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양승태와 달라”“국무총리 제안받아”…폭탄발언 쏟아낸 고영한·박병대(종합)
최종수정 2018.12.06 20:40기사입력 2018.12.06 19:00
[아시아경제 이기민 기자] ‘사법농단’의혹 개입 혐의를 받는 고영한 전 대법관과 박병대 전 대법관은 6일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 폭탄발언을 쏟아냈다.

고 전 대법관은 “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달리 청와대와 거래는 안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고, 박 전 대법관은 영장심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무총리직을 제안 받았다"고 실토했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는 고영한 전 대법관이 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서울중앙지법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고 전 대법관의 영장실질심사를 6일 오후 2시8분께 마쳤다. 이날 오전 10시17분 출석한 뒤 4시간여 만이다.

영장심사에서 고 전 대법관은 “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나 차한성·박병대 전 대법관과 달리 청와대를 상대로 한 재판 거래 혐의가 없지 않냐”는 취지로 주장했다. 아울러 다른 사람과 달리 자발적이거나 주도적으로 사법행정권을 남용하지 않았다며 불구속 재판을 받게 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과적으로 사법농단에 기여한 셈이 되고 말았지만 그런 계획이 있었는지도 몰랐다는 발언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고 전 대법관은 검찰조사 때와 마찬가지로 이날도 사실관계가 명백한 부산 재판개입 의혹, 매립지 관할권 소송 선고 기일 변경 지시, 국제인권법연구회 무력화 시도 및 전문분야연구회 중복가입을 금지 조치를 제외하면 "기억이 나지 않는다"거나 "후배 판사들이 알아서 한 일"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반면 검찰은 범죄 혐의 하나하나가 구속 사안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또한 임민성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심리로 이날 10시30분 시작된 박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 심사는 5시간여만인 오후 3시10분께 끝났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박병대 전 대법관이 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박 전 대법관도 영장심사에서 폭탄 발언을 했다. 그는 처음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서 국무총리 제안을 받은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이어 박 전 대법관은 “국무총리직 제안을 거절했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 조사 단계에서는 이 내용에 대해서 시인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과정에서 다른 피의자(혹은 참고인)이 '그런 취지의 말을 들었다'고 진술한 적은 있지만 박 전 대법관이 이를 시인한 것은 처음이다.

앞서 박 전 대법관은 지난 2014년 김기춘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 공관에서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 황교안 전 법무부 장관 등이 참석한 이른바 '소인수 회의'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검찰 조사결과 파악됐다. 이 회의에서는 강제징용 재판 지연 및 처리 방향 등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이 만남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로 이 전 실장이 박 전 대법관에게 국무총리직을 제의했다는 관련자들의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며 “제안을 왜 거절했는지 여부는 아직 파악된 바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박 전 대법관은 본인이 받는 혐의에 대해서는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서는 고 전 대법관 보다 혐의가 상대적으로 많고 광범위한 박 전 대법관의 구속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다만 혐의 대부분이 직권남용죄와 연관돼 있어 법리공방이 예상되는 만큼 두 전직 대법관의 방어권 보장을 보장하기 위해 구속영장을 기각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관측도 있다.

다만 두 전직 대법관 가운데 한 사람이라도 영장이 발부되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사법부 수장으로서는 헌정 사상 최초로 검찰 포토라인 앞에 서게 될 시간이 앞당겨질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공통적인 시각이다.

두 전직 대법관은 영장전담판사가 영장 발부여부를 결정할 때까지 구치소에서 대기하고 있다. 두 전직 대법관의 구속 여부는 6일 밤늦게 또는 다음 날 새벽 결정될 전망이다.

한편, 박 전 대법관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시절인 2014년 2월~2016년 2월 법원행정처장을 지냈다. 박 전 대법관은 ▲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일본 전범 기업 상대 민사소송 ▲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관련 행정소송 ▲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댓글 사건 형사재판 ▲ 옛 통합진보당 국회·지방의회 의원 지위확인 소송 개입 ▲법관 부당 인사조치 개입 ▲법관 독립 침해 문건 작성 지시 ▲공보관실 운영비 예산 3억5000만원 비자금 조성 개입 등 30여개 사건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고 전 대법관은 박 전 대법관의 후임으로 2016년 2월~ 지난해 5월 법원행정처장을 지냈다. 고 전 대법관은 2016년 '정운호 게이트' 사건 당시 판사들을 상대로 한 수사 확대를 차단하기 위해 수사 정보를 빼내고 영장 재판 가이드라인을 내려보낸 혐의 등 20여개 사건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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