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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라이트]능청 100단 로다주의 감칠맛 나는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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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 엔드게임'으로 돌아온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라임라이트]능청 100단 로다주의 감칠맛 나는 연기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 아시아 프레스 컨퍼런스가 15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렸다. 아이언맨 역할을 맡은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취재진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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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한 눈빛·현란한 움직임…'채플린'으로 일찌감치 인정받은 연기력

상상의 히어로를 친근하게 만드는 '능청아재'…냉소적 말투·시큰둥 표정에도 밉지 않아

11년 이어온 아이언맨, 이번 영화로 끝낼 수도 "엄청난 문화현상 경험, 너무 행복했다"


군용차가 먼지를 일으키며 넓은 고원을 지나간다. 뻣뻣하게 굳은 군인들. 뒷자리에 앉은 정장 차림의 남성을 힐끔 곁눈질한다. 한손에 얼음이 둥둥 뜬 위스키를 들고 불만스럽게 중얼거리는 아저씨다. "질문 하나 해도 될까요?" "얼마든지." "맥심 모델 열두 명과 사귀었다는 소문이 사실입니까?" "훌륭한 질문이야." 냉소적인 말투, 늘 시큰둥하고 떫은 얼굴. 영화 '아이언맨'의 토니 스타크다. 그 꼴이 밉지는 않다. 극한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농담을 한다. 그래서 호기가 신념처럼 느껴진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54)의 능청스러운 연기다.


