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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경제둔화 충격파…韓의 아세안 수출 '휘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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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으로 수출 증가율 9년만에 최저로 하락

아세안으로 수출 증가율도 1년새 27%→5%…올 2월엔 -3.2%로 뚝

"中수요 줄자 아세안 수출·투자 둔화…전략 점검 시급"

中 경제둔화 충격파…韓의 아세안 수출 '휘청'(종합)   부산항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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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 설비ㆍ건설 자재인 열연강판, 냉연강판, 아연도금강판 철강 제품의 베트남 수출이 지난해 3년 만에 감소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대(對)베트남 수출 물량은 2016년 181만4000t에서 2017년 182만2300t으로 소폭 증가하더니 지난해 172만7000t으로 뒷걸음질쳤다.


이같은 사례는 비단 철강과 베트남에 국한되지 않고 있다. 급증하던 대아세안 수출이 줄어드는 등 이상징후가 감지되고 있다. 18일 한국은행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등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주요 국가로의 수출 증가율이 최근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對 아세안 수출 증가세 작년부터 급감

아세안 최대 수출국이자 우리나라의 3대 교역국인 베트남으로의 전체 수출 증가율은 지난해 9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연평균 28.8% 증가했던 베트남 수출은 지난해 1.8% 성장에 그쳤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였던 2009년 -8.4%까지 뒷걸음질쳤던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中 경제둔화 충격파…韓의 아세안 수출 '휘청'(종합)

아세안 10개국으로 범위를 확대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대아세안 수출 증가율은 2017년 27.8%에서 지난해 5.1%로 감소했다. 가장 최근인 2월엔 -3.2%(전년 동월 대비)로 떨어졌다.


한국의 대아세안 수출 증가율이 급속히 감소한 근본 원인은 중국의 경제 둔화다. 문병기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지난해부터 중국 쪽 수요가 줄어들어 아세안 국가의 수출과 투자도 둔화됐고 그 파장이 우리나라까지 미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에 따르면 2017년 기준 베트남, 말레이시아, 태국의 경우 수출입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중이 100%를 웃돈다. 이들의 교역 대상 1위는 중국이다.


전문가들은 아세안시장에 대한 환상에서 벗어나 수출 전략을 재점검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중국 경제가 둔화되면 아세안 국가들도 동반 침체를 겪는 구조이기 때문에 아세안이 우리나라의 수출 돌파구가 될 것이란 막연한 기대감은 버려야 한다"며 "최근 아세안 국가 건전성 지표가 악화되고 있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중국이란 불확실성이 있긴 하지만 아세안 국가들의 연간 경제성장률은 4~7%로 높은 수준"이라며 "인구 규모로 봤을 때 앞으론 소비재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中 경제둔화 충격파…韓의 아세안 수출 '휘청'(종합)

중국 경제 둔화의 여파로 아세안 수출이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내수 시장을 공략하고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세안 국가들은 그동안 중국의 생산 기지 역할을 해왔다. 한국 기업들이 부품이나 중간재를 수출하면 아세안 국가에 위치한 공장에서 완제품을 생산해 중국으로 수출되는 구조다. 따라서 중국 소비가 침체되면 한국의 아세안 수출도 우회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18일 한국은행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아세안 주요 5개국은 지난해 수출 증가율(전년대비)이 크게 감소했다. 필리핀은 마이너스(19.7% → -1.8%) 전환했고, 베트남도 반토막(21.6%→10.7%)났다. 말레이시아 역시 2% 포인트 가량(15.0%→13.1%) 떨어졌다. 태국과 인도네시아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3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전년동월대비)를 기록 중이다.

경제블록 '차세안(ChASEAN)' 동반 부진

국제무역통계 트레이드 맵을 보면 이들 5개국 수출대상 1위 국가는 중국이다. 전체 수출의 13.8%를 차지(2017년 기준 1250억달러)한다. 1위 수입국가 역시 중국(1941억달러)다. 아세안 5개국의 대중국 무역 확대는 중국이 2000년 중반 이후 산업고도화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현재 아세안 5개국은 중국으로부터 컴퓨터 부품, 전기전자 등 고기술 분야의 중간재를 수입해 반제품과 소비재를 다시 중국으로 수출하는 분업형 교역 패턴이 뚜렷해졌다.


中 경제둔화 충격파…韓의 아세안 수출 '휘청'(종합)


아세안과 중국간의 밀접한 경제 구조로 '차세안(ChASEAN)'이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중국(China)과 아세안(Asean)이 하나의 경제 블록이 됐다는 뜻이다. 그러나 중국 경제에 대한 높은 의존도로 인해 아세안 국가들도 최근 역풍을 맞고 있다. 중국 경제 성장 둔화와 내수 중심 정책 전환, 보호무역주의 기조 확산으로 아세안 국가들의 불확실성도 덩달아 높아진 것이다.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런 요인들을 언급하며 "수출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신흥국의 향후 성장경로 상 주요 하방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그 여파는 최근 한국 수출에까지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은 조사국 아태경제팀 관계자는 "2017년 중 높은 증가세를 보였던 아세안5개국 수출이 최근 들어 증가세가 둔화된 건 중국 수요가 줄어들며 중국으로 수출이 부진해진 영향 때문"이라고 밝혔다. '중국 성장 엔진이 식으면' → '아세안 동력도 꺼지고' → '한국 수출까지 타격'을 입는 연결고리가 입증된 셈이다.

中 경제둔화 충격파…韓의 아세안 수출 '휘청'(종합)

내수는 식품·중간재는 고부가 제품 공략해야

수출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들이 6억4000만명 인구가 모인 아세안 내수 시장을 직접 공략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권율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신남방경제실 선임연구위원은 "아세안 국민 1인당 소득이 4000달러를 넘어서 구매력 있는 내수 시장이 열렸다"며 "말레이시아의 할랄 산업을 연계해 문화ㆍ서비스 시장 여는 것이 일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송영관 KDI 연구위원 역시 "우리나라 김을 태국에 수출을 많이 하고 있는데, 식품 산업이 부가가치가 높은데도 눈에 띄는 우리 기업이 없는 실정"이라며 "네슬레 같은 식품 기업을 집중적으로 키워 승부를 보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일본을 제치는 게 급선무라는 조언도 나왔다. 오석태 SG(소시에테제네랄)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동남아시아인들이 가장 많이 사는 자동차는 혼다와 도요타인데 현대차 같은 국내 브랜드가 일본 브랜드를 앞질러야 한다"며 "인도네시아에 현대차 공장을 지어서 진출하고 아세안을 한국 차의 주요 소비 시장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중간재에서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을 늘려야한단 의견도 있었다. 문병기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은 "경기 변동에 부침이 없는 핵심 소재ㆍ부품 수출 전략을 짜야한다"며 "석유화학 제품도 범용이 아닌 고부가가치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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