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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人] 인사·로비 논란에 미투 직격탄, "쇄신" 외쳤지만…벼랑끝 '체육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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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흥 대한체육회장, AG참관단·측근 인사배치 등 임기 2년여 내내 논란의 연속
책임 없는 공허한 사과·약속에 국민청원·시민단체 '사퇴' 압박

[사람人] 인사·로비 논란에 미투 직격탄, "쇄신" 외쳤지만…벼랑끝 '체육 대통령'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15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대한체육회 이사회에 참석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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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격식 없고 구성원들과 유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vs "자기 사람을 너무 챙기다 보니 잡음이 많다."

체육계에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그를 긍정적으로 보는 이들은 이렇게 평가한다. "베풀기를 좋아해요. 경기단체 직원들한테 점퍼도 선물하고, 대한체육회가 군림하는 조직처럼 비치지 않게 산하 회원단체 의견을 자주 듣습니다." 부정적 평가는 다음과 같다. "체육계에서 평판이 좋지 않은 사람들을 주변에 두거나 업무 연관성이 적은 이들을 발탁하니까 무슨 꿍꿍이일까 의아해 하는 거죠."


◆ 정계·사업가 거친 마당발, 체육계 대권까지= 이 회장은 2016년 10월 열린 대한체육회장 선거를 통해 제40대 회장으로 뽑혔다. 엘리트 체육을 관장하던 대한체육회와 생활체육을 전담하는 국민생활체육회를 합친 통합대한체육회 초대 회장이라는 의미가 붙었다. 그는 당선인으로서 "물리적으로 합쳐진 두 단체의 진정한 통합을 위해 체육인들의 역량을 응집하겠다"고 포부를 말했다.

전문 선수 출신의 체육인이 아닌 이 회장이 체육계에 발을 들인 건 2000년이다. 근대 5종연맹 부회장으로 출발해 대한카누연맹 회장, 대한수영연맹 회장 등 대한체육회 회원단체 수장을 역임했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과 2012년 런던올림픽의 국가대표 선수단장을 비롯해 체육회 수석 부회장도 지냈다. 체육계 관계자는 "경기단체 임원 시절부터 후원금도 자주 내고 체육계 일에 애착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1985년 이민우 전 신민당 총재 비서관으로 발탁돼 정계 일을 도왔고, 1989년 레미콘 제조업체인 우성산업개발을 설립한 사업가 출신이다. 또 조계종 중앙신도회장을 역임한 불교 신자다. 정재계와 종교계를 아우르며 다양한 분야의 인사들과 친분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람人] 인사·로비 논란에 미투 직격탄, "쇄신" 외쳤지만…벼랑끝 '체육 대통령'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15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대한체육회 이사회에서 체육계 폭력·성폭력 사태에 대한 쇄신안을 발표하며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 '체육계 대통령' 취임했지만…논란의 행보= '마당발' 이력을 과시하며 대한체육회장에 올랐으나 지난 2년여간 그의 행보는 논란의 연속이었다. 지난해 8월 자카르타ㆍ팔렘방 아시안게임 때는 시도 참관단 63명을 꾸려 대회를 다녀와 질타를 받았다. 10월 대한체육회 국정감사에서 김재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당시 체육회가 문화체육관광부에 참관단 지원 명목으로 예산 1억5000만원을 지원했다가 거부당한 사실을 공개하면서 선거법 위반이 될 수 있다고 이 회장을 몰아붙였다. 체육회장 선거는 각 시도 체육회 등 대의원 선거인단을 꾸려 선거를 진행하는데 이 회장이 향후 선거인단을 염두에 두고 참관단을 꾸린 게 아니냐는 의혹이었다.


이 밖에 체육회 안팎에 본인의 측근인사를 앉혔다거나 조계종 중앙신도회장 지위를 이용해 정ㆍ관계 인사를 대상으로 로비를 했다는 의혹도 지난해 국정감사 전후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인사 문제의 경우 이 회장 취임 직후부터 꾸준히 불거진 사안이다. 과거 한 종목단체에 있던 인사가 징계를 받았음에도 계약직에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시켰다거나 체육회 통합과정에서 직원 반발을 무마시키기 위해 노조위원장을 승진시킨 의혹, 전문성과 무관한 인사들을 체육계 요직에 배치했다는 등의 지적을 받았다.


그는 또 문화체육관광부가 대한체육회에 배분하는 연간 3000억원 안팎의 체육진흥투표권(스포츠토토) 수익금을 상향하고 재정 자립을 실현해야 한다고 주장해 정부로부터 '미운 털'이 단단히 박혔다. 문체부는 "정부의 예산 편성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가운데 최근 확산 중인 체육계 '미투(#MeToo·나도 당했다)'가 그의 업무 근간인 엘리트 체육에서 불거졌다는 점은 결정타다. 이 회장은 15일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엘리트 체육의) 관리 감독 최고 책임자로서 시스템을 완벽하게 구축하고 정상화시키기 위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철저히 쇄신토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책임지는 이는 없고, 제도 개선만 부르짖는 체육계의 움직임에 대한 국민 반감이 크다. 청와대 국민 청원을 비롯해 체육계 시민단체들은 "대표 선수 관리 책임자인 이 회장은 당장 사퇴하라"며 압박하고 있다. 그를 지탱해온 폭넓은 활동 분야 어디에서도 지지받지 못하는 '사면초가' 상황이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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