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낙규의 Defence Club]북한의 비핵화 선언 ‘또 믿어야 하나’
최종수정 2018.03.10 15:00기사입력 2018.03.10 15:00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역사적인 첫 북미 정상회담이 가시권에 들어왔지만, 청와대는 차분한 상태를 유지하며 '신중 모드'를 고수하고 있다. 김정은이 제안한 만남 제의를 트럼프 대통령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시기까지 적시해 수용하면서 한반도 긴장 완화가 사실상 현실화하고 있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외교적 성과이지만 섣불리 들뜬 반응을 보이지는 않는 분위기다.

특히 김정은이 문재인 대통령 대북특별사절단과의 면담에서 '비핵화'를 언급한 것은 예상을 뛰어넘는 파격으로 평가된다. 북한이 미국과의 회담에서도 '비핵화'를 언급한 것은 2012년 '2ㆍ29 합의' 때가 마지막이었다. 북한이 공식 회담에서 비핵화 의지를 표명한 것은 6년여 만인 셈이다. 과거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의 집권 직후인 2012년 2월 하순 베이징에서 열린 미국과의 회담에서 북한의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중단과 핵ㆍ미사일 실험 유예(모라토리엄) 등 비핵화 사전조치와 대북 식량(영양) 지원을 골자로 한 2ㆍ29 합의를 체결했다. 당시 북미는 북한 비핵화와 체제안전 보장 등의 내용이 담긴 2005년 6자회담 결과물인 '9ㆍ19 공동성명'의 이행도 재확인했다.

하지만 이후 김정은은 미국 등과의 진지한 대화 시도 없이 핵ㆍ미사일 능력 고도화에만 골몰했다. 김정은이 2016년 5월 열린 제7차 노동당 대회에서 경제 건설과 핵무력 건설을 동시에 추구하는 '핵-경제 병진노선'이 항구적 전략노선임을 분명히 한 것은 핵보유국 지위를 굳히기 위한 포석으로 평가됐다. 이는 핵보유국의 입장에서 미국과 핵 군축협상을 하겠다는 기존 입장의 반복으로 당시 평가됐다.
일각에서는 이번 특사단이 방북해 김정은을 만났을 당시 모습이 2005년때 6월 와 비슷하다고 지적한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당시 평양에서 정동영 통일부장관을 면담한 자리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직접 언급하면서 "북한은 핵무기를 가져야 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핵무기 보유로 한반도에 긴장의 파고를 높였던 북한이 사실상 핵무기를 포기할 용의가 있음을 밝힌 셈이다. 당시 김정일은 한반도 비핵화는 부친인 고(故)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며 따라서 여전히 유효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김정일은 2003년 탈퇴를 재선언한 NPT(핵무기비확산조약)에 복귀할 것도 거론하면서 동시에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국제사회가 집요하게 요구하고 있는 IAEA(국제원자력기구) 등 국제사찰을 수용해 철저한 검증을 받을 용의도 있다고 했다. '핵문제가 해결되면' 이라는 전제조건을 달았지만 미국으로부터 안전보장만 약속받는다면 핵을 과감하게 버릴 수 있다는 것을 천명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때문에 북한이 언급한 '핵무기 포기 용의'는 그 동안 북한이 수 차례 밝혀 온 만큼 성급하게 핵무기 포기선언으로 연결시켜서는 곤란하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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