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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원흉' 지목 고령운전자들 "내 나이가 어때서…생계ㆍ이동권 보장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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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원흉' 지목 고령운전자들 "내 나이가 어때서…생계ㆍ이동권 보장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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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동훈 기자] 19일 낮 서울 마포구 상암동 서부운전면허학원의 고령운전자 교통안전교육장에는 적막이 흘렀다. 이 곳에서는 70대 중반을 넘긴 고령운전자들의 면허 갱신 여부에 영향을 주는 기초인지능력 진단이 실시되고 있다. 교육장에 들어서는 노인 참가자는 '고령운전자 교육장'이라는 팻말을 보고선 "고령운전자라고? 내 나이가 어때서"라며 웃었지만 긴장감은 감추지 못했다.


'고령화시대' 도로 위의 노년은 불안하다. 고령운전자들이 늘어나면서 이들의 교통사고가 급증하고 있다. 스스로도, 이들을 보는 사회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 올해부터 만 75세 이상 운전자는 교통안전교육을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면허 취득과 갱신이 가능하다. 면허갱신, 적성검사 주기도 현행 5년에서 3년으로 단축됐다. 국토교통부와 경찰청은 고령운전자에 대한 조건부 면허제도 도입 등 '고령자 교통안전 종합대책'을 연내 마련하기로 했다. 인지능력 저하가 확인된 고령운전자에 대해서는 고속도로에서 운전을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날 교육에 참가한 노인들은 고령운전자들로 인한 교통 위험이 늘고 있다는 것에는 공감하면서도 정부가 고령운전자의 운전을 강제로 제한하려는 분위기에는 우려를 나타냈다. 안전교육장을 찾은 박지호(77)씨는 "운전하다 죽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강제로 운전을 제한한다거나 면허를 반납하게끔 하는 분위기는 우려스럽고, 나도 여든쯤엔 더 이상 운전하지 않겠다"고 목청을 돋웠다.


고령운전자 교통안전교육은 개인 인지능력을 진단하고 최근 교통사고사례, 개정된 도로교통법, 사고예방법을 익힘으로써 교통안전의식 향상을 목적으로 한다. 교육은 책상 위 터치스크린에 나타나는 과제를 순서대로 해결하는 방식이다.


기초인지능력 진단은 ▲선 잇기(숫자, 숫자ㆍ요일ㆍ계절 혼합) ▲교통표지판 변별검사 ▲방향표지판 기억검사 등 7가지로 구성된다. 이들 검사를 통과한 참가자는 도로교통법 교육을 받지만 떨어지면 간이 치매 검사를 받아야 하며, 수시 적성검사 대상으로 편입해 정밀진단을 거쳐 운전면허 갱신 여부를 판단한다. 공단 관계자는 "참가자 중 10~20% 정도는 인지능력 진단에서 탈락한다"면서도 "하지만 인지능력 부족보다도 터치스크린에 익숙치 않은 참가자들이 실수를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했다.



이날 2시간의 교통안전 교육을 마치고 진단에 통과한 노인들은 그 결과에 안도했다. 생계와 이동권을 위해 차량을 운행해아 하는 노년층은 우려가 컸다. 망원시장에서 채소ㆍ과일 판매점포를 운영한다는 임정남(76)씨는 "요즘엔 70대도 팔팔한 시대고 일도 해야 노후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며 "운전을 못하게 되면 당장 가게 문을 열 수가 없다"고 말했다. 임 씨는 "운전이 미숙한 것은 연령만의 문제도 아니다"라며 "노인에게만 책임 묻는 사회적 분위기가 아쉽다"고 했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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