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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교육부는 왜 책임 안지나"…숙명여고 학부모들의 분노
최종수정 2019.05.25 09:43기사입력 2019.05.25 07:01

개인 일탈로 꼬리 자른 학교, 사태 관망만 한 교육당국 비난
"정시 확대해야"…수시-학종 중심 입시제도 개선 요구 이어져

"학교는, 교육부는 왜 책임 안지나"…숙명여고 학부모들의 분노 쌍둥이 자매 동시 전교 1등으로 시험 문제 유출 의혹을 받고 있는 서울 강남구 숙명여자고등학교와 이 학교 전 교무부장 집 등을 경찰이 5일 압수수색했다. 사진은 이날 숙명여고. /문호남 기자 munonam@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입시가 코 앞이라 모르는 척 넘어갈까 싶었는데, 아이가 먼저 묻더군요. 그래도 불법 부당한 일은 세상에 드러나기 마련이고, 그 죗값도 치르게 된다는 걸 보여줬으니 다행일까요? 소중한 학창 시절의 절반 이상이 온 사회를 떠들썩하게 한 사건의 중심에 있었고, 친구도, 선생님도, 학교에 대한 신뢰도 모두 잃었으니 이건 어디에서 보상받아야 하나요?"


쌍둥이 두 딸의 향한 아버지의 엇나간 '부정'이 결국 법정에서 3년6개월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숙명여고 2학년1학기 중간·기말고사 결과를 두고 구체적인 의혹이 제기된지 10개월 만이다. 이 사건을 꼬박 함께 지켜본 같은 학교 학부모들은 "결국 교사 개인의 일탈로 결론을 냈다"며 깊은 한숨으로 착찹한 심정을 대신했다.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이자 쌍둥이의 아버지는 마지막까지도 "이번 사건으로 저희 가족은 물질·정신적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 의혹처럼 유출 기회만 노린 비양심적인 사람이 아니다"고 호소했다. 한 달 전 증인으로 출석했던 두 딸도 "오로지 공부를 열심히 해 실력으로 1등을 했다. 시기 어린 모함을 받고 있다"고 항변했다.


한 학부모는 "재판 내내 범행을 부인하고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을 반복하는 피의자 측의 뻔뻔함에 혀를 내둘렀다"며 "친구들의 성적을 훔치고도 반성은 커녕 법원에서 거짓 진술을 한 쌍둥이들도 반드시 응당한 벌을 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교문 앞 촛불집회를 이어가며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던 '숙명여고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는 사건 초기 피의자를 두둔하고 학부모들을 윽박질렀던 전·현직 교장과 교감, 이에 동조한 교사들에 대해서도 "교단을 떠나야 마땅하다"고 일침을 놓았다.


또 다른 학부모는 "우리학교 사태를 계기로 속속 드러난 총체적인 입시비리는 더 경악할 수준이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교육부 조사 한번에 최근 4년간 알려지지 않았던 고교 시험지 유출 사건이 전국 곳곳에서 무려 13건이나 드러났고, 교수 연구논문에 중·고등학생 자녀를 공동저자로 올려 대학에 진학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도 다수 발견됐기 때문이다.


이 학부모는 "항간에 어느 높으신 분 자제가 학종(학교생활기록부종합 전형)으로 명문대를 갔다더라, 치대에 진학했다더라 하던 소문이 과연 근거 없는 얘기였다고 할 수 있느냐"며 "모두 철저하게 조사를 하고 있는건지, 명확히 유·무죄를 가리게 되는지 꼭 좀 확인해 달라"고 당부했다.


학부모들의 분노는 이같은 교육 현장의 비리를 가능하게 한 현행 입시제도와 이를 관리·감독하지 못한 교육청, 교육부로 다시 옮겨붙고 있다. 비상대책위는 "불공정한 수시 전형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놓고 숙명여고 뒤에 숨어 관망한 교육당국도 이번 사태에 일조했다"며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 과정에서 확인됐다시피 학생과 학부모들은 공정성이 담보된 수능 위주의 정시 확대를 원한다"고 주장했다.


교육시민단체인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은 "숙명여고 사태 이후에도 교육부는 강 건너 불구경을 할 뿐 입시제도를 무력화하고 학생들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내신 비리에 사실상 손 놓은 무책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의 사퇴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재판부 역시 내신 위주의 수시제도가 공정하지 않다는 데 동의했다.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에 대한 판결에서 "고교 내부의 정기고사 성적의 입시 비중이 커졌음에도 그 처리 절차를 공정히 관리할 시스템이 아직 갖춰지지 않은 것도 사건이 발생한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다시 말해, 교육당국에도 '유죄'를 선고한 셈이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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