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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태아 생명 내손으로 지울 순…" 양심적 '낙태거부권' 논란
최종수정 2019.04.15 11:18기사입력 2019.04.15 11:18

낙태죄 헌법불일치로 발생한 제도 공백
보완입법 없으면 '낙태 거부' 의사가 처벌받을 수도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윤신원 기자] 양심적 병역거부에 이어 낙태 시술을 거부하는 의료인들의 '양심적 낙태 거부'가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자신의 신념이나 종교적인 이유로 낙태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줘야 한다는 의견과 이는 정당한 사유 없는 진료 거부에 해당하는 의료법 위반이라는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지난 11일 낙태죄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 직후 일부 산부인과 의사들 사이에서 낙태 시술 거부권을 달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10년 이상 산부인과 의사의 길을 걸어왔다는 한 의사는 12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낙태 합법화, 이제 저는 산부인과 의사를 그만둬야 하는지'라는 제목의 청원 글을 올리면서 '양심적 낙태 진료 거부' 논란에 불을 지폈다. 해당 청원은 15일 오전 11시 기준 1만8000명 이상의 동의를 얻고 있다.

[출처=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이 의사는 "아기집이 처음 형성되는 순간부터 출산의 순간까지를 산모들과 함께하며 생명이란 얼마나 신비로운지를 매일 느낍니다. 비록 태아가 아기집 수준에 머물러있다고 할지라도 저는 도저히 신비롭게 형성된 태아의 생명을 제 손으로 지울 수 없습니다"라며 "낙태 시술이 산부인과 의사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시술이 된다면 그것이 아무리 큰 수익을 가져다준다고 하더라도 저는 의사의 길을 접을 것입니다"라고 밝혔다.


또 "생명의 신비에 감동해 산부인과를 선택하고 싶은 후배들은 낙태 때문에 산부인과 의사의 길을 포기해야 할 것이며, 독실한 가톨릭, 기독교 신자들도 종교적인 이유로 이 길을 선택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며 "낙태 시술을 원치 않는 의사는 하지 않을 수 있도록 진료 거부권을 주시길, 낙태로 인해 진료 현장을 반강제적으로 떠나는 의사가 없게 해주시기 바랍니다"라고 했다.


현행 의료법 15조 1항은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 개설자는 진료나 조산 요청을 받으면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정당한 사유’에 대해 ▲의학적인 판단에 따른 퇴원 또는 전원 권유 ▲의사가 신병으로 진료를 할 수 없는 상황 ▲시설 및 인력 등의 부족 ▲환자가 의료인으로서의 양심과 전문지식에 반하는 치료방법을 의료인에게 요구하는 경우 등으로 예를 들고 있다. 의료인 개인의 신념이나 종교적 이유는 포함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환자의 치료 받을 권리와 생명권이 의료인 개인의 신념보다 위에 있으며 종교 등 여타 이유로 진료를 거부하는 건 위법이라고 보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다만 낙태 시술이 태아의 생명을 좌우하는 일인 만큼 환자의 생명, 즉 태아의 생명권을 존중해야 하는 의사가 태아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낙태를 거부하는 상황에는 의사 윤리에 적절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이에 따라 낙태와 관련된 법률이 마련되는 시한인 내년 12월까지 의료법 15조 '정당한 사유'에 낙태 거부권을 인정하지 않으면 의료인이 낙태 시술을 거부할 경우 의료법에 따라 처벌을 받아야 한다. 이미 낙태가 합법화된 국가에서도 '낙태 시술 거부권'에 대해서는 법률을 달리 적용하고 있는 만큼 당분간 이에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윤신원 기자 i_dentit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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