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화장실]①전국 1위 화장실에선 아빠도 OO할 수 있다?

국내 공공화장실 수준 엿볼 수 있는 ‘아름다운 화장실’
이용객 몰릴 때 대비한 ‘가변화장실’부터 육아 아빠를 위한 남자용 ‘기저귀 교환대’ 시설까지

최종수정 2018.11.21 16:31기사입력 2018.11.20 19:30
전국 아름다운 화장실 공모에서 1위로 선정된 충주휴게소(창원방향) 화장실 내부 모습. 상주해 있는 직원을 통해 거의 실시간으로 관리 및 청소가 이뤄져 깨끗한 환경을 유지하고 있다. 사진 = 최종화 PD


[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최종화 PD] 화장실 문화는 인류 역사 속 귀족들의 전유물로부터 시작됐다. 기원전 2400년 고대 바빌로니아 주거지에서 수세식 화장실이 발견된 이래 16세기 영국 하링튼이 발명한 근대적 변기 시설까지 화장실은 신분이 높은 귀족과 왕족, 재력을 쌓은 상인 계층만 이용할 수 있었다. 프랑스 대문호 빅토르 위고는 ‘인간의 역사는 곧 화장실의 역사’라고 했다.

지금 대한민국의 화장실은 어떤 모습, 어떤 환경일까? 공용화장실에서의 살인, 곳곳에 산재한 몰카 문제로 최근 화장실은 공포와 혐오의 인식이 덧씌워진 공간으로 전락했지만, 살아있는 이상 배변·배뇨 활동을 멈출 수 없는 인간에게 있어 화장실은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적 공간이기에 환경개선에 대한 사회 전반의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 그래서 21년간 대한민국 최고 수준 화장실에 수여된 ‘아름다운 화장실’ 수상지를 직접 찾아가 공공화장실의 현주소와 개선점을 샅샅이 들여다봤다.

아름다운 화장실 은상을 수상한 강릉 경포해변 중앙화장실은 여름철 피서객의 이용에 대비해 하계 9인 3교대 근무 시스템과 화장실 입구 수로 및 별도 수도 설치로 맨발의 이용객을 배려한 독특한 시설을 구비하고 있다. 사진 = 최종화 PD

경포해변 화장실에만 있는 특별한 시설?
77곳이 응모해 32곳이 선정된 아름다운 화장실 중 먼저 은상을 받은 강릉 경포해변 중앙화장실을 찾았다. 경포 앞바다가 한 눈에 들어오는 목 좋은 곳에 위치한 화장실을 두고 근처를 찾은 외국인들은 연신 갸우뚱한 눈치다. 화장실 뒤로는 소나무 숲이, 바로 앞엔 탁 트인 해변이 있어서였을까. 여름 이용객이 가장 많다는 이곳은 24시간 개방 운영되고 있어 이용객들로부터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피서객들의 편리한 이용을 위해 화장실 앞에 설치된 수로와 별도 수도꼭지는 맨발의 이용객이 많은 경포해변 화장실에만 있는 독특한 시설이다. 여름 성수기에는 9명의 인원이 3교대로 청소를 맡아야 유지가 될 정도라고. 특히 남자화장실의 소변기 칸막이, 그리고 여자화장실의 변기 칸 배치가 내부 복도에서 한 번 더 꺾어야 들어갈 수 있는 구조로 공간의 안정성이 견고하게 배치되어 있다.

이곳을 관리하는 강릉시청 환경정책과 김동관 계장은 리모델링 당시 이용객 편의를 위한 가족사랑 화장실에 중점을 뒀고, 주위 환경과 어우러지는 외관 인테리어 구성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시대에 발맞춰 (한·영·중·일) 4개 국어의 안내문을 붙여 외국인 이용객의 편의를 높인 한편 여성 화장실 내부 안심 비상벨 설치로 안정성 또한 높였다고 덧붙였다.

