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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금융
국민연금, 적극적 주주권 행사키로…첫 대상 한진그룹(종합)
최종수정 2019.01.16 13:17기사입력 2019.01.16 10:46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16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 참석,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박 장관은 이날 회의장 밖에서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와 직원연대지부 관계자들의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를 촉구'하는 피켓팅을 피해 직원출입구로 들어와 회의를 주재했다./윤동주 기자 doso7@



[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문채석 기자] 국민연금이 한진칼과 대한항공에 대해 적극적으로 주주권 행사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국민연금이 주주권 행사의 칼을 휘두르는 첫 대상을 재계 14위인 한진그룹으로 정한 것이다.


국민연금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국민연금기금운용위회는 16일 오전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올해 첫 회의를 열고 한진칼과 대한항공에 대한 주주권 행사 여부를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전문위)에서 논의하도록 하는 방안을 의결했다.


이날 기금위에선 구체적으로 주주권 발동 여부를 결정한건 아니다. 전문위에 넘길지 여부를 결정한 것이다. 이제 공은 전문위로 넘겨졌다. 이달 중순 전문위를 열고 수탁자책임전문위 검토결과 주주권행사 이행여부와 범위 등을 정한 뒤 다시 기금위를 열어 최종 확정한다.

기금위원장인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회의에 참석해 “국민연금은 지난해 기금운용의 신뢰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했고 올해는 수탁자책임을 충실히 이행하는 실질적인 첫해가 될 것”이라며 “대한항공과 한진칼에 대한 주주권 행사 안건을 논의하는 오늘 자리는 수탁자 책임자 원칙을 이행하는 첫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복지부는 스튜어드십 코드 원칙을 철저히 준수하고 투명하게 결정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결정에 따라 국민연금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등 대주주 일가가 배임, 사익 편취 등 혐의로 재판을 받아 주주 가치를 훼손한 것에 대해 오는 3월 대한항공·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 일가의 사내이사 연임 반대, 신규 이사진 선임 등의 방법으로 책임을 물을 것으로 관측된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7월 찬반 논란에도 결국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는 등 지난해부터 달라진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해 상반기 주주총회 시즌에는 총 2561개 안건 중 524건에 대해 반대표를 던졌다. 반대의결권 비율이 20.5%다. 매년 10% 안팎에 머물렀던 것과 비교해 크게 높아진 수치다.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 첫 타깃을 대한항공과 한진칼로 정한 것도 이 같은 행보와 무관치 않다. 대한항공과 한진칼은 지난해 검찰 수사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기업이다.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갑질과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의 폭력 영상이 드러났고, 검찰은 조양호 회장에 대해선 배임·사기·횡령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오너일가의 불미스러운 일로 대한항공 주가는 지난해 초 최고 3만9000원에서 그해 10월 2만5000원까지 추락했다. 대한항공 지분을 가지고 있는 국민연금도 손실이 불가피했다. 국민연금은 한진칼 지분 7.34%를 보유해 3대 주주고, 대한항공 지분도 12.45% 보유한 2대 주주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대한항공에 경영진 일가의 일탈 행위와 해결 방안을 밝혀달라는 공개서한을 발송하고, 경영진 및 사외이사와의 비공개 면담을 진행했다. 그러나 대한항공 측은 “경영 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원론적 답변만 내놨다. 대한항공 측이 그동안 소극적이었던 국민연금으로 하여금 적극적 행보로 돌아설 명분을 제공했다는 분석이다.


국민연금이 주주권 행사에 나서면서 2대 주주인 사모펀드와의 연계 가능성도 점쳐진다. 일명 ‘강성부 펀드’로 불리는 사모펀드(PEF) 운용사 KCGI는 한진칼 2대 주주로, 지난해 말 주식담보대출을 받아 지분율을 10.81%로 늘렸다. 이달 초에는 한진 지분도 8.03% 취득해 2대 주주로 올라섰다. 강성부 KCGI 대표는 최근 적대적인 인수·합병(M&A)은 없을 것이란 입장을 밝히면서도 경영 견제의 뜻은 분명히 했다. 강성부 펀드가 국민연금과 함께 한진이나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 측과 표 대결을 벌일 가능성이 점쳐진다.


국민연금의 이같은 움직임에 여론은 엇갈린다. 우선 장기적으로 기업가치 개선에 도움이 되고 국민 노후자금 보장을 위해 필요한 조치라는 의견이 높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주주 목소리가 경영진에 반영되면 기업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이 학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라며 “기관투자자를 포함한 투자자의 주주권 행사는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당장 시장과 경영계는 국민연금이 대기업에 대해 구체적인 행동에 나선 것에 따른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대한항공·한진칼을 넘어서 더 많은 기업을 향해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신호탄이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가 필요할 때마다 막대한 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을 활용해 합법적으로 기업 경영에 간섭할 경우 자칫 연금사회주의라는 논란까지 불러올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기금 운용의 독립성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연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내세워 과도한 경영 개입에 나선다면 기업의 경영권 위협은 물론 미래 경쟁력 약화까지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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