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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시간 촬영, 죽음의 질주”…방송계 끊이지 않는 ‘근무 환경’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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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시간 촬영, 죽음의 질주”…방송계 끊이지 않는 ‘근무 환경’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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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윤신원 기자] 열악한 방송계 근무 환경이 또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SBS 드라마 ‘황후의 품격’ 제작 스태프들이 방송사와 제작사를 상대로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것인데, 올해에만 벌써 두 번째 같은 논란이 빚어져 방송계의 열악한 근무 환경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8일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는 드라마 ‘황후의 품격’ 방송사 SBS와 제작사 SM라이프디자인그룹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노조 측은 29시간 30분 동안 이어진 연속 촬영, 한 주에 117시간 이상의 근무 시간, 휴일 없는 10일간의 촬영 등 황후의 품격 촬영 일지를 공개했다. 이 같은 연속 촬영을 ‘죽음의 질주’라고 표현하면서 드라마 제작 환경의 실태를 폭로했다.


SBS는 지난 8월에도 비슷한 논란을 겪었다. 한 드라마의 스태프가 개인적 질환으로 사망한 당시 사망 직전 폭염 속에서 3일 동안 야외 근무한 사실이 밝혀졌다. 당시 SBS 측은 “제작 환경 개선에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4개월 만에 같은 논란을 빚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드라마, 영화 등 영상 콘텐츠 업계의 장시간 노동은 상당히 잦다. KBS에 따르면 지난 4월 한 주라도 68시간을 초과 근무한 인원은 전체의 5.4%로 나타났다. 특히 드라마 부문은 초과율이 15%에 달했다.


이런 초(超)장시간 근로는 ‘살인적’ 노동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과로사’의 판단 기준은 12주 동안 평균 60시간 이상 근무를 한 경우다. 즉 60시간 이상 근무를 반복한 근로자가 사망한 경우, 사망의 원인이 ‘과도한 업무’와 관련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올해 초 ‘주 52시간 근무제’를 골자로 한 근로기준법 개정 당시 방송업계 특수성을 감안해 1년의 유예를 두고 근로 시간을 주 68시간으로 제한했다. 장기적으로는 주 52시간 근로 시간을 준수해야 한다.


하지만 여전히 근로기준법을 준수할 수 있는 대책이나, 주 52시간 근무제를 대비한 방책조차 없는 것이 방송계의 현실이다. 방송업계 특성상 촬영 직전에 나오는 일명 ‘쪽 대본’이나 변수가 많은 촬영 환경으로 TV 방영 직전까지 생방송에 가까운 촬영과 편집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방영 전 촬영과 편집을 100% 마치는 ‘사전 제작 시스템’을 의무 도입해 달라는 방송계 노동자들의 요구도 이 때문이다. 스태프들의 근로 시간을 준수할 수 있고,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대다수 드라마들은 ‘시청자 참여형’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가려 하고, 편성과 광고 등의 문제로 촬영과 방송을 동시에 진행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방송업계 근무 환경 관련 청원을 살펴보면 제작 근로 환경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다.


드라마 사전 제작 시스템 의무화를 요구한 한 드라마 촬영 업계 관계자는 “방영일을 맞춰야 하는 압박감에 잠도 못 자고 스트레스가 누적된다”며 “드라마 촬영이 방영일 기준 2~3일 전에 마무리되는 탓에 촬영은 물론 편집 스태프들도 시간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불안정한 근로 시간으로 지금 이 시간에도 스태프들은 죽음의 근로 환경에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신원 기자 i_dentit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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