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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소득양극화 '곡선'…할 말 잃은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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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4분기 분배지표 악화…홍남기 "송구스럽다"

"이전소득으로 해결 한계…민간 일자리 키워야" 지적

최악의 소득양극화 '곡선'…할 말 잃은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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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김민영 기자] 정부가 지난해 4분기 최악의 분배지표에 할말을 잃었다. 지난해 3분기에는 "분배악화가 지속되는 가운데서도 정부 정책노력 등에 힘입어 악화세는 점차 완화되는 모습"이라며 스스로를 애써 위로했지만 억지주장이 통하기 어려울 정도로 상황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전날인 21일 지난해 4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가 발표된 직후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정부는 최근 분배여건의 어려움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각별한 경각심을 갖고 총력 대응하겠다"고 짤막하게 입장을 밝혔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정책을 담당하는 측면에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3분기 견강부회식 주장, 4분기엔 안 통해= 이런 반응은 그 이전 분기 때 내놨던 입장과 대조를 보인다. 기재부는 지난해 통계청이 3분기 가계소득조사 결과를 발표하자 "고령화 등 구조적 요인과 고용부진 등으로 분배악화가 지속되는 가운데서도 정부 정책노력 등에 힘입어 악화세는 점차 완화되는 모습"이라고 현실과 동떨어진 견해를 제시했다.


지난해 3분기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5.52로 2분기(5.23)보다 오히려 확대됐지만 각 분기를 전년 동기와 비교하니 증가 폭은 둔화됐다는 주장이었다. 증가 폭은 지난해 1분기 0.60, 2분기 0.50, 3분기 0.34였다. 하지만 이는 통계청도 인정하지 않은 견강부회식 해석이었다. 기재부의 이런 주장은 결국 지난해 4분기 5분위 배율이 발표되자 곧바로 한계를 맞았다. 전년 같은 기간과 5분위 배율 차이를 구하니 지난해 1~3분기보다 오히려 확대된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그런 비교조차 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문을 닫았다.


최악의 분배지표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대응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현 정부 들어 이전소득 비중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지만 정부는 민간일자리 창출보다는 기초연금과 실업급여 인상, 노인일자리 사업 확대, 기초생활보장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 근로장려세제(EITC) 확대 등을 대책으로 내놓고 있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소득 하위 20%인 1분위의 이전소득은 현 정부 이후 꾸준히 상승해 지난해 3분기에는 60만4714원을 기록했다. 이는 2003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전소득의 70% 이상은 공적연금, 기초연금, 사회수혜금, 연말정산환급금, 사회적현물이전 같은 공적이전소득이라는 점에서 정부의 각종 지원금이 저소득 가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일자리를 통해 벌어들이는 근로소득은 상대적으로 쪼그라들고 있다. 지난해 4분기 1분위 경상소득에서 이전소득이 차지한 비중은 47.3%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반면, 근로소득 비중은 최저인 34.8%에 머물렀다. 5분위 지표를 잘게 쪼갠 소득 10분위 지표에서는 지난해 4분기 1분위 가구의 근로소득이 15만8523원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던 2008년(19만2406원)보다도 낮은 수준을 보였다.


◇이전소득 확대론 한계…"민간 일자리 키워야"= 정부가 이전소득을 통해 소득분배를 개선하겠다는 입장에 대해서는 비관적인 전망이 많다. 지난해 2분기 소득분배 5분위 배율이 전년 동기보다 확대된 것으로 나타나자 정부는 그해 9월부터 기초연금이 인상된다는 점을 언급하며 양극화 해소에 일조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10월에는 주거급여 수령을 위한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결과는 정반대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연금 인상 등이 실시됐지만 완전히 반영된 것은 아니라고 본다"면서 "올해 1분기 지표가 개선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추가경정예산(추경) 등 재정 추가 투입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전문가들은 고용→소득창출로 이어지는 고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점이 문제라며 정부의 해법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민간활력제고를 강조하지만 정작 이를 위한 정책 의지나 추진 속도는 너무 느리다는 지적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저소득층의 소득 악화가 하나의 추세적 흐름으로 굳어지고 있다는 것은 이미 위기가 진행됐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정부의 뒷북식 대응이 지속되는 한 현재의 상황을 1년 안에 개선시키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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