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디 서키스, '정글북'의 굴레를 벗어던지다

넷플릭스 제작 '모글리' 연출 "아웃사이더로서 성장하는 면면에 주목"
"북미 중심적 사고 배제…전 세계 많은 이들에게 사랑 받았으면"

최종수정 2018.11.08 17:34기사입력 2018.11.08 17:34
앤디 서키스 감독[사진=넷플릭스 제공]


[싱가포르=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영국 작가 J.러디어드 키플링이 쓴 '정글북'은 영화와 애니메이션으로 자주 소개됐다. 대중을 사로잡을 요소가 그만큼 많다. 대부분은 정글에서 나타나는 동물들 간 우정과 주인공 모글리의 성장에 초점을 뒀다. 존 파브로 감독(52)이 2016년 발표한 '정글북'이 대표적이다. 기존 플롯을 유지하면서 70여종이 넘는 동물과 정글의 모습을 CGI(컴퓨터를 통해 제작된 이미지)로 표현했다. 전 세계 극장에서 약 9억7000만달러(1조840억원)를 벌었다.

내달 7일 또 다른 정글북이 전 세계에 공개된다. 앤디 서키스 감독(54)이 연출한 '모글리'다. 넷플릭스가 워너브라더스로부터 판권을 구매해 제작했다. 정글북이 나온 지 3년도 채 지나지 않아 같은 이야기에 손을 댄 이유는 무엇일까. 서키스 감독은 "고전 정글북보다 훨씬 어두운 분위기로 그리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8일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에서 한 '씨 왓츠 넥스트 아시아(See What's Next: Asia)'에서 "모글리가 아웃사이더로서 성장하는 면면에 주목했다. 오늘날 그렇게 지내는 이들이 많기에 공감할 여지가 크다고 봤다"고 했다. "북미 중심적 사고를 배제했다. 기획부터 글로벌 작품으로 접근했다"며 "미국에서 인기를 끌기보다 전 세계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는 작품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영화 '모글리' 스틸 컷
그의 말처럼 정글북 원작의 분위기는 많이 암울하다. 모글리는 늑대 부부 라마와 라쿠샤의 보호를 받으며 자라다가 무법 호랑이 시어 칸의 계략에 휘말려 정글에서 쫓겨난다. 그는 소 때를 끌고 다시 정글로 가서 복수한다. 그러나 인간 마을에서 호랑이 인간이라는 누명을 쓰고 다시 한 번 버림받는다. 정글로 돌아가 왕으로 추대되지만,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인간 마을로 돌아간다. 사냥꾼이 되어 남은 인생을 쓸쓸하게 보낸다. 서키스 감독은 "우리가 그동안 영화나 애니메이션에서 경험한 것과 느낌이 많이 다르다. 혹독한 통과의례를 거치는 소년의 성장기이자 가슴 아픈 가족드라마에 가깝다"라고 했다.

테드 사란도스 넷플릭스 최고 콘텐츠 책임자(왼쪽)와 앤디 서키스 감독[사진=넷플릭스 제공]

서키스 감독은 원작의 느낌을 살리고자 로안 찬드(7)에게 모글리를 맡겼다. "피터 버그 감독의 '론 서바이버(2013년)'에서 전쟁으로 상처를 입은 아프가니스탄 소년을 훌륭하게 표현했다"며 "이번 영화에서도 감정 연기를 빼어나게 해냈다"고 했다. 모글리에는 할리우드 최고 배우들도 대거 출연한다. 베네딕트 컴버배치(42)와 크리스찬 베일(44), 케이트 블란쳇(49), 나오미 해리스(42), 매튜 리즈(44) 등이다. 목소리뿐 아니라 다양한 얼굴 표정으로 동물들의 감정을 구체화했다. 서키스 감독은 "보다 발전한 모션캡처(사람, 동물, 기계 등에 센서를 달아 그 대상의 움직임 정보를 인식해 영상 속에 재현하는 기술)를 적용했다. 배우의 얼굴과 동물 이미지가 적절하게 섞이는 지점을 찾아내는 작업이 쉽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배우들이 놀라운 상상력으로 배역과 한 몸이 돼 준 덕에 난관을 넘을 수 있었다"며 "작품에도 큰 도움이 됐지만, 배우들에게도 연기 폭이 넓어지는 소중한 경험이 됐을 거다"라고 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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