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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박병대·고영한 前대법관 구속영장 기각(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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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범죄혐의 중 상당부분 피의자 관여범위 등 의문 여지”
검찰 “대단히 부당…상급자에 큰 책임 묻는 게 상식”

‘사법농단’ 박병대·고영한 前대법관 구속영장 기각(종합)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박병대 전 대법관이 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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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설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에 연루된 혐의를 받는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동시에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임민성·명재권 영장전담부장판사는 6일 오전 두 전 대법관을 상대로 각각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한 뒤 7일 오전 0시38분께 이들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임 부장판사는 박 전 대법관에 대해 “범죄혐의 중 상당부분에 관해 피의자의 관여 범위 및 그 정도 등 공모관계의 성립에 대해 의문의 여지가 있다”며 사유를 밝혔다.

또 “이미 다수의 관련 증거자료가 수집되어 있는 점, 피의자가 수사에 임하는 태도 및 현재까지 수사경과 등에 비추어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명 부장판사도 고 전 대법관에 대해 “피의자의 관여 정도 및 행태, 일부 범죄사실에 있어서 공모 여부에 대한 소명 정도, 피의자의 주거지 압수수색을 포함하여 광범위한 증거수집이 이루어진 점, 현재까지의 수사진행 경과 등에 비추어 현 단계에서 피의자에 대한 구속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사법농단’ 박병대·고영한 前대법관 구속영장 기각(종합)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는 고영한 전 대법관이 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검찰은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혐의를 받는 전직 대법관들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구속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지난 3일 박 전 대법관에게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직무유기 등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 전 대법관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시절인 2014년 2월부터 2016년 2월까지 법원행정처장을 지냈다. 그는 ▲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일본 전범 기업 상대 민사소송 ▲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관련 행정 소송 ▲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댓글 사건 형사재판 ▲ 옛 통합진보당 국회·지방의회 의원 지위확인 소송 등에 개입하는 등 30여 개 혐의를 받고 있다.


고 전 대법관은 박 전 대법관의 후임으로 2016년 2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법원행정처장을 지냈다. 그는 2016년 ‘정운호 게이트’ 사건 당시 판사들을 상대로 한 수사 확대를 차단하기 위해 수사 정보를 빼내고 영장 재판 가이드라인을 내려보낸 혐의 등 20여개 사건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그러나 두 전직 대법관은 검찰 조사 단계에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거나 “후배 판사들이 알아서 한 일”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다만 박 전 대법관은 전날 영장실질심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서 국무총리 제안을 받은 적이 있지만 제안을 거절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고 전 대법관은 “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나 차한성·박병대 전 대법관과 달리 청와대를 상대로 한 재판 거래 혐의가 없지 않냐”며 불구속 재판을 받게 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같이 두 전직 대법관이 혐의를 부인하고 있음에도 구속영장이 기각됨에 따라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검찰 관계자는 “이 사건은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철저한 상하 명령체계에 따른 범죄로서, 큰 권한을 행사한 상급자에게 더 큰 형사책임을 묻는 것이 법이고 상식”이라며 “하급자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구속된 상태에서 직근 상급자들인 박·고 전 처장 모두의 영장을 기각한 것은 재판의 독립을 훼손한 반헌법적 중범죄 전모의 규명을 막는 것으로서 대단히 부당하다”고 비판했다. 검찰의 향후 수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직접 조사하는 쪽으로 직행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설 기자 sseo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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