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승장구 수입차, 서비스센터 확충은 거북이걸음
[아시아경제 이정민 기자] BMW 화재 사태가 수입자동차 시장 애프터서비스(AS) 문제로 번지고 있다. 판매에는 정성을 쏟으면서 AS는 신경을 덜 쓴다는 불만이 소비자들사이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14일 수입차 업계에 따르면 화재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BMW는 전국에 서비스센터 61곳을 보유하고 있다. 긴급 안전진단 결정이 내려진 7월 말부터 24시간 가동하고 있지만 10만6317대 차량을 손 보는 것은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 업계 최대 규모라고 해도 단순 계산으로 센터 한 곳 당 1700대 이상을 책임져야 하는 셈이다.
이런 탓에 BMW 차주들은 가뜩이나 화재 때문에 예민한데 더 열이 나 있다. 안전진단을 받기 위한 예약 조차 힘들뿐더러 예약에 성공했더라도 서비스센터에서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시설이 갖춰진 서울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지방에 있는 차주들의 불편은 더 크다. 지방 거주 BMW 차주 A씨는 "안전진단을 받으려면 하루, 이틀을 고스란히 버려야 한다"며 "주변의 눈총마저 따가워 차를 왜 샀는 지 후회가 된다"고 말했다.
수입차 업계의 AS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몇 년 새 업계 덩치는 커졌는데 내실은 개선되지 않아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실제 업체들의 매출은 고공행진이다. 업계 1위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해 총 6만8861대를 팔아 업계 최초 4조원대 매출(4조2664억원)을 올렸다. 하지만, AS센터는 58곳에 그치고 있다.
수입차업체들은 AS센터 확충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판매증가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현재 전국의 수입차 업체 AS센터는 547곳으로 한 곳 당 평균 3500대 가량의 차를 맡고 있는 상태다. 지난해 주요 수입차 15개 브랜드의 평균 수리기간은 8.2일로 국내 완성차 업체의 평균 5.3일에 비해 훨씬 길다.
최근 5년(2013∼2017년)간 품질이나 안전 등 문제로 한국소비자원에 피해구제를 신청한 수입차는 198건에서 307건으로 55.1%(109건) 늘었다. 같은 기간 국산차는 615건에서 527건으로 14.3%(88건) 감소했다. 소비자원은 "수입차의 국내 시장점유율이 매년 높아지면서 수입차 피해구제 신청도 크게 늘고 있다"며 "수입차 업체들이 소비자 피해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민 기자 ljm10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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