아름다운 화장실 금상을 수상한 강릉역 화장실 입구에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안내도가 먼저 이용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사진 = 최종화 PD

올림픽 이후 외국인 이용객 급증한 강릉역 화장실

평창 동계올림픽에 발맞춰 개통된 강릉선의 종착역인 강릉역은 아름다운 화장실 금상을 수상했는데, 완공된 지 1년이 채 안 된 공간으로 쾌적하고 깔끔한 인상을 선사한다. 화장실 입구에 이용객 현황이 나와 있어 대기 시간을 가늠할 수 있어 편의성을 극대화했다.

화장실 입구 점자 안내판을 지나 바로 위치한 장애인 화장실은 버튼식 손잡이 등 장애인 편의시설을 갖춰 이용 만족도를 높였다. 하루 평균 1만 명 이상, 주말에는 2만 명 가까운 이용객이 드나드는 만큼 청소 역시 수시로 진행된다.

화장실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박종범 역무원은 동계올림픽 이전부터 다수의 이용객을 대상으로 한 공간인 만큼 직관적 시설물 구축에 노력을 기울였다고 밝혔다.

지역의 역사적 인물 악성 우륵에 착안해 우륵의 가야금 선율이 흐르는 분위기가 연출된 충주휴게소는 다양한 배려시설과 탄력적 운영을 통해 아름다운 화장실 대상을 수상했다. 사진 = 최종화 PD

가야금 선율, 편안한 환경이 어우러진 충주휴게소 화장실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은 이용객이 밀물처럼 몰려들었다가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대표적인 공중화장실이다. 아름다운 화장실 대상을 받은 충주휴게소 화장실은 지역의 역사적 인물 악성 우륵에 착안해 가야금과 대금을 화장실 전면에 전시하는 한편 종일 가야금 선율이 흐르는 공간으로 알려져 이용객들 사이에서 ‘호텔 화장실을 연상 시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눈에 띈 공간은 남자 화장실 내에 마련된 가족사랑 화장실이었는데, 최근 육아를 공동 부담하는 아빠들을 위해 아이를 데려와 기저귀를 갈아주는 공간을 마련하는 한편 보행이 가능한 아이는 편안한 환경에서 볼일을 볼 수 있게 24시간 뽀로로 영상을 틀어주는 모니터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여자 화장실엔 파우더룸이 넓게 구성됐는데 고데기부터 헤어드라이기까지 구비되어 높은 호응을 얻었고, 몰카 근절을 위해 하루 2회 몰카 탐지 작업이 수행되고 있다.

충주휴게소는 여성 이용객 급증시를 대비한 가변화장실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 = 최종화 PD

여기에 갑자기 이용객이 몰려들 경우 턱없이 부족한 여자 화장실 공급을 상쇄하기 위해 남자 화장실 뒤편에 가변화장실을 마련, 공간을 막는 문을 잠그고 여성 이용객을 수용해 탄력적 운영에 힘쓰는 모습이 인상에 남았다.

화장실 관리를 맡은 충주휴게소 정두혁 관리과장은 가야금의 선율이 흐르는 공간이라는 모티브로 갖고 화장실을 리모델링 했는데 뜻밖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충주휴게소 화장실만의 특징으로 염증성 장 질환 환자를 위한 배려 칸 운영을 꼽았다. 실제 충주휴게소 화장실은 해당 환자가 버튼을 누르면 이용객이 몰리는 상황에서 환자를 배려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국내 화장실 전문가이자 아름다운 화장실 심사위원인 광운대학교 환경공학과 이장훈 교수는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공공화장실 관련법을 제정해 엄격한 유지, 관리 기준을 갖고 있다”고 설명하며 “아름다운 화장실 선정 당시 응모 화장실 간 점수 차가 1점 미만이었을 정도로 공공화장실의 수준이 높게 올라가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최근 논란이 된 몰카 문제의 경우엔 “공공화장실 외 근린생활시설에 마련된 남녀 공용 화장실이 가장 큰 현안”이며 이 경우 “유치원, 초등학교부터 화장실을 공간이 열악할 경우 층별로 남자 화장실, 여자 화장실을 분리해서 쓰는 교육을 사전에 시행하는 것이 하나의 근본적 해결방법”이라고 지적했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최종화 PD fina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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