 항전장비 덕분에 어드밴스트 수퍼호넷은 F-35나 F-22, E-2 호크아이와같은 플랫폼으로부터 표적 데이터를 받는 능력도 향상될 것으로 알려졌다.


종합하자면 보잉이 선보일 어드밴스트 수퍼호넷은 스텔스 성능이 필요 없는 전장에서 위력을 발휘하기에 안성맞춤인 전투기라는 것이다.


방산매체 플라이트글로벌에 따르면, 미군 분석가인 앤드루 헌터는 지난 23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컨퍼런스에서 "어드밴스트 수퍼호넷은 스텔스 성능이 있는 F-35의 적수가 아니지만 탑재력은 향상되고 적게 피탐되는 덕분에 덜 정교한 위협에 대처할 수 있는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헌터는 "접근 거부된 환경에서 계속 작전할 것을 요구하는 전략 상황이라면 수퍼호넷 만한 게 없다"고 덧붙였다.


잠재적 국가의 스텔스 전투기 위협이 없거나 적은 캐나다와 쿠웨이트와 수퍼호넷을 구매하기로 한 것도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캐나다는 지난 11월22일 F-35기 구매 사업을 백지화하고, 보잉 수퍼호넷 18기를 우선 구매키로 했다. 쿠웨이트도 같은 달 28일 수퍼호넷 28대를 50억 달러 미만의 가격에 구매하기로 했다.


LM관점에서는 시어머니보다 시어머니를 거드는 올케가 더 미운 형국이지만 그 시어머니 트럼프는 이런 상황을 즐기고 있다는 점이 미국이 대면한 새로운 현실이다.




박희준 편집위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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