[라임라이트]능청 100단 로다주의 감칠맛 나는 연기


다우니 주니어는 이 작품으로 인생 역전을 이뤘다. 후속 편은 물론 '어벤져스' 시리즈까지 흥행해 할리우드에서 가장 많은 출연료를 받는 배우가 됐다. 주연한 네 작품(아이언맨3ㆍ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ㆍ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ㆍ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이 국내에서만 관객 800만명 이상을 동원했다. 다우니 주니어는 스타크를 상상 속의 히어로로 그리지 않았다. 가까운 미래에 만날 수 있을 법한 친근한 영웅으로 묘사했다. 테슬라모터스와 스페이스엑스의 최고경영자인 엘론 머스크(48)에게서 영감을 얻었다. 그가 가진 천재성과 영웅적 기질, 자유분방함, 스타성 등을 자신만의 관점으로 재해석했다. 다우니 주니어는 "머스크는 열정과 유머, 호기심의 모범이며, 이 시대의 진정한 르네상스맨이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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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또한 스타크와 많이 닮았다. 특히 무언가에 중독된 모습이 그렇다. 스타크는 '아이언맨2(2010년)'에서 사람들을 집으로 초대해 파티를 즐긴다. 아이언맨 슈트를 입고 무대에 오르지만 술에 취해 비틀거린다. 연인인 버지니아 펩퍼 포츠(기네스 팰트로)가 만류한다. "사람들 그만 보내요. 알았죠?" "누구 분부라고." "나한테 술을 주고 마이크 잡아요." "여러분, 펩퍼 포츠 말대로 파티는 끝났어요. 내 기준으로는 한 시간 30분 전에 끝났죠. 하지만 15분 뒤에 뒤풀이가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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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우니 주니어는 마약 중독과 잦은 체포로 할리우드에서 신용이 땅에 떨어졌다. 아이언맨을 홍보하려고 일본에 갔을 때는 전과 때문에 나리타공항에서 6시간 이상 억류됐다. 그는 2003년 마약을 싣고 운전하다가 들른 버거킹 가게에서 마음을 고쳐먹었다. 마약에 중독돼 햄버거의 맛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고 한다. 그대로 바다로 가서 마약을 모두 버렸다. 다우니 주니어는 아이언맨에 이 경험을 반영했다. 스타크가 테러리스트 소굴에서 탈출해 미국으로 귀환하는 신이다. "3개월을 잡혀있다 자유의 몸이 됐어. 두 가지가 당기는군. (버거킹) 치즈버거랑 기자회견. 출발해, 햄버거 가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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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우니 주니어는 아이언맨의 사전제작 단계부터 열의를 보였다. 존 파브로(53) 감독의 사무실 옆에 자신의 사무실을 차리고 각본 수정에 매달렸다. '슈트 엉덩이 부분이 떨어져 나가고 거대한 기저귀가 뒤에 자동으로 달라붙는다'라고 설명된 기존 각본을 보고 빨간 펜으로 "존 (파브로), 토니 스타크가 아기야?"라고 적은 사진은 팬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2016년)'에서 스타크가 캡틴 아메리카를 설득하면서 루즈벨트 대통령의 만년필을 활용해 협정의 순기능을 표현하는 것도 그의 아이디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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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우니 주니어는 액션 설계도 남다르다. 특히 마약 중독에서 벗어나려고 배우기 시작한 영춘권(중국 남파 무술의 일종)을 잘 활용한다. '셜록 홈즈(2009년)'의 초반 격투 신이 대표적이다. 홈즈(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격투장에서 상의를 벗고 싸우는 장면. 냉정하게 공략 방법을 찾는 모습을 슬로모션으로 표현한다. 홈즈는 상상 속에서 수건을 던지고 잽을 막은 뒤 왼뺨에 카운터 펀치를 날린다. "왼쪽을 막고 턱을 겨냥하면 턱뼈 골절. 오른쪽 갈빗대도 부수고, 턱을 완전히 뭉개준 뒤 횡격막을 차버리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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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우니 주니어는 '채플린(1992년)'에서 일찍이 남다른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순수한 눈빛과 현란한 움직임으로 파란만장한 찰리 채플린의 삶을 깊이 있게 표현했다. 대사 없이도 모든 관객을 즐겁게 할 수 있다는 신념과 제국주의 전쟁의 범죄성을 파헤치는 결단 등이다. 시드니 채플린(폴 라이스) 앞에서 무성영화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신이 백미다. "유성영화가 한창인데, 누가 무성영화를 보겠어?" "누가? 잘 들어봐. 일본과 러시아는 물론이고 영어를 모르는 사람이 세계 인구의 90%라는 사실을 잊었어? 좋아. 직접 증명하지." 채플린은 유성영화 기술자 조(랜스 패트릭)에게 다가가 묻는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발레 댄서는?" "(바츨라프) 니진스키요." "좋아. '백조의 호수'를 한다고 치자고." 채플린은 우아하게 한 바퀴를 돌고 점프한다. 다양한 발레 동작을 흉내 내다가 갑자기 여성의 고음을 내며 인사한다. "바츨라프 니진스키에요. 아니지. 러시아 악센트로. 바슬라브 니지스키, 스키. (중략) 이러고 나서 춤을 춘다면? 끔찍할 거야. 마술이 사라진 뒤니까. 떠돌이도 마찬가지야. 내 말이 맞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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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우니 주니어는 한동안 독립영화에만 출연했다. 독립영화 감독이었던 아버지 로버트 다우니 시니어의 영향도 있었지만, 창작자의 의도를 우선시하는 성격에 더 큰 매력을 느꼈다. 그래서 톰 크루즈(57), 숀 펜(59) 등 같은 세대 배우들이 나열되는 명단에서 자주 간과됐다. 그는 채플린이 '위대한 독재자'로 유성영화를 만난 것처럼 아이언맨으로 새로운 길을 걸었다. "더 많은 관객과 소통하고 싶다"고 했다. 오는 24일 개봉하는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그 원대한 꿈의 절정이다. 아이언맨의 은퇴라는 섭섭한 결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다우니 주니어가 대중영화로 전하는 기쁨은 계속될 것이다. 지난 11년을 떠올리며 감개무량함을 금하지 못하므로. "엄청난 문화 현상을 경험해서 너무 행복했다. 처음 아이언맨을 시작했을 때 젊었다. 어떤 분들은 어린아이였을 거다. 아름답게 자라주시고 저를 사랑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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