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군기자 보다 더 뛰어난 ‘네티즌 수사대’, 독살시도 스파이 신원 밝혀

평범한 밀덕(전쟁·무기 정보 매니아)에서 종군기자 능가하는 ‘탐사보도’ 기자로
영국 이중스파이 암살 용의자 2인 정보, 수사기관보다 더 상세히 찾아내 공개

최종수정 2018.10.11 17:55기사입력 2018.10.11 17:55
영국서 발생한 이중스파이 스크리팔 부녀 암살 용의자와의 연계성을 전면 부인한 푸틴 대통령의 주장과 달리 이들이 그가 수여한 '연방 영웅상' 수상자들이며 정보총국 소속 대령임을 밝혀낸 탐사보도 매체가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러스트 = 오성수 작가


[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영국과 러시아의 외교 갈등으로 비화된 이중스파이 스크리팔 부녀 암살 시도 사건의 용의자 2명의 신원이 밝혀진 가운데 이를 집요하게 보도한 탐사보도 매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8일(현지시간) 영국의 온라인 탐사보도 매체 벨링캣은 스크리팔 부녀 암살 시도 사건 용의자가 러시아 군의관 알렉산드르 미슈킨과 아나톨리 체피카 대령이며 이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수여한 ‘연방 영웅상’을 수상한 인물들임을 보도했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12일(현지시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개최된 동방경제포럼에서 “그들이 누군지 확인했는데 범죄적인 이력이 없는 민간인이다. 그들이 직접 언론사나 기관을 찾아가 자신이 누군지에 대해 직접 얘기하길 바란다”며 암살 용의자와 자신과의 연관성을 부인한 바 있다.
푸틴의 발언은 영국 정부가 용의자 두 명의 사진과 함께 이들이 러시아 정보기관인 정보총국(GRU) 소속이며 이들이 가명을 쓴 위조 여권을 소지했다고 발언한 것에 대한 반박 입장으로 해석됐다.

스크리팔 암살 용의자로 지목된 두 사람이 러시아 관영 RT 채널에 출연, 자신들은 솔즈베리 대성당을 구경하러 간 일반인이라고 주장하는 모습. 사진 = RT 화면 캡쳐

이에 영국 수사당국의 발표보다 더 정교한 용의자 정보를 공개한 벨링캣은 어떤 조직인가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

지난 2013년 2월 뉴욕타임스는 매체나 전문가가 아닌 한 블로거의 글을 인용해 시리아전 취재 기사를 내보냈다. 브라운 모지스란 필명을 쓴 블로거의 실체는 평범한 시민 엘리엇 히긴스였다.

그는 2012년부터 시리아 내전 관련 자료를 취미로 조사하며 해당 지역의 영상과 자료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하루 평균 450개의 시리아 관련 현지 유튜브 영상을 모니터링 했고, 현장 취재 없이 인터넷에 공개된 정보에 기반해 기사를 써 ‘오픈소스 기자’로 유명세를 얻었다.

특히 시리아 정부군이 자국민에게 폭약을 넣은 드럼통을 대거 투하한 사건을 여느 언론사보다 먼저 블로그에 공개해 세계적 특종의 주인공이 됐다.

그는 자신과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함께 벨링캣(Belling cat)을 출범시켜 본격적인 탐사 보도에 나섰다. 이솝우화에 등장하는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이야기에서 이름을 딴 이 매체는 총 5명의 상근직원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2014년 우크라이나에서 격추된 말레이시아 여객기를 쏜 미사일이 러시아제임을 밝혀내 해당 사건의 러시아 개입 의혹을 제기했는가 하면 지난 4월 예멘 북부 하자주 공습에 쓰인 폭탄이 미국 군수업체 레이시온사의 것임을 밝혀내는 등 종군기자 못지않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한편 스크리팔 암살 용의자로 지목된 미슈킨, 체피카 대령은 러시아 관영 RT채널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정보총국(GRU)과는 무관한 사업가”이며 “사건 당일 솔즈베리엔 대성당을 보기 위해 갔을 뿐 암살 사건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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