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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에 이별하고도 벌벌…'안전이별' 필요한 사회[우리의 오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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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결별 요구 때문에 2017년 女 17명 살해
"여성을 소유물로 보는 가부장적 문화의 거울"

폭력에 이별하고도 벌벌…'안전이별' 필요한 사회[우리의 오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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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동훈 기자] #직장인 A씨의 이별은 안전하지 못했다. A씨는 3년간 사귄 남자친구 B씨와 최근 결별했다. 평소 B씨는 의견 충돌이 있을때마다 욕설을 일삼았고 "헤어지자"고 얘기하자 뺨을 때리기도 했다. 이에 A씨가 연락을 끊자 B씨는 집으로 찾아와 "A와 동거하고 미래를 약속한 사이"라며 A씨 부모 앞에서 집기를 던지며 위협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A씨는 "가장 친밀했던 사람이 공포의 대상으로 다가오니 하루하루 견디기가 힘들다"며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을지 두려울 정도"라고 했다.


'안전하지 않은 이별'은 여성들의 오래된 불안이다. 이에 대한 사회적 문제 제기와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최근에는 '안전이별'이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스토킹ㆍ폭력ㆍ협박 없는 이별을 말한다. 연인과 헤어진 여성에게 '안전이별 했느냐'고 묻는 인사말도까지 유행한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안전이별로 대표되는 데이트폭력 문제가 연애 관계에 내포된 가부장적 문화의 거울이라고 지적한다. 남성이 여성을 소유물로 보고 행동하기 때문에 빚어지는 일이란 것이다. 안전이별이란 신조어 역시 '미투(Me Tooㆍ나도당했다)' 운동 후 데이트폭력을 공론화하는 과정에서 나왔다는 분석이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이별 범죄는 주소나 가족 관계 등 많은 개인정보를 알고 있다는 상황을 무기로 여성을 위협하는 악질 범죄"라며 "미투 운동에도 불구하고 이런 남성들은 여성을 여전히 물적 대상화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부산 사하구에서는 신모씨가 전 연인 조모씨의 아파트를 찾아 일가족 4명을 살해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경찰은 조씨와 헤어지는 과정에서 앙심을 품은 신씨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결론 내렸다. 앞서 '강서구 주차장 살인사건'도 전 남편에 의한 살인사건이었다.



한국여성의전화에 따르면 2017년 이혼 및 결별 요구 때문에 연인 혹은 배우자에게 살해당한 여성은 17명으로 집계됐다. 살인미수까지 포함하면 66명이다. 이별 통보로 목숨을 잃거나 위협을 느끼는 여성은 2014년 63명(살해 21, 살인미수 42), 2015년 64명(살해 17, 살인미수 47), 2016년 63명(살해 13, 살인미수 50) 등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최선혜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장은 "경찰, 성폭력상담소 등 지원시설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해 자신의 상황을 정확하게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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