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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분석의 세계]②로또, 통계로 ‘당첨 확률’ 높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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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 전문가 김현중 연세대 응용통계학과 교수 인터뷰
“제외수·고정수·합산값 등 분석은 확률 기본개념 ‘독립성’ 간과, 학문적으로 성립 X”
“로또 당첨 확률 814만 분의 1은 변함 없어”

[로또 분석의 세계]②로또, 통계로 ‘당첨 확률’ 높일 수 있을까? 로또 당첨 번호, 통계 분석을 통해 확률을 높일 수 있을까? 연세대 김현중 교수는 "불가능 하다"며 학문적 근거를 설명했다. 사진 = 최종화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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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물가폭등과 경기불황, 금리 인상 등으로 갈수록 팍팍해진 민생을 방증이라도 하듯 로또 판매량은 매년 증가해 올해 상반기에만 2조1700억 원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당첨 확률 814만5060분의 1, 두 눈을 가린 채 쌀 한 가마니(80kg) 낱알을 바닥에 늘어놓고 검은 쌀 한 톨을 찾아낼 확률과 동일한 이 희박한 게임에 사람들이 몰려들자 이를 분석하고, 예측하는 부가 사업 역시 나란히 성행하고 있다. 그렇다면 로또 번호 예측은 통계학적 관점에서 가능한 전제일까?


통계 전문가인 연세대학교 응용통계학과 김현중 교수를 만나 통계학적 관점에서의 로또 번호 예측에 대해 살펴봤다.

-로또 당첨 번호 예측, 통계학적 관점에서 가능한 일인가?


▲전혀 가능하지 않다. 로또 번호가 만들어낼 수 있는 총 경우의 수가 약 814만 개. 즉 확률적으로 보면 814만분의 1인데, 로또 번호 추첨은 결국 과거에 일어난 결과를 다 리셋하고 매주 새롭게 번호를 생성하므로 확률은 절대 변함이 없다. 따라서 ‘과거 어떤 번호가 나왔기 때문에 이번에는 이 번호가 나올 것이다’ 또는 ‘이 번호는 절대 안 나올 것이다’라는 예측은 확률의 기본 개념인 ‘독립성’을 간과한 문제기 때문에 있을 수 없는 상황으로 봐야 한다. 그래서 학문적으로는 절대 불가능하다.


-분석가 또는 분석업체가 제시하는 ‘제외수’, '고정수’는 어떤 원리로 해석할 수 있나?


▲둘 다 근거 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번호가 나와야 할 횟수가 ‘1000번’ 이렇게 딱 정해져 있다면 이미 발생한 번호가 앞으로 나올 가능성이 줄어드는 제외수가 성립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번호가 나오는 횟수는 정해지지 않은 무한이다. 몇 회가 나오든 진행할 때마다 상한이 정해져 있지 않다. 즉 과거에 일어났던 일들은 다 리셋 되기 때문에 현재까지 약 800번 이상 발생한 데이터, 번호라고 해서 ‘앞으로 자주 안 나올 것이다’는 예측은 맞지 않는 이야기다.


-과거 2013년 로또 1등이 30명 등장한 사건이 있었다. 특히 한 곳에서만 10명이 당첨돼 조작 논란이 있었는데, 이 사건을 확률로 계산해본다면?


▲확률의 가정 상 정말 랜덤한 번호선정이었다면 이 사건이 일어날 확률은 정말 희귀한, 거의 0에 가까운 상황이다. 나 역시 사건 발생 당시 이야기를 들어 알고 있었는데, 특히 10명 당첨된 곳에서 한 명이 7장을 샀다는 대목은 정말 희한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당시 1등 당첨 번호를 잠시 들여다보면 특이한 점이 보인다. 어떤 점이 특이하냐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행운의 번호, 럭키 7이라 해서 7을 선호한다. 이때 로또 번호가 7번·17번과 같이 7로 끝나는 번호가 유독 많이 나온 회차였다. 따라서 사람들이 7을 많이 선택 하다 보니 이 회에 한해 1등 당첨자가 많이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반면 같은 번호로 7장을 산 당첨자의 경우 개인적으로는 이해가 잘 안 된다. 사실 당첨 확률을 높이려면 7장의 번호를 다르게 써는 게 맞는데, 왜 똑같은 번호를 7개 썼는지가 궁금하다.



[로또 분석의 세계]②로또, 통계로 ‘당첨 확률’ 높일 수 있을까? 로또 분석가와 번호 분석업체들은 지금까지 발생한 당첨 번호 분석을 통해 다음 당첨 번호 예측이 가능하다고 설명하지만, 김 교수는 이는 확률의 기본 개념인 '독립성'을 간과한 불가능한 방법이라 지적했다. 일러스트 = 아시아경제 DB


-일각에서는 해당 사건을 비롯한 여러 정황을 근거로 로또 조작설을 제기하기도 한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앞서 언급한 사건 당시 경찰 조사도 진행됐지만 결국 혐의점을 발견 못 해 종결된 것으로 알고 있다. 사람들이 우연히 7을, 7과 관련된 숫자를 선택한 사람이 많다. 근본적으로 모집단(母集團) 내 사람들의 선택이 랜덤한 듯 보여도 본인의 취향이 반영되기 마련이다. 번호를 선정하는 그 취향성에 의해 7을 선택 비율이 좀 높아진 것이다. 그런데 1등 번호가 거기서 나오게 되니 당첨 인원수가 갑자기 많아졌다. 이는 7을 선택한 모집단이 많았던 것을 시사한다.


-궁극적으로 분석을 통한 예측 번호의 당첨 확률은 얼마나 되는가?


▲결국 통계적·학문적으로 814만분의 1은 변함이 없다. 그런데 어떤 분석가나 번호 예측회사에선 다르게 얘기할 거다. 이를테면 지금까지 800번 넘은 1등 번호를 조사해보니 6개 번호를 다 합산했을 때 그 값의 범위가 있더라. 예를 들면 최소 60부터 최대 200까지. 이 범위 안에서만 지금까지 1등이 나왔다. 그러니까 앞으로도 번호를 뽑을 때 그 여섯 개의 합산 값이 60에서 200 사이 안에서만 뽑으면 1등 확률을 높일 수 있지 않겠느냐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나 이는 확률적으로 성립할 수 없다. 왜냐하면 이 ‘합산 값 60에서 200 사이에서 1등 번호가 나왔다’라는 사건은 지금까지 약 800회 로또에서는 맞는 얘기지만, 앞으로도 그렇다는 것까지는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다. 확률적으로 보면 앞으로 그 범위를 벗어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그렇다면 그 경우엔 1등이 될 확률이 0이 된다. 이런 부분까지 반영하면 결국 814만 분의 1이란 확률은 변함이 없는 것이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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